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05

2005.10.11

“나는 자랑스런 미국인입니다”

  • 이종현/ 골프칼럼니스트

    입력2005-10-05 16:49: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얼마 전 미국과 유럽 여자골프대항전인 솔하임컵대회가 열려 미국의 승리로 끝난 바 있다. 미국의 승리에 결정적인 힘을 보탠 선수는 바로 지난해 핀크스컵 한·일여자골프대항전에 한국 대표로 출전했던 김초롱(크리스티나 김)이다.

    김초롱은 이번 솔하임컵대회에 출전한 기쁨을 인터뷰를 통해 “나는 자랑스런 미국인”이라고 밝혀 국내 골퍼들을 당황시켰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김초롱은 핀크스컵 한·일여자골프대항전에 한국 대표로 선발된 뒤 국적 논란이 일자 눈물을 흘리며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단 하루도 잊지 않았다”면서“태극마크를 달고 조국을 위해 뛰고 싶었다”고 호소한 바 있다.

    그랬던 김초롱이 이번 솔하임컵대회에서 골프화, 팔 등에 성조기를 붙이고 페이스 페인팅까지 하며 미국인보다 더 미국적인 행동을 했다.

    국내 골프팬들은 지난해 인터뷰 장면을 떠올리며 도대체 김초롱의 정체성이 뭐냐는 강한 의구심을 가졌다. 배신감마저 느꼈다는 골퍼들도 있다.



    김초롱을 비롯한 일부 선수들이 한국과 미국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것은 외국기업과 스폰서 체결을 하는 것보다 한국 기업과 하는 것이 액수에서 2, 3배 높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아버지가 한국인이고 어머니가 동남아시아 출신임에도 A 선수는 동남아시아 국적을 택해 살아왔다. 그러나 프로 전향에 임박해 다시 한국 국적을 취득해 한국인임을 강조했다. 그런가 하면 버젓이 미국 국적을 취득하고도 한국에 와서는 한국 국적을 가진 한국인 행세를 하는 선수도 있다.

    한국인 고집 박지은 선수 대견

    현재 이중국적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 10여명은 김초롱과 비슷한 갈등을 하며 국가 선택을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국내 기업과 협회, 언론 그리고 골퍼들도 ‘애국심’ ‘조국애’ 등에 호소하는 이중국적자들에 대해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우리는 정(情)에 약해 이들을 쉽게 받아들이곤 또 쉽게 상처를 받는다.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가 김초롱을 끌어안고 국가대표로 발탁했기에 이번 솔하임컵을 통해 씁쓸한 뒷맛과 상처를 입어야 했다.

    조령모개(朝令暮改)란 말이 있다. ‘아침에 명령을 내리고서 저녁에 다시 바꾼다’는 뜻이다. 여자 프로골퍼들에게 한국 기업은 분명 매력 있는 스폰서다. 박세리, 박지은, 김미현 등 톱 골퍼에게도 미국 기업보다 한국 기업이 유리하다.

    하지만 스폰서가 목적이라면 더는 코리아를 외치지 말라.

    1년도 안 돼 자신의 국적을 바꾸며 그때그때 상황을 유리하게 만들어가는 얄팍한 상술이 깔린 행동은 모처럼 만에 만개한 한국 골프에 독이 될 따름이다.

    그런 면에서 숱한 미국 국적 취득 제의를 받고도 한국 선수로 남아 활동하고 있는 박지은(오른쪽 사진)이 보기 좋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