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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에 목숨 걸지 말라!

‘인생 80 시대’ 교육비 올인하다간 노후 막막 … 30, 40대부터 꼼꼼한 ‘교육비테크’ 필수

  • 이나리 기자 byeme@donga.com

자녀교육에 목숨 걸지 말라!

자녀교육에 목숨 걸지 말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 입시설명회에 참석한 학생과 학부모들.

현재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얼마일까. 남성은 73살, 여성은 81살이다. 그렇다면 2020년에는? 남성 77.5살, 여성 84.1살이다. 아마도 지금의 40대가 70대 노인이 되는 2035년경에는 90살 가까이로 늘어 있을 것이다.

지금의 30, 40대 중 자녀가 자신의 노후를 책임져주리라 자신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일본만 해도 자식에게 경제적 도움을 받는 65세 이상 노인은 7%에 불과하다. 미국은 겨우 2%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의 중산층 부모들은 자녀 교육에 ‘올인’을 한다. 그로 인해 자신의 노후가 붕괴의 지경에 이른다는 사실은 고려하지 않는다(122쪽 ‘파산 예상도’ 참조).

진로·교육 전문 컨설팅사 ‘와이즈멘토’의 조진표 대표는 “교육비 착시 현상에서 벗어나라”고 말한다. 자녀의 중·고등학생 시절 아버지의 경제 활동은 가장 왕성해진다. 마침 자녀는 대학입시란 큰 관문을 앞에 두고 있다. 부모는 과감히 사교육에 투자한다. 부모들은 ‘아이가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만 교육비를 지출하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착각이다. 자녀 교육비는 대학 입학 후 더 많이 들어간다. 용돈이며 비싼 등록금은 둘째 치고라도 각종 학원, 배낭여행, 해외연수까지 이젠 ‘필수코스’처럼 돼버렸다. 학력인플레이션도 심해 석사학위가 예전 학사학위 대접밖에 못 받는다. 해외 유학도 ‘흔한 일’이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교육비에 노후를 ‘잡아먹히지’ 않는 한편, 자녀에게도 효율적인 지원을 해줄 수 있을까. ‘교육비테크’만이 살길이다.

노후설계·장기 교육계획을 동시에

가정경제의 중심에는 자녀가 아닌 부부가 있어야 한다. 그 첫걸음이 안정적 노후 설계다. 우선 주거래 은행이나 보험사 등을 통해 재정 진단을 받는다(122쪽 참조). ‘우리는 맞벌이를 하므로 안정적’이라 믿어온 가정이 더 큰 충격을 받을 것이다. 이어 자녀의 장기 교육계획을 세운다. 자녀를 유학 보낼 생각이라면 그에 맞춰 재정 계획을 세우고 노후 설계를 하는 식이다.



교육비테크의 핵심은 ‘적성과 정보’

우선 아이의 적성과 특성부터 파악한다. 예민하며 주목받기를 원하는 아이는 우수한 그룹에 속해 있을 때 오히려 슬럼프에 빠지기 쉽다. 당연히 특목고는 피해야 한다. 또한 투철한 정보의식은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10년, 20년 후 뜰 직업은 무엇인지, 어떤 교육경로를 통하는 것이 저렴하면서 아이의 능력에도 잘 맞는 것인지 등을 판단해야 한다. 와이즈멘토 조 대표는 “입학과 동시에 실업자가 되는 수도권 대학에 보내느니 차라리 미국주립대학에 유학 보내는 편이 낫다. 학비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같은 생명공학이라도 미래 트렌드가 바이오인포매틱스 쪽이라면 일찌감치 그 분야에 강한 대학이나 유학처를 찾는다. 유학원의 말을 무조건 믿지 말라. 유학원은 가장 많은 수수료가 떨어지는 쪽으로 학부모를 유도한다. 부모 스스로 알고 또 많이 알아보아야 한다.

타 지역에서 성적이 우수했다고 해서 무조건 서울 강남행을 택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강남에는 강남만의 룰과 분위기가 있다. 스트레스에 강하고 집념과 경쟁의식이 뚜렷한 학생에게 유리한 곳이 강남이다. 가계 또한 ‘강남 수준’의 사교육비를 여유롭게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타 지역에서 ‘머리’가 되는 편이 가족을 위해서나 아이를 위해서나 훨씬 낫다.

과외보다 학원이 낫다

학원 강사는 검증받은 이들이다. 반면 과외 교사는 족집게니 뭐니 해도 꼼꼼히 따져보면 오히려 신뢰가 덜 간다. 아이가 공부하는 습관만 들여져 있다면 교육방송이나 강남구청의 인터넷 과외, 유명 온라인 교육업체 수업이 최선이다. 거기 등장하는 강사들은 그야말로 국내 최고의 실력을 인정받은 이들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습관이 제대로 들지 않은 아이는 독선생을 붙여줘도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영어 다음은 수학, 그외에는 관둬라

경제적인 여유가 있으면 영어학원을 보낸다. 그래도 돈이 남으면 수학학원에 보낸다. 돈이 더 있으면 저축을 한다. 영어·수학 이외의 학원 수강은 낭비일 가능성이 높다. 영어·수학을 잘하는 학생은 다른 과목도 알아서 잘한다. 반대로, 학원에 다니면서도 영어·수학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아이는 다른 과목에 아무리 돈을 쏟아부어도 원하는 성적을 얻기 어렵다.

민사고? ‘실업고 출신 연대생’이 효자다

어떤 학생은 강남으로 이사 가 죽을 둥살 둥 공부해 민족사관고에 간다. 거기서 1년에 2000만원가량의 학비를 소모한 뒤 연대생이 된다. 다른 학생은 강북 중학교에서 상위 30~40% 안에 드는 성적으로 실업계 고등학교에 가, 높은 내신을 바탕으로 특별전형 혹은 직업탐구전형 등을 통해 연대생이 된다. 민족사관고 출신 연대생은 ‘박탈감’에 시달리다 결국 유학을 택한다. 실업고 출신 연대생은 자신감에 넘치고 인생이 즐겁기만 하다. 누가 더 행복하며 효자인가.

힘은 ‘대학 이후’에 쏟아라

평균수명이 90살에 육박하는 미래에는 40살까지도 공부하는 일이 흔할 것이다. 4대 그룹을 보면 벌써부터 이과는 박사, 문과는 MBA가 아니면 임원이 되기 힘들다. 중·고등학교 때 힘을 다 써버리면 더 중요한 ‘대학 이후 교육’에서 무너질 수밖에 없다.

아이는 가난하게, ‘경제적 동물’로 키워라

70년대 후반~80년대 초반 태어나 ‘럭셔리하게’ 자란 압구정세대는 불행하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 삼성전자에 입사해도 만족하지 못한다. 보너스 없는 달 100만원이 좀 넘는 월급에 기쁨을 느낄 수 없다. 결국 유학 등을 택하게 되고, 부모는 이들을 30대 중·후반까지도 책임져야 하는 캥거루족이 된다. 가난하게 키워 돈 버는 기쁨, 소소한 성취를 하는 기쁨을 맛볼 수 있게 하라. 또한 “공부만 잘하면 뭐든지 다 해줄게”가 아니라 “우리 형편에 얼마 이상의 교육비 투자는 어렵다”는 말을 분명히 해, 아이가 가정 상황과 자신의 처지를 분명히 깨닫게 하라.



■ 잘나가는 직장인 3인의 ‘파산 예상도’

평균수명 남성 73세, 여성 81세 물가상승률 연 3.5% 이자율 연 4% 소득증가율 연 5% 건강보험·국민연금 가입 상정

39세 직장인 A씨의 경우

자녀교육에 목숨 걸지 말라!
가족: 아내(주부·36), 딸(초등2), 아들(6)연봉(실수령액 기준): 4300만원퇴직 예상연령: 55세재산: 아파트(3억4000만원), 현금자산(3000만원), 부채(1억원)월 교육비: 90만원

주요 예상 지출내역 생활비: 월 250만원교육비: 월 90만원, 딸 중학교 입학 후 150만원, 딸 고교 입학 후 200만원대학등록금: 자녀 1인당 4년간 연 600만원결혼자금: 각 5000만원노후 생활비: 현재의 50%(A씨 사망 후 50% 감소)

대형 건설업체 과장인 A씨. 29세에 결혼해 두 자녀를 뒀다. 퇴직금 중간정산까지 받아 내 집 마련에 성공했으나 부채가 많은 상태. 맞벌이도 아닌 만큼 늘 긴장하며 살고 있다. 사교육도 ‘딱 남들 하는 정도로만’ 하겠다는 생각. 그러나 두 자녀를 유학이나 해외연수 없이 국내에서만 교육시킨다 해도, A씨는 60세 무렵이면 현금자산이 동나고 부동산을 팔아 생활하는 처지가 된다. 70세가 되면 그마저 완전 소진돼 큰 곤란을 겪게 되고, 특히 A씨 사망 후 남은 아내는 노후 보장이 전혀 없는 불안한 생활을 이어가야 한다. 교육비를 더 줄여야 하며, 거기서 남은 여유자금으로 하루빨리 정교한 노후 대책을 수립해야만 한다.

44세 직장인 B씨의 경우

자녀교육에 목숨 걸지 말라!
가족: 아내(주부·39), 딸(초등4), 딸(7)연봉(실수령액 기준): 1억5000만원퇴직 예상연령: 49세재산: 아파트(4억5000만원), 삼성전자 주식(현재 평가액 2억원), 부채 없음두 자녀 싱가포르 조기유학 중: 1년 생활비 및 학비 6000만원

주요 예상 지출내역 생활비: 월 200만원, 가족 귀국 시 500만원 예상교육비: 연 6000만원, 큰딸 중학교 입학 후 250만원, 큰딸 고교 입학 후 350만원대학등록금: 작은딸 4년간 연 600만원, 큰딸 미국 아이비리그 유학 2억4000만원결혼자금: 각 5000만원/ 노후 생활비: 현재의 60%(B씨 사망 후 50% 감소)추가 예상 수입: 종신보험 1억5000만원

증권사 펀드매니저인 B씨는 실수령 연봉이 1억5000만원인 고소득층이다. 많은 동료들처럼 B씨도 두 자녀를 해외에 조기유학 보냈다. 아내와 두 자녀가 싱가포르에서 쓰는 돈은 연 6000만원에 이른다. 예상 유학 기간은 3년이다. 큰딸은 중학교, 작은딸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다시 국내에서 교육을 받게 된다. 그러나 교육에 대한 욕심이나 소득·소비 수준을 생각할 때 이후에도 ‘강남 수준’의 사교육비를 지출하게 될 확률이 높다. 또 학업성취도가 높고 영어에 능숙한 큰딸의 경우 국내 대학보다는 외국 대학 진학 가능성이 크다. 펀드매니저는 연봉이 높은 대신 정년이 빠르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다 보니 B씨는 현 직장 퇴사 후에도 60대 초반까지는 어떻게든 일을 해 계속 돈을 벌어야만 한다. 위의 그래프도 57세까지 현재의 70% 수준의 수익을 거둔다는 가정 아래 작성한 것이다. 교육비를 획기적으로 줄이든지, 아니면 두 번째 직업에 대한 준비를 착실히 해나가지 않으면 파산을 면키 어려운 구도다.

자녀교육에 목숨 걸지 말라!
가족: 아내(자유기고가·42), 아들(중3)연봉(실수령액 기준): C씨 9000만원, 아내 3000만원퇴직 예상연령: C씨 55세, 아내 45세재산: 아파트(4억원), 현금자산(2억원), 부채 없음월 교육비: 150만원

주요 예상 지출내역 생활비: 월 400만원교육비: 월 150만원, 고교 입학 후 200만원대학등록금: 자녀 1인당 4년간 연 600만원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원 유학비용: 최소 3년간 1억8000만원결혼자금: 5000만원/ 노후 생활비: 현재보다 낮은 300만원(C씨 사망 후 50% 감소)

C씨는 경력 20년의 대기업 부장이다. 아내도 능력 있는 자유기고가인 덕분에 부모님의 생활비까지 책임지면서 큰 걱정 없이 살아왔다. 넉넉한 형편에 맞벌이, 게다가 금지옥엽 외아들이라 교육비만큼은 아끼지 않는 편이다. 게다가 지금 아들은 과학고 입학을 목표로 고군분투 중. 유명 학원의 수학·과학 경시반, 영어 개인교습을 받고 있다. 계획대로 된다면 아들은 국내 명문대 졸업 후 유학을 가게 될 것이다. 아들이 미국 아이비리그에서 석사 혹은 박사학위를 받는 것이 가족 모두의 바람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C씨의 재산은 부동산까지 모두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72세부터 빈털터리가 된다는 뜻이다. C씨의 경우 아내와 5살 차이가 나므로, 평균수명으로 볼 때 C씨 사망 후에도 아내는 12년을 혼자 살아가야 한다. 이때부터 아내는 완벽한 경제적 무능력자가 된다. 노후 안정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시점이다.



주간동아 2005.09.20 503호 (p118~122)

이나리 기자 bye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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