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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웰빙? 아니 웰엔딩!

잘 먹고 잘 살고 ‘잘 죽자’

죽음 대비한 다양한 프로그램 인기 … 임종체험·유언장 서비스 등에 ‘너도나도’

  • 이남희/ 신동아 기자 irun@donga.com

잘 먹고 잘 살고 ‘잘 죽자’

잘 먹고 잘 살고 ‘잘 죽자’

전북 무주의 임종체험관에서 저승사자가 참가자를 관에 눕히고 있다.

“사랑하는 나의 남편, 맷! 당신의 큰 사랑에 충분히 보답하지 못해 미안해요. 당신은 정말 멋지고 훌륭한 남편이었어요. 고마워요!”

2005년 12월10일 밤 전북 무주의 임종체험관. 수의(壽衣)를 입은 홍양숙 씨가 오동나무 관 앞에 서서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의 유언장을 읽고 있다. 건강한 모습의 홍 씨가 내일 죽거나 하는 건 아니다. 죽음의 순간에서 삶을 반추해보고자, ‘라이프 컨설팅’(www. life2die.com)의 임종체험 교육에 참가한 것이다.

유언장 낭독을 마친 홍 씨와 다른 참가자들은 자신의 관에 몸을 눕힌다. 그러자 저승사자가 다가와 관 뚜껑을 덮는다. 이승과 완전히 작별하는 순간이다. 관 위에 흙이 뿌려지고, 주변엔 무거운 적막이 감돈다. 죽음이란 근원적 공포와 마주했던 이들은 임종체험에 대해 “무섭지만 삶에 더욱 충실하게 된 계기였다”고 입을 모은다.

“죽음 준비함으로써 삶에 더욱 충실하는 계기”

최근 ‘웰엔딩’ 혹은 ‘웰다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죽음을 대비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죽음을 준비함으로써 삶을 좀더 의미 있게 만들고, 누구나 겪는 죽음을 더욱 아름답게 맞이하자는 움직임인 것이다.



국내 최초로 죽음 준비의 중요성을 설파한 곳은 1991년 발족한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회’(www.kakdang.or.kr·이사장 김옥라)다. 이 단체는 죽음 준비 교육을 통해 죽음에 대한 공포를 없애고, 풍요로운 삶을 모색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죽음의 철학과 죽음 준비 교육의 필요성을 알리는 공개강연회, 슬픔 치유를 위한 소그룹 상담 등을 펼쳐왔고, 2002년부터는 죽음준비교육 지도자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모임의 대표인 김옥라 각당복지재단 이사장은 “죽음은 누구에게나 오는 현실적이고 운명적인 사건”이라며 “죽음을 사랑할 수 있어야 죽을 때 슬프지도 외롭지도 않다”고 말한다.

백제 고찰인 대원사는 ‘죽음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2005년 1월부터 템플 스테이를 진행해왔다. 죽음을 윤회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불교의 가르침은 ‘죽음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삶의 과정’이란 깨달음을 준다. 죽음을 맞이한 자신을 위해 기도하는 바르도 체험, 티벳박물관 관람 등을 통해 참가자들은 마음의 안식과 평화를 얻는다. 대원사의 정혜월 간사는 “불교신자뿐 아니라 일반인의 참여율이 높아지는 추세”라고 전한다.

인터넷 유언장 서비스도 각광을 받고 있다. ‘굿바이메일’(www. goodbyemail.com)은 미리 준비한 유언이나 메시지를 본인 사후에 e메일과 우편으로 전달해주는 인터넷 유언 서비스다. 사고로 갑자기 고인이 되더라도, 인터넷 서버 시스템이 평소에 작성해놓은 유언 메시지를 알아서 지정한 사람에게 전달해준다. 최근 유명인사 40명의 유언장을 공개해 화제가 된 인터넷 사이트 ‘마이윌’(www.mywill.co.kr)은 소비자가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전하지 못했던 메시지를 문자나 동영상 등으로 남길 수 있도록 한다. 특허를 취득한 암호화 프로그램 덕분에 자신이 지정한 사람 외에는 결코 유언이 공개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서비스의 이용자가 2만명이 넘어설 만큼 인터넷 유언 문화는 일상으로 파고들었다.

한국죽음학회 회장인 이화여대 최준식 교수(한국학)는 “과거 죽음을 부정하고 무시했던 한국인이 웰엔딩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바로 가치관의 성숙을 의미한다”며 “죽음을 준비하는 작업은 곧 삶을 숭고하게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주간동아 518호 (p32~32)

이남희/ 신동아 기자 i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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