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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특집Ⅲ|2006 ‘펀드’재테크

별의별 펀드가 다 있네!

주식형 외에 부동산·채권·원유·외화증권 등 다양 … 투자자 입장 따라 선택의 폭 ‘활짝’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별의별 펀드가 다 있네!

별의별 펀드가 다 있네!

2005년 10월4일 영화배우 이정재, 신은경, 김민희(왼쪽 사진 시계 반대 방향으로)가 한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엔터테인먼트 펀드에 가입하고 있다.

1989년 남미 여러 나라에 거액을 물린 미국의 주요 상업은행들은 못 받게 된 대출금을 한데 묶어 미국 정부가 지급보증을 선 채권으로 전환시켰다. 그리고 이들 채권의 일부를 일반 대중에게 팔거나 뮤추얼펀드 혹은 연금펀드에 팔았다.

이에 따라 일반 사람들도 갑자기 멕시코, 브라질, 아르헨티나의 외채 일부를 소유하거나 소유할 수 있게 됐다. 직접 이 채권을 사지 않았다 해도 이들이 가입해 있는 연금펀드나 뮤추얼펀드를 통해 간접적으로 소유하게 됐다. …이후 사람들은 남미 국가들의 성과를 지켜보며 매일 이들 채권을 사고판다. 이는 남미 국가들이 매일같이 세계시장에서 평가받고 있다는 뜻인데, 이런 평가를 하는 주체는 남미 국가들에서는 도저히 통제할 수 없는 수많은 외국인들이다.” (토머스 L. 프리드먼,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중에서)

‘수많은 외국인들’ 가운데는 당연히 한국의 투자자들도 포함된다. 펀드평가회사인 한국펀드평가㈜ 김휘곤 펀드평가팀장은 “지난해 말부터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내놓은 해외투자펀드는 보유 종목에 대한 정보를 정확하게 공개하지 않아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남미 국가들이 발행하는 채권도 투자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계화 시대의 한 단면인 셈이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2005년 6월 말 현재 국내 운용사가 운용 중인 해외펀드(국내 판매사들은 해외투자펀드, 재간접투자펀드, 펀드 오브 펀드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수탁고는 국내외 혼합형을 포함해 8조4000억원 정도에 이르고 있다. 외국 자산운용사가 조세회피지역에 설립한 펀드에 투자하는 역외펀드 수탁고는 4조1500억원이었다. 이렇게 보면 우리나라에서 해외에 투자되고 있는 펀드 규모는 12조~13조원 수준이 된다.

해외펀드도 관심 급상승 … 우리나라 투자 규모 12조~13조원



해외펀드 투자는 환위험 등이 있긴 하지만 분산 투자 측면에서 바람직한 현상이라는 게 증권가의 일반적인 평가다. 한국 시장이 세계 전체 시장 규모의 3%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측면에서 더욱 그렇다는 것. 김휘곤 팀장은 “2002년 9300억원이던 역외펀드 규모가 2003년 2조8000억원으로 증가하는 등 급격히 증가했으나 2004년 상반기 이후 국내 운용사들이 해외펀드를 내놓기 시작하면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해외펀드는 부동산펀드, 주가연계형(ELS)펀드와 함께 투자자들의 사랑을 받은 3대 펀드 중 하나다.

물론 올해 들어 가장 각광받은 펀드는 단연 적립식 펀드다. 펀드평가사 제로인 신중철 상무는 “적립식이란 투자 행태를 지칭하는 것일 뿐이고, 펀드는 투자 대상이나 운용 기법에 따라 분류하는 게 보통이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여 적립식으로 펀드에 유입된 자금은 대부분 주식형 펀드에 투자됐다.

2005년 11월 말 현재 수익증권의 전체 수탁고는 170조570억원(신탁형 제외). 이중 주식형 펀드 규모는 19조7520억원이었다. 전체 수탁고 가운데 주식형 펀드가 10%를 상회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과거에는 5~6% 수준에 불과했다. 한국증권연구원 김재칠 연구위원은 “펀드 투자가 활성화됐다는 것은 기관투자가가 주식시장을 주도한다는 얘기이고, 기관투자가는 개인 투자자보다 주식 보유 기간이 길기 때문에 증시의 가격 변동성이 낮아져 결국 위험성도 줄어든다”고 평가했다.

별의별 펀드가 다 있네!

적립식 펀드 열풍이 불면서 은행, 증권사 등 금융기관들은 펀드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금융기관 지점이 입주해 있는 서울 강남의 한 빌딩.

올해 각광받은 또 하나의 펀드는 부동산, 선박 등에 투자하는 실물펀드였다. 그중에서도 부동산에 투자한 부동산펀드가 인기를 끌었다. 자산운용협회 김정아 홍보실장은 “실물에 투자하는 다양한 펀드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아직은 부동산펀드만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2005년 12월16일 현재 순수 부동산펀드 수탁고는 2조4550억원. 그리고 특별자산펀드 수탁고 1조2370억원 가운데 1조원 정도가 부동산에 투자된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부동산펀드는 아직 정착이 안 된 상태. 초기에는 부동산펀드의 실적도 괜찮았지만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으로 인해 펀드를 모집했으나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한 경우마저 생겨났다. 신중철 상무는 “일부 부동산펀드 가운데는 투자 대상을 찾지 못해 전체 펀드 중 일부만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는 설정된 지 얼마 후 해산된 부동산펀드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초기 부동산펀드는 펀드로서의 기능을 다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부동산펀드란 불특정 다수로부터 모은 자금을 부동산에 투자하고 실적에 따라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는 것.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프로젝트 파이낸싱’ 형태로 부동산 개발 시행사나 시공사에 시중금리 이상을 보장받고 대출해주는 식이었다.

판매보수 논란으로 멀티클래스 인기

올해 또 인기를 끌었던 ELS는 2005년 12월16일 현재 12조원 정도의 수탁고를 기록하고 있다. 김정아 홍보실장은 “외국의 경우 주식형이나 채권형 등 전통적인 형태의 펀드가 많은데, 우리는 ELS 등 파생상품 펀드가 많은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우리나라 투자자들이 손실을 보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들어 투자자들에게 관심을 끌고 있는 멀티클래스 펀드는 투자 기간이 길고, 투자 금액이 많을수록 저렴한 수수료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2005년 10월 말 현재 41개가 운용되고 있으며 설정 규모는 3조7700억원으로 집계됐다. 8월 말 이후 불과 두 달 만에 펀드 수 10개, 설정 규모 1조원 정도가 증가했다. 최근 멀티클래스 펀드는 높은 수수료가 논란을 일으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통적으로 펀드는 주식이나 채권, 또는 주식과 채권에 혼합 투자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이러한 펀드의 투자 대상이 다양해진 것은 2004년 6월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이 시행되면서부터였다. 이 법 시행 이전에는 펀드의 투자 대상 자산은 주식, 채권 등 유가증권과 장내 파생상품, 기업어음, 외화증권 등이었다. 그러나 이 법 시행 이후 기존의 투자 대상 외에 장외 파생상품, 부동산·금·원유 등의 실물자산과 또 다른 펀드,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추가됐다. 투자자 처지에서는 펀드 선택 폭이 넓어진 것.

그리하여 소비자들의 투자 수요에 맞는 상품을 개발하는 자산운용사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가 정착돼가는 것으로 보인다.



주간동아 2006.01.03 517호 (p56~57)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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