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18

2006.01.10

허걱~ 무승부 생각하다 허 찔려

최종국-최철한 9단(흑) : 뤄시허 9단(백)

  • 정용진/ 바둑평론가

    입력2006-01-09 09: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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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걱~ 무승부 생각하다 허 찔려
    좌변에 어마어마한 돌들이 뒤엉켜 있다. 미리 얘기하면, 이 수상전은 에서 보듯 서로 수를 죄어나가면 3패로 귀결되는 곳이다. 3패란 백1의 곳, 백3의 곳, 흑2의 곳의 패 모양을 말하는 것이고, 이 세 곳을 서로 번갈아가며 따내게 되면 결국 무승부로 처리될 수밖에 없다. 다시 로 돌아가, 따라서 이 바둑은 ‘3패 빅(무승부)’으로 결말날 것으로 믿었고, 이는 세계대회 본선 역사상 처음 발생하는 일인지라 승부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를 두고 고심하고 있었다. 천생 연장전 한 판을 더 치를 수밖에 없다고 여겼는데 이 순간 뤄시허(羅洗河) 9단이 백 △ 로 밀었다. 이에 최철한 9단 또한 양보할 수 없다는 듯 흑 ▲ 로 받았는데 결론부터 얘기하면, 이 수가 패착이 되고 말았다. 어차피 이 바둑은 좌변에 3패가 나면 무승부다. 따라서 흑 ▲ 로 바짝 받을 필요도 없이 흑2의 자리에 늦춰 받았으면 상대가 백1·3의 팻감을 꾀할 여지가 없었다. 흑4까지는 교환해놓고 백5 이하로 슬며시 뒤의 수를 메우기 시작하니 문제가 달라진다.

    백1은 이제 3패를 포기하고 단패로 싸우겠다는 얘기. 이것은 흑이 6 (▲ 의 곳)으로 먼저 때리는 패싸움이기에 백의 자살행위로 보이지만, 뤄시허에게는 ‘믿는 도끼’가 있었다. 백7의 팻감. 다음 흑은 A에 때리는 한 수이고 백은 B로 때려 우변 흑 ▲ 를 잡았다. 이 결과는 놀랍게도, 패싸움으로 좌변 백돌을 몽땅 잡은 흑집보다도 돌아가며 챙겨놓은 백집이 많았으니…. 뤄시허의 정확한 형세 판단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1월 이창호 9단과 펼칠 결승3번기가 기대된다. 293수 끝, 백7집 반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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