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03

2005.09.20

“택도 없다 vs 이번엔 다를 끼다”

부산시장 후보군 물밑 탐색전 치열 … 경남지사 한나라 공천 초미의 관심

  • 입력2005-09-13 15: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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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울산·경남의 지방선거 전망은 한나라당에서 누가 공천을 받느냐에 모아진다. 그러나 변수는 많다. 특히 ‘인물 변수’는 무시할 수 없다. 한나라당이 지난 재보선에서 가장 고전한 지역은 텃밭인 경북 영천이었다.

    열린우리당은 부산·울산·경남에서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개헌과 정계개편 등 여권이 부산·경남 지역에서 또 한번 돌풍을 일으킬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 울산에서 민주노동당이 선전할지도 관전 포인트.

    [부산] 허남식-오거돈 ‘리턴매치’ 열릴까

    부산=조용휘/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silent@donga.com

    “택도 없다 vs 이번엔 다를 끼다”




    부산시장을 겨냥한 후보군들의 이름이 지역 정가와 언론에 회자되면서 벌써부터 탐색전이 치열하다. 후보군들은 1차 관문인 당내 경선과 공천을 의식해 분위기 선점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6·5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뒤 재선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는 한나라당 소속 허남식(57) 현 시장은 최근 박근혜 대표를 부산으로 초청해 ‘교감의 폭’을 넓히는 등 현직 프리미엄을 100% 활용하고 있다.

    업무차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비중 있는 중앙당 인사들과의 ‘끈’을 유지하고, 부산 시내 한 호프집에서 젊은층과 번개모임을 하는 등 입체 전략을 펴고 있다.

    부산시장 후보군에서 늘 빠지지 않는 한나라당 권철현(58·사상구) 의원은 아직도 ‘시장 카드’를 버리지 않은 상황이다. “중앙정치에 주력하겠다”면서도 ‘부산의 역할론’을 강조하는 데서 그의 속내를 읽을 수 있다.

    9월 초 부산 출신 초선 의원들과 골프 회동을 한 같은 당 허태열(60·북 강서을) 의원은 그동안 ‘설’로만 나돌던 시장 도전 행보를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허 의원 측은 “여러 경로를 통해 의견을 듣고 있다”며 시장출마 의사를 부인하지 않고 있다. 같은 당 정의화(57·중 동구), 김형오(58·영도구) 의원도 시장 출마 가능성을 저울질하고 있다.

    우리당은 지난해 보궐선거에 출마해 허 시장에게 고배를 마신 오거돈(57) 해양수산부 장관 카드를 다시 꺼낼지 주목된다. 숙명의 라이벌끼리 ‘리턴매치’가 벌어질 경우 ‘선거 흥행’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 오 장관 자신은 최근 잇따라 부산을 방문해 지인들을 만나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다. 그리고 김칠두(55)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도 우리당 시장출마 후보로 자천 타천 거론되고 있다. 사단법인 굿모닝부산 노창동(42) 이사장도 8월31일 우리당에 입당하면서 “부산시장 선거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에서는 김석준(48·부산대 교수) 시당위원장이 8월10일 개최된 시당 운영위원회에서 “부산시장 선거에 도전하겠다”며 부산에서는 가장 먼저 공식 출마선언을 했다. 김 위원장의 발 빠른 움직임은 한나라당과 우리당 후보가 가시화되기 전에 자신의 입지를 구축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울산] 민노당 선전 여부가 관전 포인트

    울산=정재락/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jrjung@donga.com

    “택도 없다 vs 이번엔 다를 끼다”
    울산시장 선거는 2002년 6·13 지방선거 때 막판까지 접전을 벌였던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 후보에 ‘중량감’을 갖춘 우리당 후보가 가세할 것으로 보여 3파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박맹우(55) 현 시장의 재공천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 박 시장 측은 “대과(大過) 없이 시장직을 수행했기 때문에 재공천은 무난할 것”이라며 느긋한 태도지만 최근 당 안팎에서 심심찮게 흘러나오는 ‘전략 공천’이라는 말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난 대선 때 한나라당 텃밭인 울산에서 이회창 후보 득표율이 52.45%로 부산과 경남의 66%에 크게 못 미쳤다”며 “울산시장 후보는 득표율을 높일 정치력을 갖춘 인물을 공천해 차기 대선 승리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전략 공천’의 핵심.

    이럴 경우 재선인 최병국(63·남구 갑), 정갑윤(50·중구) 의원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본인들도 “당이 명령하면 따라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해 시장 후보 출마를 부인하지 않은 상태. 이들과 함께 김철욱 시의회 의장과 이채익 남구청장 등도 자천 타천으로 거론되는 인물.

    우리당은 2002년 지방선거 때 민주노동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고배를 마신 송철호(56) 국민고충처리위원장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송 위원장이 4월 국민고충처리위원장으로 발탁될 때 “내년 울산시장 선거를 위한 경력 쌓기용”이라는 말이 나돌았을 정도였다. 송 위원장과 함께 강길부(63·울주군) 의원과 울산 출신인 이한호(58) 현 공군참모총장, 박재택 전 울산시 행정부시장, 이정환(58) 중앙위원 등도 거론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울산을 “광역자치단체장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꼽고 공을 들이고 있다. 김창현(43) 사무총장과 이상범(48) 북구청장, 이헌구(44) 민주노총 울산본부장, 김광식(43) 정갑득(46) 전 현대자동차 노조위원장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사회당에서는 2002년에 출마했던 안승천(45) 씨가 재도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택도 없다 vs 이번엔 다를 끼다”
    창원=강정훈/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manman@donga.com

    지난 10년간 경남도지사 선거전은 ‘한나라당 공천=당선’이라는 등식이 이어져 왔다. 대변혁이 없는 한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이 구도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한나라당 공천을 누가 거머쥐느냐에 지역 정가의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6월 보궐선거를 통해 취임한 김태호 현 도지사가 재출마 방침을 굳히고 준비에 힘을 쏟고 있다. 3선인 송은복 김해시장이 출마 의사를 밝힌 상태.

    송 시장은 지난해 도지사 보궐선거 한나라당 후보 경선에서 당시 거창군수이던 김 지사에게 졌다. 재도전을 준비해온 그는 최근 “도민들에게 봉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행정 능력과 추진력이 강점인 반면 독선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40대인 ‘패기’의 김 지사와 60대인 ‘경륜’의 송 시장이 리턴 매치를 벌일 가능성이 높다.

    단체장 가운데 역시 3선인 이상조 밀양시장과 초선의 박완수 창원시장, 하영제 남해군수 등도 잠재적인 후보군이다.

    국회의원 중에서는 5년간 경남도 행정부지사로 일한 권경석(창원갑) 한나라당 제1 사무부총장과 김학송(진해) 경남도당위원장의 출마 가능성이 점쳐진다. 김 위원장은 “중앙무대에서 활동 범위를 넓히겠다”고 몇 차례 밝힌 적이 있다. 권 의원도 조심스럽게 지역 여론을 살피는 기색이다.

    한나라당 부총재를 지낸 5선의 강삼재 경남대 석좌교수는 변수로 꼽힌다. 지명도와 여론조사 등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김 지사에게 누가 도전장을 내밀지가 관심사다. 김 지사의 ‘행정력 미숙’을 공격하며 국회의원 또는 단체장과 ‘연대’하지 않을 경우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

    우리당은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김두관 대통령정무특보와 권욱 소방방재청장, 창원시장 출신 공민배 대한지적공사 사장, 장인태 전 경남도행정부지사, 장관을 역임한 정해주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장 등이 거론된다.

    이들은 지난해 총선과 단체장 선거에서 우리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공통점이 있다. 당성이 비교적 강한 김 특보는 모르지만 대체로 도지사 출마를 썩 내켜하지 않는 분위기다. 그러나 우리당 경남도당은 9월 중순경 도지사 후보군을 발표하고 체제를 정비해 총력전을 펼친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총선 이후 기세를 올리고 있는 민주노동당은 소정의 절차를 거쳐 후보를 결정한다. 현재로서는 노동운동가 출신인 문성현 경남도당위원장이 유력하다는 분석.

    자민련과 민주당은 조직력이 약해 후보를 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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