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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특집Ⅲ|2006 ‘펀드’재테크

‘적립식 펀드’ 열풍은 계속!

주식형, 평균 수익률 55% 재테크 효자 노릇 … 국민 자산구조 점차 저축에서 투자로

  • 이완배/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roryrery@donga.com

‘적립식 펀드’ 열풍은 계속!

‘적립식 펀드’ 열풍은 계속!

최근 증권시장의 활황을 타고 펀드 투자 붐이 일고 있다. 12월14일 서울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강당에서 열린 한 투자설명회에 참석한 투자자들.

폭풍처럼 몰아쳤던 코스닥 열풍이 지나가고 증시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진 2001년 초. 제일투자신탁증권 김정래 투자분석팀장은 전략보고서와 언론 기고 등을 통해 ‘달러 코스트 애버리지(dollar cost average)’라는 개념을 국내 증시에 처음 소개했다. 하지만 ‘달러’와 ‘비용(cost)’, ‘평균(average)’이라는 세 단어의 이상한 조합에 대해 이해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김 팀장의 설명은 이랬다.

“복잡하게 시황 연구하고 주식투자 타이밍 찾으려 하지 말라. 돈이 있다면 시황과 상관없이 매달 일정한 금액으로 업종 대표 주식을 꾸준히 사 모아라. 이렇게 나눠서 장기간 투자하면 한 번에 몰아 투자하는 것보다 훨씬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달러 코스트 애버리지 효과다.”

당시만 해도 한국 증시에서는 기업의 실적에 근거한 정석 투자보다 단기간에 치고 빠지는 이른바 모멘텀 투자가 주류를 이뤘다. 루머와 작전도 난무했다. 기업의 재무제표보다 주로 투자 타이밍을 고르는 데 유용한 차트를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투자 타이밍에 신경을 쓰지 말라니! ‘될 것 같다’는 감이 오면 한 번에 질러야지 뭘 나눠서 투자하라는 건지. 사람들은 김 팀장의 주장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한 선각자의 외로운 주장은 이렇게 세간의 비웃음을 사며 묻혀버렸다. 하지만 그로부터 4년이 지난 2005년 ‘나눠서 투자하라’는 투자 개념은 한국 증시의 체질을 완전히 바꿔놓은 적립식 펀드 열풍의 씨앗이 됐다.

마술 같은 투자 기법, 정액 분할 투자

■ 달러 코스트 애버리지를 우리말로 옮기면 ‘분할 정액 투자’ 정도가 된다. 한국에 도입된 지는 5년이 안 됐다. 하지만 기업 연금(퇴직연금)이 발달해 매달 조금씩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일상화된 미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정착된 투자 기법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주식에 투자할 때에는 한 번에 몰아서 투자하지 말고 기간을 정해 일정한 금액을 나눠서 꾸준히 투자하라는 것이다. 올해 최고의 인기 투자 상품으로 떠오른 적립식 펀드도 바로 이런 분할투자에 근거해 만들어졌다.

일반인들은 분할투자가 그저 과거에 은행 적금하는 것처럼 주식을 꾸준히 사 모으는 단순한 개념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분할 정액 투자는 그런 ‘꾸준함’을 능가하는 마술 같은 장점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바로 나눠서 투자할 경우 몰아서 투자하는 것보다 투자 수익률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다소 복잡한 듯 보이지만 적립식 펀드의 장점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사례를 이해해둘 필요가 있다.

‘적립식 펀드’ 열풍은 계속!

한 투자자가 연금형 펀드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1만원을 갖고 있는 투자자가 주당 가격이 100원인 A기업 주식을 사려고 한다. 한 번에 사면 100주를 살 수 있다. 이 주식이 한 달 뒤 150원으로 올랐다가 다음 달에는 50원으로 떨어졌다가 그 다음 달에는 다시 100원으로 돌아왔다고 가정하자. 쉽게 말해 주가가 한 달 뒤 50% 올랐다가 다음 달에는 50% 떨어졌고 그 다음 달에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 경우 1만원으로 100주를 산 투자자의 석 달 뒤 수익률은 당연히 0%이다. 100원이었던 주가가 오락가락하긴 했지만 결국 100원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1만원을 셋으로 나눠 처음에는 4000원, 다음 달에 3000원, 그 다음 달에 3000원씩 투자한다고 가정하자. 주가가 100원이었던 첫 달에는 4000원을 사용한다. 이때에는 40주를 살 수 있다. 다음 달에는 주가가 150원으로 올랐다. 투자하기로 한 3000원을 다 쓰면 20주밖에 못 산다. 그 다음 달에는 주가가 50원으로 떨어졌다. 이번에는 투자하기로 한 3000원으로 60주를 살 수 있다.

그리고 다시 주가가 100원으로 돌아온 마지막 달을 보자. 이 투자자가 전부 사 모은 주식 숫자는 120주(40주+20주+60주). 주가가 100원이니 총 평가액은 1만2000원(120×100원)이 된다. 주가가 단지 출렁거렸을 뿐인데, 나눠서 투자하면 원금 1만원이 1만2000원으로 불어나는 것이다.

이 신기한 마술의 원리는 간단하다. 매달 일정한 금액을 나눠서 투자하면 주가가 올랐을 때에는 주식을 많이 살 수 없게 된다. 반대로 주가가 내렸을 때에는 같은 돈으로도 더 많은 주식을 살 수 있다. 결국 이를 모두 평균해보면 주가가 쌀 때 많이 사고 비쌀 때 적게 산다는 결론이 나온다. 쌀 때 더 많은 물량을 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수익률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적립식 펀드, 한국을 뒤바꾸다

■ “언제까지 사실 계획이에요?”

푸르덴셜생명의 라이프플래너 오종윤 씨는 만나는 사람마다 대뜸 이렇게 물어본다. 투자전문가라고 상담을 받으러 갔더니 “건강해 보이시네요. 아흔까지는 사시겠는데요”라며 수명부터 계산하고 있다.

주식투자는 오랫동안 떼돈을 벌거나 혹은 패가망신을 하는 도박판으로 알려졌다. 오죽하면 ‘보증 금지’와 ‘주식 금지’를 양대 가훈으로 삼는 가문이 있다는 말까지 떠돌았을까.

하지만 오 씨는 1만원으로 2만원을 버는 것이 주식투자가 아니라고 말한다. 진정한 투자는 자신의 인생 계획을 먼저 세우고 그 계획을 근거로 자산 설계를 한 뒤 주식을 사는 것이다. 분할투자, 분산투자, 장기투자는 그가 내세우는 주식투자의 큰 원칙이다.

‘펀드 전도사’로 불리는 한국펀드평가 우재룡 사장도 마찬가지 의견이다. 그는 “의학의 발달로 수명이 길어졌는데, 이건 인생에서 대단한 리스크(위험)”라고 겁을 준다.

“오래 사실 것 같으세요? 그러면 노후 대비는 하셨어요? 못 하셨죠? 그것 보세요. 오래 사는 것은 축복이 아니라 리스크입니다.”

그는 ‘오래 사는 위험’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적립식 펀드가 유일한 대안이라고 단언한다. 지금 꾸준히 적립식으로 투자하지 않으면 나이 일흔을 넘었을 때에는 속수무책으로 자녀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적립식 펀드는 3년 이상 투자하는 단순한 장기 상품이 아니다. 30대 직장인이라면 노후를 대비해 20년 이상 투자해야 할 ‘슈퍼 울트라 메가 특급 초장기’ 상품인 것이다.

올해 주식투자는 여타의 재테크 상품을 제치고 최고의 수익률을 올렸다. 12월16일 기준으로 올 한 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55.64%를 기록했다. 강남지역 부동산(23.7%)의 갑절이 넘었다. 채권, 금 등과는 아예 상대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에 혹해 주식투자를 하는 것은 오히려 좋지 않다는 조언이 많다. 그러나 지나간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 매달 꾸준히 투자하는 적립식 펀드의 강점은 1년 만에 떼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20년 동안 안정적인 수익을 안겨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적립식 펀드의 진가가 발휘될 2006년

■2005년은 적립식 펀드에 가입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해였다. 전문가들은 2006년이 적립식 펀드의 진정한 가치가 빛을 발하는 본격적인 원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이미 펀드 계좌 숫자는 900만개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한 집 걸러 한 가구가 펀드 계좌를 갖고 있는 셈이다. 또 적립식 펀드 계좌는 이미 500만개를 넘어섰다.

반면 한국은행에 따르면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금융자산 가운데 은행 예금의 비중은 2002년 3월 62.42%에서 2005년 3월 57.70%로 4.71%포인트나 감소했다. 국민 자산구조가 예금에서 투자로 바뀌고 있고 그 중심에 적립식 펀드가 있는 것이다.

적립식 펀드에 쌓이는 돈은 해가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올해 매월 100만원씩 넣은 투자자는 수익률이 20%가 넘었어도 정작 계좌에 불어난 돈은 120만원 정도다. 크게 벌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 투자자 계좌는 내년 최소 1300만원 이상이 쌓인 상태에서 출발한다.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돈이 불어나는 모습이 눈에 보이게 된다.

적립식 펀드의 안정적인 수익이 위력을 발하고, 기업 연금이 본격적으로 가동하면 2006년은 국민 자산구조가 저축에서 투자로 변하는 큰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주간동아 2006.01.03 517호 (p54~55)

이완배/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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