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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취재|한국의 核

소리 없이 강한 原電 축제 속 ‘고민’

울진 5, 6호기 준공 세계 5위 ‘상업용 원자로’ 개수 … 방폐장 건설 오해와 불신 벽 이번엔 넘을까

  • 사진·김용해 기자 sun@donga.com / 글·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소리 없이 강한 原電 축제 속 ‘고민’

소리 없이 강한 原電 축제 속 ‘고민’
천추영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울진본부장의 눈길이 이제 막 종합·준공된 울진 원자력발전소(경북 울진군 북면) 5, 6호기로 향했다. 고리, 월성, 영광, 울진 등 전국의 원전을 돌며 청춘을 불사른 게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격세지감을 느낀다.”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한국전력에 입사한 게 1977년. 올해로 ‘원전 밥’을 28년째 먹고 있다. 그는 78년 고리 1호기가 원자력을 이용해 전깃불을 최초로 밝힌 게 지금도 생생하다고 했다.

“홀로서기는 늦었지만 한국 원자력은 소리 없이 강대해졌다. 30년에 이르는 운영 경험은 엄청난 국가적 자산이다.”

한국 원자력의 산증인인 천 본부장의 얘기대로 한국은 원전 강국이다.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에 버금간다. 국가 전력의 3분의 1을 원자력이 책임지고 있다.



국가 전력 생산 3분의 1 담당

8월11일 울진 5, 6호기가 종합·준공됐다(5호기와 6호기는 각각 지난해 7월, 올 4월에 상업운전을 개시해 벌써부터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이로써 한국은 20개의 원전을 운용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은 ‘상업용 원자로’를 가진 나라가 됐다. 개수로는 5위지만, 전체 원전 출력에서는 6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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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추영 본부장.

울진 원전 5, 6호기는 한국표준형원전(가압경수로형 100만kW급)으로 99년 1월 굴착공사에 들어가 공사비 4조4700억원, 연인원 800만명이 투입돼 세상에 태어났다. 11일 준공식은 400여명의 지역 주민과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 등이 참여한 가운데 과거보다 ‘조촐하게’ 진행됐다.

“처음엔 준공식에 대통령이 오더니 국무총리로 다시 장관으로, 초대되는 VIP 인사의 격이 나날이 떨어지고 있다. 그만큼 원전에 대한 국가적 관심이 줄어드는 것 같아 다소 아쉽다.”(한수원 관계자 A 씨)

A 씨가 서운해할 법도 하다. 98년 9월 울진 3호기 준공식 때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포함해 장관만 4명(통일·행자·산자·과기)이 이곳을 찾았다. 3호기는 94년 1차 북핵 위기를 가름 지은 제네바합의 때, 북한 신포에 지어주기로 했던 경수로와 같은 모델이다. ‘3호기의 기술’은 한반도 평화 정착의 한 축이었고, 그래서 대통령까지 울진을 방문했던 것이다.

소리 없이 강한 原電 축제 속 ‘고민’

중저준위 폐기물을 보관하는 임시저장소.

울진 5, 6호기는 ‘한국표준형’(울진 3호기가 한국표준형의 효시다)으로 불린다. ‘한국표준형’이라는 이름을 붙인 건-아직도 핵심기술은 외국에 의존하고 있으나-독자적 원전 기술을 확보했다는 상징성 때문이다. 한국의 원전 역량이 커오는 길을 함께 걸어온 천 본부장은 5, 6호기는 더욱 발전된 ‘한국형 원전’이라며 웃었다.

“5, 6호기는 원전의 핵심 설비인 증기발생기의 재질을 바꾸어 안전성을 높였다. 운전 및 유지 보수의 편의성도 더 좋아졌다.”

중국, 동남아에도 진출 에정

격세지감이라고 했던가.

한수원은 한국표준형 원전을 들고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에 진출할 요량이다. 천 본부장은 “중국에 원자로를 수출한다”며 “핵심인 원자로를 팔 수 있다는 건 플랜트를 수출한 것이나 다름없다. 조만간 프로젝트 수출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면서 자식 자랑하듯 웃었다.

28년 전 천 본부장이 원전과 처음 인연을 맺었을 즈음, 한국이 확보한 원전 기술은 보잘것없었다.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원자로를 들여와 외국의 기술로 원전을 짓고 운전한 것이었음에도 고리 1호기에 온 나라가 환호했다. ‘오일 쇼크’라는 끔찍한 일을 겪었으니 그럴 법도 했다.

특히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한국 같은 나라에서 원전은 ‘에너지에 국한해선’ 축복이다. 불을 훔쳐서 인류에게 전해준 프로메테우스처럼. 천 본부장에게 원전은 가장 청정(淸淨)한 발전소이자, ‘자원 빈국’이 ‘전력 부국’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곳이다. 없는 석유를 캘 수는 없으되, 기술만큼은 자립할 수 있다는 뜻이다.

울진 원전 5, 6호기는 해마다 152억kWh가량의 전력을 생산한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가 될 거라는 입방아가 나오는 가운데, 152억kWh는 석유로 대체한다면 약 8000억원의 외화가 소비되는 전력량이다(우라늄 1g이 분열할 때 생기는 에너지는 석유 9드럼, 석탄 3t이 완전 연소할 때 생기는 에너지와 같다).

원전의 발전 원리는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다. 화력발전소가 발전기의 터빈을 돌리기 위해 석유·석탄 등을 태운다면, 원전은 화석에너지 대신 우라늄을 쓰는 게 차이다. 따라서 전력 빈국과 전력 부국의 차이는 ‘누가 더 많은 우라늄을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높은 기술 수준을 가지고 있느냐’에 있다.

핵연료 재처리 조심스런 소망

원전은 천 본부장의 설명대로라면 청정하기까지 하다. 온실가스를 배출하지도 않고 오존층을 파괴하지도 않는 ‘자연을 자연스럽게 만드는’ 에너지라는 것이다. 환경단체의 타깃이 되는 원전에서 일하는, 천 본부장 같은 근무자들은 “원자력만큼 환경친화적인 에너지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소리 없이 강한 原電 축제 속 ‘고민’

사용 후 핵연료를 넣어둔 수조, 발전기 터빈, IAEA의 감시카메라, 방사능 유출을 막는 원전 외벽 구조(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한수원 사람들의 꿈은 크다. 남북 문제와 국제 정세는 아랑곳 없이 내심 북한 신포에 건설하다가 중단된 경수로를 마무리 짓고 싶어한다. 또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해보고 싶다는 소망도 조심스레 내비친다. 농축을 하는 ‘선행주기’와 재처리를 하는 ‘후행주기’를 갖춰야 비로소 핵 강국으로 떠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선행주기와 후행주기 모두 꾸린다는 건 꼭 핵무기를 갖겠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한수원의 바람은 벌써부터 역풍을 맞았다. 핵 강국의 들머리인 방사성폐기물처분장(이하 방폐장) 건설이 애를 먹는 것이다. 전북 부안군은 방폐장 유치를 선언했다가 공황에 가까운 내홍을 겪었다. 최근 5개 안팎의 도시들이 방폐장 유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원자력의 이미지가 많이 개선된 만큼 이번엔 방폐장을 세울 수 있다는 게 한수원의 판단이다. 과연 한수원이 환경단체와 주민들의 벽을 넘을 수 있을까.

원자력은 생각보다 안전할 뿐더러 환경친화적인 에너지원이라고 ‘과학’은 말한다. 방폐장은 원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안전하다. 사고가 날 확률은 없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다. 그럼에도 원전은-확률은 매우 낮으나-큰 사고가 나면 치명적 재앙을 가져온다. 방폐장 역시 ‘예외 없는 과학’이 없다는 점을 통째로 무시할 수는 없다. 방폐장은 오해와 불신의 벽을 넘을 수 있을까. 울진 원전 5, 6호기가 출생을 알린 축제의 날, 한수원의 고민은 여기에 있다.



주간동아 2005.08.23 499호 (p68~70)

사진·김용해 기자 sun@donga.com / 글·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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