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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쇼크 하이브리드 카 ‘질주’

환경 규제 때문에 개발 이젠 연비 좋은 차로 각광 … 미국 업체가 시장 선도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고유가 쇼크 하이브리드 카 ‘질주’

고유가 쇼크 하이브리드 카 ‘질주’

2004년 10월 환경부와 현대차 관계자들이 현대자동차가 환경부에 납품한 클릭 하이브리드 카를 둘러싸고 손을 흔들고 있다.

2007년 9월, 인천 남동공단에서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김명성(가명) 씨는 큰 맘 먹고 일제 하이브리드카를 6000만원에 구입했다. 주변의 눈도 있고 해서 일제 차를 산다는 게 찜찜하긴 했지만 사업상 자주 만나는 한 중소기업인의 적극적인 권유로 마음을 굳힌 것. 이 중소기업인은 다른 기업인들도 국산 중형 승용차에서 일제 하이브리드 카로 바꾸는 추세라고 하였다. 물론 국산 하이브리드 카도 있지만 아직은 기술력에서 일제 하이브리드 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

김 씨가 이런 결심을 하게 된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치솟는 석유값 때문.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선을 넘어서면서 국내 휘발유 값이 ℓ당 2000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견실하게 사업을 꾸리고 있다고는 하지만 업무차 서울과 부산을 자주 오가는 김 씨로서는 휘발유 값이 상당한 부담으로 느껴지는게 사실. 여기에 기름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잇따른 언론 보도가 김 씨의 결심을 재촉했다.

내년부터 국내시장 쟁탈전

김 씨의 계산은 간단했다. 초기의 자동차 구입비는 국산 차보다 훨씬 비싸지만 유지비가 적게 들어 몇 년 안에 그 비용을 뽑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 씨가 구입한 일제 하이브리드 카의 연비는 1ℓ당 20.8km여서 마티즈 같은 국산 경차와 비슷하다. 김 씨는 승용차를 바꾼 이후 국제유가 폭등 소식을 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이는 2년 후의 상황을 가상해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공상’ 수준의 얘기는 아니다. 얼마든지 실제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국제유가만 해도 그렇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일부에서 배럴당 100달러 전망을 내놓았을 때 현실성이 없다는 조롱 섞인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이제는 정말 그런 상황이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고유가 쇼크 하이브리드 카 ‘질주’

미국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일본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카 프리우스.

문제는 고유가 전망이 미국 남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 때문만은 아니라는 데 있다. 전문가들은 구조적인 원인 때문에 배럴당 20달러 안팎의 저유가 시대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한국석유공사 구자권 해외조사팀장은 “△여유 공급 능력 소진 △중국 등 개발도상국의 수요 급증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고유가 정책 △석유 생산비의 증가 등으로 고유가는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따라서 소비자들이 연비(燃比)가 좋은 차를 선택하는 것은 당연지사. 같은 양의 휘발유로 더 많은 거리를 달릴 수 있는 차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소비자들의 욕구를 만족시켜 주는 차가 바로 하이브리드 카다. 원래 강화되는 환경 규제를 만족시키기 위해 개발된 하이브리드 카가 본격적인 고유가 시대를 맞아 연비 좋은 차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고유가 쇼크 하이브리드 카 ‘질주’

9월7일 준공식을 가진 현대·기아차 환경기술통합연구소 내부를 둘러보고 있는 초청 인사들.

앞의 가상이 현실성을 갖는 대목은 또 있다. 내년부터 국내 시장에서도 본격적으로 하이브리드 카 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가 현재 베르나 후속 모델(MC)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 올 하반기에 350대 정도를 시범생산한 뒤 내년 하반기부터 양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또 2007년에는 중형 하이브리드 카를 양산하고 2010년까지 3000억원을 투자, 연간 30만대의 하이브리드 카 양산 체제를 갖춘다는 방침이다.

현대차는 그동안 축적해온 하이브리드 카 기술을 바탕으로 국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산이다. 현대차가 처음 하이브리드 카를 선보인 것은 95년 제1회 서울 모터쇼에서였다. 물론 컨셉트 카 수준이었다. 이후 1999년 아반떼, 2000년 베르나 하이브리드 모델을 개발한 데 이어 2002년엔 카운티 하이브리드 전기 버스를 생산해 월드컵 기간에 시범운영하기도 했다.

투자 확대 현대차도 발빠른 움직임

현대차가 본격적으로 생산한 하이브리드 카는 지난해 10월 환경부에 50대를 납품한 클릭이다. 2003년 5월부터 16개월 동안 매달 106억원을 투입해 개발한 하이브리드 클릭은 휘발유 1ℓ당 18km를 주행, 기존 모델에 비해 50% 이상의 연비 향상을 기록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하이브리드 카의 기술 수준은 그 차의 연비에 의해 평가된다는 점에서, 현대차 하이브리드 카는 아직은 일제 하이브리드 카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분석한다.

고유가 쇼크 하이브리드 카 ‘질주’

포드의 하이브리드 카 이스케이프.

실제 현대차 하이브리드 클릭의 연비는 휘발유 1ℓ당 18km인 반면 일본 도요타의 대표적 하이브리드 카인 프리우스는 일본 모드로는 휘발유 1ℓ당 35.5km이고, 미국 모드로는 25.5km이다. 배기량이 더 크지만 연비는 클릭 하이브리드보다 훨씬 더 좋다.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카 기술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도요타는 현재 가장 앞선 하이브리드 카 기술을 자랑하고 있어 지금 당장 현대차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현대차도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미 2003년 6월 글로벌 환경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환경경영 선포 이후 환경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현대차가 짧은 기간에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가 됐듯 하이브리드 카 등 친환경 차량 개발에서도 곧 세계적인 수준에 다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9월7일 준공식을 한 세계 자동차 업계 최초의 환경기술 통합 연구소는 그 전초기지가 될 전망이다.

고유가 쇼크 하이브리드 카 ‘질주’

혼다의 대표적인 하이브리드 카 인사이트.

이런 점에서 내년 하반기 국내 시장을 놓고 한국과 일본의 간판 자동차 기업이 펼칠 하이브리드 카 시장 쟁탈전이 벌써부터 흥미를 끌고 있다. 일본 도요타 자동차는 내년 8월 렉서스 하이브리드 모델을 한국 시장에 투입하겠다고 최근 공식 발표했다. 혼다자동차 역시 내년엔 한국 시장의 하이브리드 카 시장을 두드릴 예정이다. 소비자로서는 선택의 폭이 그만큼 넓어진 셈이어서 반가운 일임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하이브리드 카의 생명력은 어느 정도일까. 하이브리드 카는 ‘일시적인 유행’에 그치는 것 아닐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이 점에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하이브리드 카란 석유연료를 사용하는 엔진과, 전기로 동력을 발생시키는 모터를 함께 장착한 차량을 말한다. 출발과 가속 때는 배터리가 전기모터를 돌려 동력을 발생시키지만 일정 속도에 도달해 정속주행에 들어가면 엔진이 작동, 거꾸로 배터리를 충전하는 방식이다. 당연히 연비가 높을 수밖에 없고, 유해 배기가스 배출도 석유연료 자동차에 비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하이브리드 카 개발이 처음 시도된 것은 미국의 환경 규제에 대응한 측면이 컸다. 특히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2000년대에는 유해 배기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무공해 자동차(ZEV)를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일정 비율만큼 의무판매하도록 하는 법안을 90년대 초에 마련, 세계 자동차 업계를 긴장시켰다. 석유를 연료로 하는 자동차로서는 이 규제를 도저히 만족시킬 수 없다고 판단한 자동차 업체들이 대안으로 모색한 게 하이브리드 카였던 셈.

그러나 고유가 시대가 되면서 연료 경제성 측면에서 각광받고 있다. GS칼텍스 연구소 신현길 박사는 “97년 세계 최초의 대량생산 하이브리드 카인 도요타 프리우스의 경우 동급 기존 차량에 비해 30% 정도 연비가 향상됐지만 지금은 거의 두 배 이상의 연비를 기록하게 되면서 생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RL폴크앤코는 2015년에는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30~35%의 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의 점유율은 미국 전체 자동차 판매 시장의 1.6% 정도. 신 박사는 “꿈의 ZEV로 각광받았던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가 기술적인 이유 등으로 2030년쯤에나 상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고, 하이브리드 카가 주류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고 전했다.

석유 엔진 + 전기 모터 장착

현재 하이브리드 카가 인기리에 팔리고 있는 곳은 미국. 미국 플로리다에서 발행되는 시사 종합주간지 ‘코리아 위클리’ 편집장 김명곤 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비슷한 연비의 미제 이스케이프보다 3500달러 이상 비싸 찾는 사람이 별로 없던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주문자가 쇄도해 순번을 정해놓고 팔다 최근에는 아예 ‘퍼스트 컴, 퍼스트 세일(first come, first sale)’ 방식으로 바꾸었다”고 전했다. 김 씨는 또 “뉴욕, 뉴저지 등 일부 지역에서는 1~2년 된 도요타 프리우스와 혼다 시빅 하이브리드 중고차가 신차보다 500~1000달러 높은 값에 팔리는 기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차 출고를 기다리지 못한 사람들이 중고차 시장으로 몰리면서 생긴 현상이다.

미국의 하이브리드 카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업체는 도요타와 혼다 등 일본 자동차 기업들. ‘파이낸셜 타임스’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도요타의 프리우스는 8월에만 미국 시장에서 9850대가 팔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판매량이다. 혼다의 시빅 하이브리드 카 역시 8월 판매량이 전달에 비해 무려 세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 경영’을 선점한 업체의 질주는 이미 시작된 셈이다.





주간동아 2005.09.20 503호 (p126~130)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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