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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對北 조종간 잡은 ‘30년 투톱’

힐 차관보 컨트롤하는 체니-럼즈펠드 … 포드 정부 시절에도 反공산 노선 ‘동반 활약’

  • 이교관/ 한반도 문제 평론가 leekyokwan@hanmail.net

    입력2005-09-13 16: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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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對北 조종간 잡은 ‘30년 투톱’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힐 차관보(큰 사진). 힐과 북한 수석대표인 김계관.

    북한 핵 문제의 해결을 위한 4차 6자회담 1부(7월26일~8월7일)가 시작된 지 며칠 되지 않았을 때였다.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가 워싱턴으로부터 경고 메시지를 받았다고 한다. 딕 체니 부통령에게서 몇 개의 주요 쟁점에 대해 너무 앞질러 가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는 것.

    4차 6자회담 개막 전후 일부 언론은 국무부 중심의 대북 협상파가 부시 2기 행정부의 대북 정책 주도권을 장악한 것 아니냐는 평가를 내놓았다. 협상파의 소외는 2001년 3월 콜린 파월 당시 국무장관이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클린턴 행정부가 남겨두고 간 지점에서 시작한다”고 발언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그 후 ‘북한이 1994년 제네바합의를 위반하고 비밀리에 핵무기 개발에 착수한 지 오래’라고 믿는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이 대북 정책 주도권을 독점해왔다.

    미국이 그동안 북-미 간 직접 대화를 거부하고 ‘선(先)핵폐기·후(後)대화’ 원칙을 고수했던 것은 네오콘의 전략이었다. 그런데 4차 회담이 열려 북-미 양자 접촉이 자주 이루어지는 가운데 힐 차관보가 유연한 협상 태도를 보이자 네오콘의 입지가 좁아졌다는 분석이 제기됐던 것이다.

    힐 유연한 태도에 체니 경고 메시지

    그런데 힐 차관보가 체니 부통령에게서 경고성 메시지를 받았다고 하니 체니를 정점으로 하는 네오콘은 부시 2기 행정부에서도 여전히 대북 정책을 주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4차 6자회담에서 미국의 컨트롤 타워는 체니 부통령 집무실인 것이다.



    9월13일 4차 회담이 다시 열린다지만 전망은 밝지 않은 것 같다. 이 회담에 많은 것을 기대하는 노무현 정부로서는 부시 행정부의 권력 지형을 정확히 읽을 필요가 있다.

    체니 부통령이 경고한 쟁점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추측컨대 북한의 평화적인 핵 이용과 북-미 양자 접촉 문제에 대해 힐 차관보의 회담 초반과 후반의 태도가 확연히 달라졌는데, 이것이 문제의 쟁점일 가능성이 적지 않다.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 문제와 관련해 힐 차관보가 워싱턴의 우려를 살 만한 말을 한 것은 7월29일 저녁 회담장인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이루어진 기자회견에서였다. 그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의 모범 회원국이 된다면 (핵의) 평화적 이용권을 갖는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문제는 (북한이) 어떻게 그렇게 될 수 있으며, 언제 그렇게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우리는 북한이 NPT 회원국으로 이 조약이 허용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데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게 아니라, 북한이 과연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겠느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對北 조종간 잡은 ‘30년 투톱’

    힐 차관보를 통제하는 체니 부통령, 럼즈펠드 국방장관, 라이스 국무장관, 해들리 국가안보 보좌관(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힐 차관보의 이 발언은 모든 북핵 프로그램을 검증해야 하고 영원히 복원할 수 없도록 폐기해야 한다(CVID)는 태도를 고수해온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평화적인 핵 이용 문제에서만큼은 양보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낳았다. 실제로 대부분의 외신들은 이와 유사한 해석을 붙인 기사를 내놓았다.

    그러자 워싱턴이 즉각 차단하고 나섰다.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힐 차관보는 북한이 민간 핵 능력도 보유해선 안 된다고 하는 우리의 생각을 분명히 했다”라고 했다. 매코맥 대변인이 서둘러 CVID라는 부시 행정부의 기본 태도에 맞춰 수정하고 나선 데는 체니 부통령의 경고성 메시지가 크게 작용했을 개연성이 높다. 그 후 힐 차관보는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 문제와 관련해 CVID 선을 견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회담 전반에 힐 차관보는 6자회담이 마치 북-미 양자 회담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김계관 북한 수석대표와 자주 접촉했다. 그러나 회담 나흘째인 7월29일 힐 차관보가 밝힌 바에 의하면, 그가 만난 20회의 양자 접촉 중 북한 대표단과의 접촉은 4회였으므로 북미 접촉은 다른 나라 대표단들과의 접촉 횟수와 똑같았다.

    회담 전반, 북미 양자 접촉에 대한 힐 차관보의 적극적인 자세는 부시 행정부가 2002년 10월4일 2차 북핵위기 후 거부해온 북한의 북미 양자 직접 협상 요구를 수용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낳기에 충분했다.

    회담 후반 들어 힐 차관보의 자세는 바뀌었다. 북한이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폐기와 평화적 핵 이용 권리보장을 요구함으로써 북-미 간 이견이 일어나 공동성명을 채택할 가능성이 희박해지던 시점이었다. 회담 전반기였다면 힐 차관보는 북한 수석 대표와의 담판을 통해 해결하겠다고 나섰을 개연성이 높다.

    그러나 힐 차관보는 김계관 북한 대표를 만나 막판 협상을 도모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북한은 우리 생각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만날 생각이 없다”고 일축했다.

    6자회담 좋은 타결 기대 어려울 듯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 컨트롤 타워는 체니 부통령이다. 하지만 내용적으론 체니 부통령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쌍두 체제를 구성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체니가 정책과 정보를 총괄한다면 럼즈펠드는 군사 정책과 군사 정보에서 주도적 구실을 맡고 있다. 여기에 네오콘의 핵심 인물인 폴 월포위츠 전 국방부 부(副)장관 계보에 속하는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이 이끄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실무적으로 보좌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 같은 라인업은 4차 회담에 참가할 미국의 선임 4인 대표단 구성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힐 차관보와 조지프 디트러니 한반도 담당 특사가 외교관으로서 협상파에 속한다면, 빅터 차 NSC 아시아국장은 체니-럼즈펠드 쌍두 체제가 네오콘 중에서 선별해 파견한 대표다.

    문제는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을 협상파와 네오콘 중 어느 쪽으로 봐야 하느냐는 것인데, 라이스 장관은 네오콘에 더 가깝다.

    따라서 미국의 대북 컨트롤 타워는 크게 보면 체니-럼즈펠드 체제에 라이스 국무장관이 협력하고, 해들리 국가안보 보좌관이 보좌하는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다.

    체니-럼즈펠드 체제의 힘은 공산독재 세력에 단호히 대처해온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 두 사람의 동맹 관계는 1974년 포드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럼즈펠드가 체니를 비서실 차장으로 끌어들이면서 시작됐다. 그들이 구축한 반(反)공산독재 노선은 소련과 데탕트(detente·긴장완화)를 추진하던 헨리 키신저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 보좌관 공격으로 이어져, 키신저는 국가안보 보좌관직을 내놓고 내리막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이들이 데탕트 정책을 반대한 이유는 소련이 미국의 데탕트 정책을 이용해 군사력 분야에서 미국을 앞지르려 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체니와 럼즈펠드는 데탕트를 공산독재를 용인하는 타락한 정책으로 보았다.

    키신저의 데탕트 정책도 용납하지 않았던 체니와 럼즈펠드 동맹 체제가 부시 행정부의 대북 컨트롤 타워라면, 그들의 북핵 문제 해결 방향을 예상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1억 달러어치에 해당하는 중유를 8년간 매년 북한에 주고도 북한의 제네바합의 위반을 막지 못한 클린턴 민주당 행정부처럼 어처구니없는 식으로는 2차 북핵위기를 해결할 가능성은 전혀 없는 것이다.

    한국 언론과 정부는 4차 6자회담 2부에서 좋은 타결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겠지만, 회담 타결에 열쇠를 쥔 미국은 그 반대로 나갈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미국의 진격에 북한이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가 이 회담을 관류하는 성격이 될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8월19일 북한인권법에 따른 북한인권 특사로 제이 레프코위츠(43) 전 백악관 국내정책 부보좌관을 임명했다. 미국은 정말 ‘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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