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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래 교수의 ‘과학 속 세상史’

美 천문학자 로웰 한평생 명왕성 찾기

  • 박성래 한국외국어대 과학사 교수/ parkstar@unitel.co.kr

美 천문학자 로웰 한평생 명왕성 찾기

美 천문학자 로웰 한평생 명왕성 찾기
로웰은 일본에 대한 사랑이 사그라진 이후 천문학에 열정을 쏟기 시작했다. 당시 이탈리아 밀라노의 브레라천문대 대장인 스키아파렐리(1835~1910)는 화성 표면에 홈줄(canali)이 나 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로웰은 그것을 운하(canal)로 받아들였다. 그의 상상력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 운하를 화성에 존재하는 지적 생명의 증거라고 주장했다. 조선 왕조가 최초로 서양에 파견했던 1883년의 보빙사(報聘使)를 수행했던 미국 청년 로웰이 10년 만에 천문학자로 탈바꿈한 것이다.

로웰은 1894년 이곳 애리조나 주 북부 훌래그스태프에 천문대를 세웠다. 마침 철도가 개통되어 교통이 좋아진 이 일대가 건조한 날씨, 높은 지형 등과 어우러져 천문대로 적합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지역 유지들은 천문대를 유치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좋은 조건을 제시했다고 한다. 10만여평 터에 자리잡은 로웰천문대는 어느새 ‘화성의 언덕(Mars Hill)’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 천문대에는 당시 최고의 망원경 제작자인 앨번 클라크(1832~97)가 만든 24인치짜리 굴절망원경이 설치됐다.

로웰은 평생 화성에 지적 존재가 있음을 주장하면서 이를 증명하려고 노력했다. 이를 위해 그는 화성을 관측하려 노력했고, 수많은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었다. 당연히 화성에 대한 여러 저서를 남겼지만 그의 화성인에 대한 신념은 점차 상상으로 규정됐다. 그의 엉뚱한 예측으로만 보자면 로웰은 실패한 천문학자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그의 실패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로웰의 마지막 꿈은 태양계의 가장 바깥쪽을 돌고 있는 행성, 즉 명왕성을 발견하는 것. 태곳적부터 태양 둘레에는 5개의 행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망원경의 발명 이후 1781년 F. W. 허셀이 처음 천왕성을 발견했고, 천왕성의 궤도 계산으로 그 바깥쪽에 미지의 행성이 있다는 것이 예고되기도 했다. 일곱 번째 행성인 해왕성은 1846년 9월 발견됐고, 또 그 너머의 행성까지도 예측됐다. 로웰은 그 마지막 태양계 행성을 찾으려고 전력을 다했던 것이다. 불행히도 꿈을 이루지 못한 그는 1916년 세상을 뜨고 만다.

하지만 선각자의 꿈은 그의 후배이자 제자인 톰보(1906~97)에 의해 바로 이곳 로웰천문대에서 이뤄졌다. 1930년, 24세의 신참 천문조수 톰보가 그해 1월의 사진 자료를 분석하다가 새로운 행성의 존재를 발견한 것이다. 후일담이지만 로웰이 살아 있을 때도 명왕성은 그가 찍었던 사진 속에 담겨 있었다고 한다. 그것도 무려 세 번씩이나 기록됐지만, 다만 그것이 ‘행성 X’인 줄 확인하지 못했을 뿐이다.



애초 명왕성의 이름으로는 ‘미네르바’가 거론됐지만 이미 다른 천체에 사용됐다는 이유로 탈락했고 크로너스와 플루토가 강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그중 플루토가 선택된 이유는 이미 로마신화의 3형제 가운데 목성과 토성이 행성 이름으로 채택됐으니 지하세계의 담당자인 플루토에게도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던 것. 게다가 ‘플루토’라는 이름의 약자인 PL이 바로 퍼시벌 로웰의 이름 이니셜이 된다는 점도 명왕성 이름을 짓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됐다. 로웰의 꿈이 명왕성이란 이름에 남겨졌으니, 그는 실패한 천문학자는 아니었던 셈이다.



주간동아 2005.06.28 491호 (p69~69)

박성래 한국외국어대 과학사 교수/ parkstar@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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