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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미디어 스타로 뜬 ‘4억 소녀’

인터넷 쇼핑몰 ‘립합’ CEO 김예진 씨 … TV 쇼핑몰 출연 대박 행진 연매출 24억원

  • 박윤희/ 자유기고가

미디어 스타로 뜬 ‘4억 소녀’

미디어 스타로 뜬 ‘4억 소녀’
172cm의 늘씬한 키에 패션 감각이 돋보이는 김예진(21) 씨는 언뜻 보면 모델 같지만 억대 매출을 올리는 CEO다. 1985년생인 김 씨를 누리꾼들은 ‘4억 소녀’라 부른다. 2004년 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인터넷 쇼핑몰 ‘립합(Liphop)’ 운영으로 한 해 4억여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진 까닭이다.

하지만 이제 ‘4억 소녀’도 옛말이 됐다. 요즘 립합의 한 달 평균 매출은 2억원. 그러니 ‘24억 소녀’로 불러야 할 참이다. 가입회원 10만명에 하루 방문고객만 7만여명. 하루 평균 300~ 400명이 여성 의류·가방·구두·액세서리 등을 구입하는데, 낮 시간에는 접속자 폭주로 서버가 다운되기 일쑤다.

립합의 최고 베스트셀러는 목까지 올라오는 티셔츠(1만9000원)와 청치마(2만5000원). 티셔츠는 많게는 하루 80벌까지 판매돼 공장에 별도 제작을 의뢰할 정도다.

최근 김 씨는 TV홈쇼핑으로도 영역을 넓혀 시간당 ‘억’ 소리 나는 매출을 기록하는 등 ‘미디어 스타’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2005년 9월에 현대쇼핑몰에서 함께 일해보자는 연락이 왔어요. 처음에는 ‘날 이용하려나 보다’ 생각하고 무조건 거절했죠. 나중에야 진실성을 믿게 돼 10월부터는 일주일에 한 번씩 상품기획사업부 담당자들을 만나 제품회의를 했죠. 제 이름을 걸고 하는 일이니까 원단부터 디자인까지 의견 제시를 많이 합니다.”



하루 평균 300~400명 제품 구입

성탄절이었던 2005년 12월25일을 김 씨는 잊지 못한다. 이날 그가 현대홈쇼핑과 함께 새로 출시한 여성 캐주얼 브랜드 ‘립합’이 첫 방송을 탄 것. 그가 직접 립합 옷을 입고 쇼호스트와 함께 방송을 진행한 결과 100분 만에 4억2000만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TV홈쇼핑 평균 시청률은 0.7%대. 그런데 그가 출연한 방송의 시청률은 2.5%에 이르렀다. 이는 구준엽, 변정수 등 스타 연예인이 출연할 때와 맞먹는 매출액과 시청률이다.

현대쇼핑몰 상품기획사업부 전준현 엔터테인먼트팀 과장은 김 씨를 ‘미디어 스타 1호’라 규정했다.

“소비자들은 ‘TV홈쇼핑 물건은 저가상품’이란 인식을 갖고 있죠. 우리는 이런 이미지를 불식하기 위해 그간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왔습니다. 첫 번째가 디자이너 연합 브랜드를 내세운 것이었고, 다음이 개별 디자이너 마케팅, 그 다음이 연예인을 내세운 스타 마케팅 전략이었습니다. 이후 4세대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하다 김예진 씨를 발견하게 됐어요. TV홈쇼핑 고객은 주로 30, 40대인데 김예진 씨의 출연으로 10, 20대까지 고객층이 넓어지게 됐습니다.”

김 씨가 처음 대중에 얼굴을 알린 것은 2004년 8월 SBS ‘진실게임’을 통해서였다. 이후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에서 검색어 1위에 오를 정도로 대중의 호기심을 일거에 불러모았다. 이러한 대중적 인기에 힘입어 현재 그의 미니홈피 방문자 수는 총 280만명을 넘어섰다. 하루 방문자만 1만여명. 웬만한 연예인 부럽지 않은 인기다.

미디어 스타로 뜬 ‘4억 소녀’

인터넷 쇼핑몰 ‘립합’의 초기화면(좌)과 김예진 씨 자신이 모델로 나선 신상품 소개 사진.

“성공 비결은 단순해요. 제 자신을 상품화한 거죠.”

인터넷 쇼핑몰 립합에 등장하는 모델은 다름 아닌 김 씨다. 그가 직접 여러 가지 컨셉트를 정해 옷을 갖춰 입고 집에서 디지털 카메라로 셀프 촬영한 사진들을 쇼핑몰에 올린다. 사진에 담긴 그의 몸짓이나 표정도 각양각색인데 모델 뺨칠 정도의 자연스런 포즈와 발랄함이 시선을 끈다. ‘옷발’을 더 받게 하기 위해 최근에는 하루 3시간씩 헬스클럽에서 전문 트레이너의 지도를 받으며 몸매를 관리한다. 그 자신을 모델로 활용한 건 단순히 비용 절감만을 위해서만이 아니었다. 고객이 쇼핑몰뿐 아니라 운영자에게까지 관심을 갖도록 유도한 일종의 판매 전략이었다.

“제가 직접 입어보고 제 마음에 드는 옷만 올려요. 무조건 유행을 따라가는 것도 싫어하고요. 립합은 한마디로 ‘뉴요커 스타일’을 추구해요. 남 신경 안 쓰고 편안하게 입지만 몸에 걸쳤을 때 멋스러움이 느껴지는 게 좋거든요. 잡지나 텔레비전을 보며 상품 개발 연구를 많이 해요.”

“입어보고 마음에 드는 옷만 올려요”

성공 신화의 출발은 무엇보다 그가 ‘옷’자체를 정말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옷은 저를 예쁘게 꾸며주잖아요. 그래서 전 늘 옷에 미쳐 있어요. 아침에 눈 뜨면 잠자리에 들 때까지 옷 생각을 하죠. 아침 7시에 일어나 동대문시장, 백화점을 돌아다니고 거리에서도 남이 입고 있는 옷을 유심히 쳐다봐요. 그렇게 하다 보니까 옷을 잘 고를 수 있는 ‘감각’이 생겼어요.”

그가 인터넷에 처음 가게를 연 것은 2003년 12월, 고3 수험생 시절이었다.

미디어 스타로 뜬 ‘4억 소녀’

현대홈쇼핑 스튜디오에서의 김예진 씨.

“수능이요? 전혀 관심 없었어요. 대학에 갈 필요성도 못 느꼈기 때문에 수능시험도 치르지 않았어요.”

오로지 옷밖에 몰랐고 특히 명품에 관심이 많았다.

“고등학교 때 일제 구제품, 찢어진 청바지를 즐겨 입었는데 다른 친구들보다 좀 튀었어요. 친구들이 ‘그 옷 어디서 샀냐’고 자꾸 묻고 관심을 가져서 제가 몇 번 입었던 중고 옷을 반 친구들에게 팔았죠. 반응이 좋아서 나중에는 아예 동대문시장에서 옷을 사다 친구들에게 팔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모은 돈으로 명품 가방이랑 스니커즈를 살 수 있어 좋더라고요.”

이런 그를 유심히 지켜보던 한 교사가 그에게 ‘인터넷 쇼핑몰을 차려보라’고 권유했고, 그 말이 떨어진 지 이틀 만에 그는 사업자등록증을 내버렸다. 어머니 이영자(51) 씨도 그를 적극 지지해 창업 자금 350만원을 선뜻 내주었다.

“교과서를 덮어버리고 매일 컴퓨터 앞에 앉아 인터넷 카페, 창업 사이트를 뒤지며 창업 준비를 했어요. 잘되는 인터넷 쇼핑몰에 들어가 이유를 연구하기도 하고요. 모르는 게 많아 힘들었지만 계속 밀고 나갔죠. 전 제 자신을 믿었거든요.”

만 18살의 어린 나이에 ‘나 홀로 사장’이 되고 보니 고객들을 직접 상대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고객들이 문의전화를 했다 제 목소리가 워낙 어리다 보니 ‘너 몇 살이니?’ ‘말 놔도 되겠니?’ 하며 무시하는 투의 말들을 많이 했어요. 힘들었죠. 방송 출연 후에는 제가 1년에 몇 억씩 번다는 걸 사람들이 안 믿어줘 속상했어요. 인터넷에 ‘김예진이 사기친다’고 주장하는 안티팬들이 많거든요. 그런 말 들으면 돈 많이 벌어도 우울하죠. 혼자 소규모로 장사할 때가 훨씬 행복했다는 생각도 들고….”

사람들한테 주목받는 만큼 심리적인 부담감도 크다는 그는 스트레스를 감당 못해 한때 폭식증으로 고생하기도 했지만 사업가로서의 열정만큼은 조금도 사그라지지 않았다 한다.

“립합을 국제적인 브랜드로 키우고 싶고 오프라인 매장도 내고 싶어요. 지금은 직원이 6명뿐이지만 수백 명으로 늘어날 날이 곧 오겠죠.”



주간동아 518호 (p84~85)

박윤희/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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