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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학생도 아니고 어른도 아닌 그들

학교 밖 청소년 36만 명… 불량학생 취급, “어른 요금 내라” 차별적 시선에 멍들어

  • 김지현 객원기자 bombom@donga.com

학생도 아니고 어른도 아닌 그들

학생도 아니고  어른도 아닌 그들

학교 밖 청소년은 현재 약 36만 명. 이 중 28만 명이 대안교육이나 취업 등의 활동을 하지 않아 소재 파악이 되지 않고 있다. [뉴시스]

1년 전 집단 따돌림 문제로 학교를 자퇴한 은철(17·가명) 군은 무기력한 일상을 보낸다. 정오쯤 일어나 오후 2시부터 10시까지 식당에서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고, 배달이 끝나면 PC방에서 게임을 하다 새벽 3~4시에 집에 들어온다. 학교를 그만둔 초기엔 마음이 편했지만 요즘엔 우울감과 불면증에 시달린다. 또래 친구들이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걸 보면 초조해지지만 다시 학교에 갈 용기는 없다. 은철 군은 “집단 따돌림으로 대인기피증이 생긴 데다 학교의 주입식 교육에 지쳤다.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학교 밖 청소년’은 은철 군처럼 정규 학업을 중단하거나 학교에 진학하지 않은 청소년을 말한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초중고 학령인구(712만 명)의 약 5%인 36만 명이 학교 밖 청소년이고, 이 가운데 28만 명은 소속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즉 학교 밖 청소년을 지원하는 기관의 도움을 받거나, 대안학교 등에 진학하거나, 취업한 경우 외 소재 파악이 되지 않는 청소년이 28만 명에 달하는 것.



숨어 있는 아이들, 17.5%만 연계될 뿐

청소년이 학교를 떠나거나 진학하지 않은 데는 학교생활 부적응, 경제적 어려움, 건강상 문제, 성적 고민 등 다양한 이유가 있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초·중학생은 ‘장기 결석’(3913명), ‘미인정 유학’(4482명)이 많은 반면, 고등학생은 ‘자퇴’(1만5672명), ‘해외 출국’(3923명), ‘가사 문제’(1572명)가 많다. 이유가 분류되지 않은 ‘기타’도 6589건이나 됐다. 이 밖에 학교에서 강제한 ‘퇴학’(788명), ‘제적’(395명)도 많았다. 학업 중단율은 초등학생(0.3~0.6%), 중학생(0.7~1.0%), 고등학생(1.3~2.0%) 순으로 나이가 들수록 높았다.

이들을 위해 여성가족부 주도로 2015년 5월부터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돼 현재 전국에 200여 개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지원센터)가 설치됐다. 지원센터는 시·군·구 단위로 학교 밖 청소년의 교육과 복학, 자립을 돕는다. 김형근 경기도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 팀장은 “방황하던 청소년이 지원센터 도움으로 진로를 찾고 밝게 성장하는 것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교 밖 청소년을 파악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 먼저 이들을 찾아내는 비율 자체가 낮은 수준이다. 학교와 교육청을 통해 찾아낸 학교 밖 청소년이 지원센터 등 기관으로 연계되는 경우는 전체의 17.5%이며, 가출 청소년이 이용하는 ‘청소년 쉼터’를 통한 연계도 2.7%에 불과하다. 현장에서는 “학교나 경찰을 통한 연계가 신속하지 않아 다수의 학교 밖 청소년을 찾아내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현장 활동가 A씨의 말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활동가들에게 ‘더 많은 학교 밖 청소년을 찾아내라’고 한다. 하지만 PC방에 있거나 비행을 일삼는 청소년에게 우리 힘만으로 다가가기는 불가능하다. 경찰을 대동해 찾아내는 등 부처 간 협업이 필요하다. 또한 교육이나 자립 의지가 전혀 없는 학교 밖 청소년은 지원센터에 오지 않는다. 이들을 자발적으로 지원센터에 오게 하려면 유인책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학교를 통한 연계가 신속하고 원활해야 한다.”  

학교 밖 청소년이 지원센터에 빨리 연계되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들이 학업을 중단할 때 학교장 및 지원센터의 장은 ‘학생의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는 사항에 대해 학생 동의를 받아야 한다. 또한 교육부→교육청→시·도별 학교 밖 청소년지원센터→군·구별 지원센터까지 학생 개인정보가 넘어가는 데만 몇 주에서 몇 개월이 걸린다. 현장 활동가 B씨는 “2월에 자퇴한 학생 정보가 연말쯤 센터에 접수돼 애를 먹기도 한다”고 전했다. 



직원 인당 연 100명 상담 몰려

학생도 아니고  어른도 아닌 그들

중도입국 청소년들이 서울온드림교육센터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이들 중 다수는 학교 밖 청소년으로, 행정 절차상 학교 입학이 어렵다(왼쪽)[박해윤 기자] . 중국 국적의 학교 밖 청소년 지영 양(앞).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싶지만 서류 절차가 복잡해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다. [박해윤 기자]

심리적 지원도 쉽지 않다. 학교 밖 청소년의 다수가 스스로를 ‘낙오자’로 인식하거나 부모, 친구와 소통도 원활하지 않은 데다 사회의 차별적 시선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A씨는 “심리상담 전문가조차 편견을 갖고 대해 아이들이 상처를 많이 받는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학교 밖 청소년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심리상담사가 ‘힘든 게 무엇이냐. 최근 나쁜 일을 겪은 적이 있느냐’고 묻곤 한다. ‘아이가 처한 상황이 매우 안 좋을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이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아이는 ‘내 모습이 부정적으로 보이는구나’라는 자괴감에 빠지기 쉽다. 심리를 치유하려 했다 오히려 상처받는 아이도 종종 생긴다.”

현장 활동가들은 “학교 밖 청소년을 꼼꼼히 지켜보면서 지속적으로 상담해야 한다”고 조언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지원센터별로 종사자 2명이 청소년 200명을 맡도록 배정돼 있기 때문이다. 즉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교육, 지도, 행정부처와 협업 업무 외 종사자 1명이 연 100명의 학교 밖 청소년을 만나야 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안정적이고 집중으로 상담이 이뤄지지기란 쉽지 않다. 김형근 팀장은 “심리적 문제를 겪는 학교 밖 청소년이 10여 년 전보다 훨씬 늘고 이유도 다양해진 걸 체감한다”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외환위기 직후라 주로 경제적 문제로 방황하는 청소년이 많았다. 반면 지금은 학교폭력, 가정폭력 등 우울감의 원인이 다양해졌다. 이들의 마음이 치유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복학이나 취직을 강요하면 학교나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하지 못하기 때문에 세부적인 심리상담 지원이 절실하다.”

학교 밖 청소년이 복학을 원해도 학교가 이를 거절하거나 행정절차상 복학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먼저 비행문제로 제적된 청소년은 복학 신청을 해도 학교가 받아주지 않는 일이 많다. 절차상 복학이 어려운 경우는 ‘외국인’으로 분류되는 중도입국 청소년에게서 흔히 나타난다. 중도입국 청소년이란 결혼이민자 자녀 중 부모의 본국(해외)에서 성장하다 학령기에 입국한 경우인데, 어린 시절을 해외에서 보냈기 때문에 대부분 한국어가 서툴고 국적은 외국인 상태다. 언어, 문화 차이로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자퇴, 제적으로 학업을 중단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서울시와 현대차정몽구재단이 운영하는 서울온드림교육센터는 중도입국 청소년의 학교 및 사회 적응을 위한 교육을 지원하는데, 회원 150여 명 중 60%가 학교 밖 청소년이다. 이들은 해외에서 평범한 성장기를 거치다 한국에 온 후 학교에 가지 못하는 신분이 돼 혼란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



학교로 돌아가고 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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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에서 자립을 준비하는 청소년들. [뉴시스]

서울온드림교육센터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중국 국적의 지영(17·가명) 양도 중도입국 청소년이다. 지영 양은 한국에 온 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 학교에 가본 적이 없다. 아버지는 지영 양의 고등학교 입학을 위해 중국으로 두 번 입국해 초등학교, 중학교 졸업장 등 각종 서류를 떼어왔지만 행정절차가 복잡해 아직 입학 서류가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김수영 서울온드림교육센터장은 “학교 밖 중도입국 청소년은 ‘평범하지 않다’는 이유로 차별적 시선을 받는다”며 다음과 같은 사례를 들려줬다.

“학교 밖 청소년은 재학생이 아니어도 일반 학생과 똑같은 대중교통 요금을 적용받는다. 한 번은 지원센터의 한 중도입국 청소년이 지하철역에서 청소년용 교통카드로 요금을 냈는데 이를 수상하게 여긴 검문원이 ‘학생증은 없으면서 왜 청소년용 교통카드를 갖고 있느냐. 부정승차를 했으니 운임의 30배에 해당하는 과태료를 내라’고 해 학생이 울며 호소한 적이 있다. 재학생이 아니고 일반 청소년과 달라 보인다는 이유로 차별받는 일이 많다.”   

학교 밖 청소년 지원정책에 희망적인 부분도 있다. 가장 큰 문제인 지원센터 연계 절차가 간소화되고 인력도 충원될 예정이다. 장기 결석, 가출 등으로 연락이 어려운 청소년은 내년부터 ‘개인정보 수집’에 동의하지 않아도 기본 정보를 지원센터에 전달해 찾아내기 쉬워질 전망이다. 또한 학교 밖 청소년의 개인정보를 학교나 교육청에서 군·구별 지원센터로 바로 인계함으로써 청소년이 학업을 중단하자마자 바로 연락이 닿게 할 예정이다. 지원센터 종사자에 대한 예산 지원도 지난해까지는 모든 센터가 일괄적으로 받았지만, 올해부터는 학교 밖 청소년 이용자 수에 따라 차등을 두기로 했다.

그럼에도 학교 밖 청소년을 비행 청소년이나 사회 부적응자로 보는 시선은 여전히 뿌리 깊다. 김형근 팀장은 “학업을 그만둔 청소년을 불량학생이라고 보는 일부 시선이 안타깝다. 마음을 열고 대화하면 그들도 여느 아이들처럼 순수하고 솔직하며 평범하다. 또한 학교 밖 청소년은 역경을 견뎌내는 힘이 상대적으로 강하다. 이들이 목표의식과 바른 마음만 갖추면 굉장한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백혜정 한국청소년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쉽게 개선되긴 어려울 것이다. 재학생·비재학생 간 차별을 두는 정책이 있다면 ‘청소년을 위한 정책’으로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차별 개선을 위한 권고와 홍보활동을 꾸준히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간동아 2016.11.02 1061호 (p48~49)

김지현 객원기자 bom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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