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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지금 ‘네오 결혼’ 시대

결혼 상식 파괴 기묘한 동거와 별거 … 두 여자의 남편, 45번 계약 갱신 등 천태만상

  • 도쿄=조헌주/ 특파원 hanscho@donga.com

일본은 지금 ‘네오 결혼’ 시대

일본은 지금 ‘네오 결혼’ 시대

일본에서는 동거가 일반화됐고, 상식을 초월하는 다양한 형태의 결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결혼의 형태는 민족에 따라 다양하고 현재도 계속 변화하고 있다. 일본의 언론 매체들은 최근 등장하는 다양한 형태의 결혼을 ‘네오(neo) 결혼’이라 부른다. 아사히신문 계열의 주간지 ‘아에라’ 최근호는 이를 특집으로 다뤘다. 이 내용을 중심으로 일본 내의 ‘네오 결혼’ 유형을 소개한다.

[부분동거] ‘네오 결혼’은 한 남자와 한 여자가 공간적·시간적으로 결합되는 형태와 다르다. 배우 겸 디자이너인 한 30대 여성은 남편과 함께 살고 있는 집에서 회사원인 여자친구와 사실상 동거하고 있다. 이 독신 여성과는 술집에서 우연히 만나 친구가 됐다. 이후 여자친구는 선물을 들고 자주 집을 찾아오다 이제는 주 3일은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원룸에서 같이 지낸다. ‘두 여자의 남편’ 구실을 하고 있는 남편은 아내의 친구를 위해 도시락을 준비하는 데도 스스럼이 없다. 이 세 남녀의 기묘한 동거. 과거에는 상상할 수도 없는 결혼제도의 변형이다.

[인공 대가족] 친구, 부부 등과 함께 한 집에서 대가족을 이뤄 지내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통신판매회사 여사장 N(40) 씨는 사실혼 관계의 남성과 셋째 아이(3), 여자친구와 남자 애인, 동성연애자인 남자친구와 그의 남자 애인과 한 집에서 지내고 있다. 고등학교 3학년인 장남은 기숙사에서 살고, 고교 2년생 차남과 초등학교 3년생 장녀는 이혼한 남편과 산다. 가끔 이들이 집을 찾아오기라도 하면 말 그대로 대가족이 된다.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

이들이 대가족을 이루게 된 계기는 올해 초 넓은 집으로 이사해 방이 남아돌게 되면서였다. 월세는 받지 않고 친구 커플을 불러들인 것이 인공 대가족 형성의 시작이었다. 요리 솜씨가 좋은, 동성연애자인 남자친구는 저녁식사를 준비한다. N 씨는 예전에는 회사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저녁을 준비하는 게 귀찮아서 일주일에 네 번 정도 외식을 했는데 이제는 식사 준비를 해주는 ‘가족’이 생겨 주 1회 정도로 줄였다. 일 때문에 아이를 보육원에 데려다주거나 데려오지 못할 때도 이를 대신해줄 가족이 있어 좋다. 세탁이나 청소도 손이 비는 사람이 하고 있어 보모를 둘 필요가 없다.



1970년대 이래 핵가족화와 개인주의가 진행돼온 것에 대한 반작용이다. 자연적인 대가족제도가 사라지면서 등장하고 있는 대가족 희구 심리로도 분석된다.

[졸혼(卒婚=결혼 졸업)] 네오 결혼을 선택하는 것은 자녀를 양육 중인 세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결혼으로부터의 졸업을 뜻한다’는 ‘졸혼’이란 조어를 만들고, ‘졸혼하는 법’이란 책도 펴낸 스기야마 유미코(53) 씨는 “종래의 결혼 형태에서 졸업해 각기 자신들에게 맞는 라이프스타일로 바꿔가는 것이 졸혼”이라고 말한다.

그는 세 살 위의 남편과 걸어서 25분 거리의 아파트에 따로 산다. 매월 1일과 15일, 그리고 두 사람의 생일 때 함께 식사를 한다.

일본은 지금 ‘네오 결혼’ 시대

‘네오 결혼’의 유형들을 특집으로 다룬 주간지 ‘아에라’ 최근호.

작가인 스기야마와 프리랜서 번역가인 남편은 누구나 부러워하는 모범 가족이었다. 남편이 늘 일이 있는 것이 아니어서 자녀를 키우는 일도 많이 도와줬고 여름방학이면 함께 가족여행을 떠났다.

하지만 아이들이 학교를 모두 마치자 상황이 변했다. 주위에서 모두 부러워하던 ‘모범적인 가족상’이 두 사람을 구속하기 시작했다. 일이 남아 있어도 일찍 귀가해 함께 식사를 하지 않으면 안 됐다. 혼자 여행을 떠나고 싶어도 가족여행은 의무였다.

“지겹다는 생각을 하며 함께 사느니, 차라리 떨어져 지내는 게 서로가 따분함에서 해방될 수 있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위에서 어떻게 보느냐는 개의치 않는다”는 것이 스기야마의 말. 어머니와 함께 지내고 있는 두 딸도 “가족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나 있는 아버지의 모습이 보기 좋다”며 부모의 ‘졸혼’을 환영한다.

[장기 계약결혼] “앞으로 1년 더 당신과 함께 지내고 싶소만.” “저도 그래요. 잘 부탁합니다.”

매년 2월6일 결혼기념일에 무대예술가인 S(75) 씨와 아내(73)는 이런 말을 주고받는다. 1년 갱신의 계약결혼이다. 특별히 계약서가 있는 것은 아니나, 이런 말로 서로의 결혼 갱신 의사를 확인하는 것. S 씨는 결혼기념일에 출장 중일 때는 전화로 반드시 이를 확인한다. 올해가 45회째 갱신이었다. 현재와 같은 연간 계약 형태는 결혼한 지 5년 후 S 씨가 제안했다.

사실혼 관계 법적 책임 묻는 추세

45년간 살아오면서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S 씨 스스로 ‘올해 갱신 허가는 어렵겠구먼’이라고 생각한 적도 여러 번이었다. 그가 워낙 여러 여자들에게 쉽게 빠지는 성격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갱신해준 아내에게 이유를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아직 나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만일 당신에게 좋은 사람이 생겨 나에 대한 관심이 없어졌다고 판단되면 헤어질 겁니다.”

부인이 사실상 종신과 같은 45번 계약 갱신 결혼을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내의 자리에 안주한 채 남편에게 의존해서 살아가고 싶지는 않아요. 부부는 두 사람이 탄 요트와 같은 것입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는 둘이 힘을 합해서 돛을 올리지만 순풍을 만나면 각자 ‘페이스’로 지내도 괜찮아요.”

[‘네오 결혼’의 숙제] 사실혼 관계일 때는 소득세와 주민세 부과 시 배우자 공제 혜택이 없다. 그런데 헤어질 때 상대방에게 위자료를 청구하는 경우가 있다. 최근 일본의 판례는 사실혼 관계에도 일정한 법적 권리와 책임을 묻고 있다.

하지만 상속권만큼은 사실혼 관계의 상대방에게 인정되지 않고 있어, 사실혼 관계의 배우자가 상속권을 주장하려면 공증 절차를 마친 유언장 등이 필요하다. 법률전문가들은 사실혼 관계를 해소할 때 위자료와 상속권 등에 문제가 생기지 않게 하려면 미리 ‘파트너 계약’을 해둬야 한다고 조언한다.



주간동아 2005.09.20 503호 (p100~102)

도쿄=조헌주/ 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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