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80

2005.04.12

“국수라도 배불리…” 北 김기만 유작전

  • 이인모 기자 lmlee@donga.com

    입력2005-04-08 11: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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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수라도 배불리…” 北 김기만 유작전
    북한 사리원 금강국수공장 후원회 (이하 후원회)가 어느덧 창립 7년째를 맞았다. 이제 후원회는 조국평화통일불교협회(이하 평불협)가 황해북도 사리원시에 세운 금강국수공장에 매달 60t의 밀가루와 생필품을 지원하는 내실 있는 단체로 성장했다.

    후원회가 지금에 이르기까지 김도현 (62) 회장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5년째 후원회장 직을 맡고 있는 김 회장은 “경제적 능력이 부족해 몸으로 때웠다”고 겸손해하지만, “김 회장의 노력이 없었다면 지금의 성장이 가능했을까” 하고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후원회는 이제 회원이 2500명을 넘어섰고 후원 액수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2004년에는 밀가루와 생필품 14억원어치를 북한에 보냈다. 이 같은 후원 덕에 사리원 금강국수공장에서는 하루 7000~8000그릇의 국수를 생산, 북한 주민들에게 무상 지원하고 있다. 식량난에 허덕이는 북한 주민들에게 큰 도움이 아닐 수 없다.

    후원회는 최근 후원기금 마련을 겸한 뜻깊은 행사를 열었다. 평불협, 통일법당과 공동으로 개최한 ‘북한 최고 화가 고 김기만 화백 유작 특별전’이 바로 그것.

    김 화백은 운보 김기창 화백의 동생으로 북한에서 ‘조선화의 4대 화가’로 손꼽혔던 공훈 화가다. 그는 2000년 남북이산가족 상봉에서 극적으로 형 김기창 화백을 만났지만 형의 병세가 깊어 말 한마디도 나누지 못하는 가슴 아픈 장면을 보여준 바 있다. 상봉 두 달 만인 2001년 1월 남녘의 형이 숨지고, 북녘의 동생도 2004년 12월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이번 특별전에 전시된 김 화백의 그림은 주로 매화, 국화, 새우, 모란 등 전통적인 소재를 다룬 작품으로 150여점이 선보였다. 이 작품들은 평불협 회장인 법타 스님이 90년대 초부터 북한을 왕래하면서 수집한 것들이다.

    특별전은 금강국수공장 후원금 마련이라는 목적 외에 북한 예술인의 작품을 소개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김 회장은 “북한에는 역량 있는 예술인들이 많이 있지만 체제 탓에 제대로 독창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작품의 해외 진출도 쉽지 않다. 북한 예술인들의 작품이 자주 소개될수록 그 같은 문제점이 개선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 특별전도 바로 그런 과정 가운데 하나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93년에서 95년 사이 문화체육부 차관을 지내는 등 정·관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친 김 회장은 “우리 국민의 작은 정성이 북한 주민들의 배고픔을 덜어줄 수 있다”며 “후원회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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