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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말부록|장하다! 코리안 빅리거

메이저리그 덮친 ‘코리아 돌풍’

투수 4인방 시즌 후반기 눈부신 활약 … 차곡차곡 승리 챙기고 “내년 선발 찜”

  • 송재우/ 메이저리그 칼럼니스트 orin4@xportstv.com

메이저리그 덮친 ‘코리아 돌풍’

2005 메이저리그 시즌 개막 당시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았다. 3년간의 부상과 부진으로 재기가 불투명했던 박찬호, 그라운드 안팎의 소동으로 보스턴의 천덕꾸러기가 된 김병현, LA다저스로 트레이드된 뒤 모습을 보기 어려웠던 최희섭. 그리고 서재응과 김선우는 아예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맞이해야 했다. 하지만 시즌을 채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지금, 이들의 비상(飛上)이 심상치 않다. 5개월여를 달려온 이들은 예상과 너무도 다른 모습으로 풍성한 가을을 만들어가고 있다. 메이저리그 속 한국인 전사들의 올 시즌을 점검하고 조심스럽게 내년 시즌을 전망한다.

박찬호, 부활인가 행운인가

2001 시즌 마감 후 텍사스 레인저스로 이적한 박찬호에게 지난해까지 3년간은 부상과 부진으로 점철된 고통의 시간이었다. 5년간 6500만 달러를 받는 텍사스팀 역사상 최고액 투수라는 심적 부담까지 작용하면서 끝을 알 수 없는 수렁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올 시즌은 출발부터 달랐다. 4월14일 LA 에인절스에 첫승을 거둔 것을 시작으로 메이저리그 최강인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를 연파하며 재기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그러나 6월5일 캔자스시티 로열스를 상대로 메이저리그 통산 100승을 얻어냈지만 바로 이달부터 기복이 심한 투구 내용을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박찬호는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코앞에 둔 7월30일 토론토 원정 경기의 시작 30분을 앞두고 트레이드를 받아들여 샌디에이고 파드레스로 옮기게 됐다. 본인이 원하던 내셔널리그, 그것도 캘리포니아에 연고를 둔 팀으로 이적한 데 대해 그는 만족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리고 2001년 이후 처음으로 두 자리 승수를 올렸다. 지난 4년 가운데 최고의 성적을 거둔 해가 된 것이다(표 참조).

그는 투심 패스트볼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홈런 맞는 비율을 눈에 띄게 줄였지만, 방어율 부문에서는 여전히 불안감을 보이고 있다. 그의 높은 방어율은 몇몇 경기에서 초반에 심하게 난타당하면서 올라간 것이다. 이 같은 성적은 선발투수들의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는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자책점 3점 이하)를 27번 선발 등판해 여덟 번밖에 기록하지 못한 것에서 여실히 확인된다.



아직 5~6회 정도의 선발 등판이 남아 있는 박찬호에게 9월의 의미는 남다르다. 4년 만에 풀 시즌을 부상 없이 뛸 수 있게 됐다는 자신감을 회복했기 때문이다. 그는 포스트 시즌을 향해 전력 투구하고 있는 팀에 필요한 투수가 되어야 한다. 전 소속팀인 텍사스에서 일부 연봉을 보조한다고 해도 그는 팀 내 최고 연봉 선수 중 한 명이다. 따라서 어떻게 마무리를 하느냐에 따라 팀에 남게 될지 아니면 오프 시즌에 다시 트레이드 시장에 나오게 될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의 홈구장인 펫코 파크는 투수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속구 투수에서 다양한 볼 배합을 위주로 하는 투수로 전환하고 있는 박찬호가 내년에도 샌디에이고에 남아 있게 된다면, 내년 그의 성적은 올해보다 훨씬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



서재응은 2003년 데뷔 첫해를 화려하게 장식했으나 이 기세를 오래 끌고 가지 못했다. 지난해부터 구위가 떨어지고 릭 패터슨 투수 코치와의 불화설이 나돌며 국내로 복귀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았다. 때문에 올 시즌의 출발도 순탄치 않았다. 마이너리그 트리플A팀에서 시즌을 맞은 것. 그러나 자세는 달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감정적으로 불편한 것을 숨기지 않았던 서재응은 올 시즌엔 ‘마인드 컨트롤’을 하며 시즌 내내 꾸준한 페이스를 보였다. 그리고 시즌 막판, 이에 대한 보상을 받았다. 데뷔 이후 최고의 상승세를 타고 있는 올 시즌과 인상적이었던 2003 시즌을 비교해보자.

올해 경기 수는 2003 시즌의 4분의 1 수준이지만 승수는 이미 7승(9월9일 현재)이다. 컨트롤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들었던 2003 시즌보다 경기당 볼넷은 오히려 줄었고 삼진은 늘어났으며 피안타는 눈에 띄게 줄었다. 이러한 수치는 승수와 방어율에서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과거 직구와 체인지업에만 의존하던 모습에서 벗어나 컷패스트 볼과 스플리터까지 다양하게 구사하고 있는 것. 새로운 구질의 위력보다는 다양한 구속 변화와 더 날카로워진 직구 컨트롤이 이 같은 호조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3년차인 서재응의 내년 연봉은 오를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팀에 부담이 될 정도는 아닐 것이다. 올 시즌을 잘 마무리하기만 한다면 2004년과 마찬가지로 내년에도 선발 자리를 확보해 스프링 트레이닝(프로 야구팀의 봄철 훈련)에 임할 수 있다. 만약 오프 시즌 동안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된다고 해도 많은 팀에서 손짓을 할 것이므로 주가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뉴욕 메츠는 두 자리 승수가 가능하고 상대적으로 몸값이 낮은 서재응을 쉽게 시장에 내놓지 않을 것이다. 서재응은 두 번째로 찾아온 붙박이 선발의 기회를 확실히 살려야 한다.



김선우, 선발 가능성 타진

올 시즌 한국인 메이저리거 중 가장 극적인 ‘엑소더스’를 만들어가고 있는 선수는 바로 콜로라도 로키스의 김선우다. 좋은 구위에도 워싱턴 내셔널스 시절 프랭크 로빈슨 감독의 ‘Dog House(감독들에게 밉보인 선수들)’에 분류돼 이렇다 할 기회조차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로키스로 옮겨가자 내년 시즌엔 선발투수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팀 이적 후 김선우의 한풀이 마당이 신명나게 펼쳐진 것이다.



시속 150km 초반 스피드에 공 끝의 변화가 심한 직구, 날카로운 슬라이더, 그리고 커브와 스플리터로 무장한 김선우의 구위는 진작부터 선발감이란 평가를 들었다. 그럼에도 붙박이 선발 기회를 잡지 못했고, 모처럼 잡은 기회도 날리곤 했다.

올 시즌이 끝나면 그는 연봉 조정 신청 자격이 생기기 때문에 그가 콜로라도에 남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서재응과 마찬가지로 아직은 높은 연봉을 받기는 이른 시기이며 또 김병현과 마찬가지로 쿠어스 필드에서 인상적인 투구를 계속하고 있어, 9월을 깔끔하게 마무리한다면 콜로라도는 물론 여러 팀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한 시즌을 버틸 수 있는 확실한 체력 보강이 이루어진다면 그 역시 두 자리 승수를 쌓는 선발 자리는 그리 멀어 보이지 않는다.

김병현, FA 대박 터뜨릴까

‘풍운아’라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은 김병현. 그는 스물 나이에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2002년 36세이브를 거두고, 남들은 서보지도 못한 월드시리즈에서 우승 반지를 두 번이나 끼어본 행운아다. 하지만 데뷔 7년차인 김병현의 빅리그 항해는 순탄치만은 않았다. 선발에 대한 강한 집착으로 2003년 선발 마운드에 섰지만 부러진 배트에 다리를 맞아 부상을 당하고 그 후유증으로 오랫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다.

또 보스턴에 트레이드된 뒤 좋지 않은 매너와 오해가 뒤범벅되며 정신적으로 심한 고통을 받았고, 올 시즌을 앞두고는 ‘투수들의 무덤’으로 알려진 고지대 팀 콜로라도 로키스로 트레이드됐다. 로키스에서도 부진은 계속됐다. 마무리 투수로의 영광을 염두에 두고 불펜 투수(계투용 투수)로 기용됐지만 성적은 바닥을 헤맸다.

그러나 반전(反轉)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기존 선발투수의 부상으로 ‘땜빵’으로 기용된 기회를 확실히 살려나간 것. 김병현은 선발로 등판했을 때의 성적이 불펜 때의 성적보다 훨씬 좋다. 홈경기 방어율은 4.56인데, 이는 홈구장의 ‘악명’을 감안하면 매우 뛰어난 성적이 아닐 수 없다.

빠른 볼과 빠른 슬라이더 등 강공으로 일변하던 불펜 투수 시절의 패턴에서 벗어나 싱커와 체인지업의 적절한 배합으로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는 법을 터득한 것이 재기의 원동력이 되었다. 김병현은 이번 시즌을 끝으로 다시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는다. 콜로라도는 적정한 가격이면 그를 잡고 싶다는 뜻을 이미 밝혔지만 저예산 팀이라 한계가 있다.

쿠어스 필드에서 살아남은 투수라는 프리미엄은 FA 시장에서 상당히 흥미롭게 작용할 전망이다. 그가 공들여 만들어가고 있는 강약 조절 템포만 완성된다면 내년 시즌에서는 선발투수로서 두 자리 승수를 올릴 수 있을 것 같다.



풀 타이머 2년차를 보내고 있는 최희섭의 2005년은 아쉽지만 지난해의 재판이 되고 있다. 최희섭은 한 경기에 3개의 홈런을 몰아쳐 기대를 한껏 부풀려놓았으나 6월 말부터 선발 출장 기회가 뜸해지면서 완전히 벤치 멤버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최희섭이 부진한 원인에는 여러 설이 있다. 과거 일본 프로야구에서 뛸 때 짐 트레이시 감독의 동양 선수 차별 때문이라는 설도 있고, 최희섭이 찬스에 약하다는 기록 근거설도 있다.

실제로 최희섭의 득점권 타율은 0.211에 그쳐 미래 중심 타선이 되기엔 분명 미흡한 점이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최희섭은 기록상 지난해보다 나아진 점을 찾기 어렵다. 지난해보다 한결 좋아진 좌투수 대비 성적이나 대타 타율, 변화구 대처 등을 감안하면 더욱 아쉬움이 남는 성적이다.

포스트 시즌에서 멀어지고 있는 다저스의 트레이시 감독이 내년 시즌을 겨냥하여 젊은 선수 위주의 기용을 하지 않는다면 최희섭의 내년 시즌은 안개 속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게다가 트레이시 감독은 유임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최희섭이 빛을 보기는 더욱 어려울 듯. 또 트레이시 감독이 오프 시즌에 베테랑 1루수 영입을 관철하면 최희섭의 위치는 위태로워질 수 있다. 찬스에 강한 면모를 보이고 슬럼프 기간을 줄이지 않는다면 내년 최희섭의 성적 향상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최희섭은 잠재력이 있다. 참을성을 가지고 그를 꾸준히 기용한다면 충분히 25개 홈런, 2할6푼대의 타율에 70타점을 기록할 것이라는 점을 팀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은 막판 피치를 올리고 있다.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페넌트레이스의 대미를 어떻게 장식하느냐에 따라 이들에 대한 내년 전망이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지금의 여세를 몰아 2006 시즌을 장밋빛으로 열어가길 기대해본다.







주간동아 2005.09.20 503호 (p182~186)

송재우/ 메이저리그 칼럼니스트 orin4@xportstv.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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