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80

2005.04.12

얘들아~ 자일리톨 씹고 자야지

충치 예방 구강 건강 유지 하나의 수단 … 식사나 간식 후 양치질은 기본 중 기본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5-04-08 11: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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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얘들아~ 자일리톨 씹고 자야지

    자일리톨도 제대로 알고 씹어야 건강에 도움이 된다.

    ‘충치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광고로 웰빙 열풍의 시발점이 된 식품이 있다. 자일리톨 껌이 그것이다. 설탕 같은 단맛을 내면서도 건강에 이롭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은 차 안이나 사무실 책상에 자일리톨 껌을 비치해두고 하루에도 몇 번씩 씹는다. 하지만 자일리톨이 충치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만 알 뿐 실제로 어디에 어떻게, 왜 좋은지를 아는 이들은 극히 드물다. 과연 우리들은 자일리톨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혹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은 없을까?

    자일리톨(자이리톨연구회 홈페이지 www.

    xylitol.co.kr 참조)은 딸기나 시금치 등의 과일과 채소에도 함유돼 있는 당분으로, 주원료는 자작나무·떡갈나무 등에서 추출되는 자일란, 헤미셀룰로오스 등이 합쳐진 것이다. 자일리톨이 주로 자작나무에서 추출되기 때문에 한자로 목당(木糖)이라 부르며, 핀란드에서는 ‘자작나무 설탕(birch tree sugar 또는 birch sugar)’이라고 부른다. 단 정도는 설탕과 거의 같으나 칼로리는 설탕의 약 75%로 낮으며, 입 안에서 녹으면서 단맛과 청량감을 동시에 준다. 자일리톨은 1890년대부터 연구되기 시작해 1970년대 치의학적으로 사용되었으며, 러시아·일본·독일 등 여러 나라에서 주로 당뇨 환자 식사의 감미료와 비경구 영양제로 사용해왔다. 지금 같은 추잉 껌 형태는 1975년 핀란드에서 처음 발매됐다. 핀란드는 자일리톨 추잉 껌 발매 등에 힘입어 1970년대 국민 1인당 충치 보유율 5개라는 불명예 국가에서 20년 만에 충치 보유율이 1개 이하인 최고의 ‘건치국가’가 되기도 했다.

    자일리톨을 국내에 처음 소개한 사람은 제과업체의 연구진이 아니라 현재 세계 구강보건 활동에 매진하고 있는 세계치과의사연맹 윤흥렬 회장. 윤 회장이 대한치과의사협회 임원으로 1976년에 ‘설탕 덜 먹기 운동’을 펼치면서 설탕 대체 천연 소재 감미료인 ‘자일리톨’을 추천하면서부터 우리나라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20년 뒤인 1997년 롯데제과에서 처음 껌으로 발매했으나 구강 건강에 대한 이해 부족과 비싼 가격 때문에 실패하고, 2000년에 다시 발매하면서 국민상품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충치균 아사시키는 ‘무서운 녀석’



    개그맨이자 치과의사인 사람사랑치과 김영삼 원장은 자일리톨을 “무서운 녀석”이라고 부른다.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서도 회자되었던 이 말은 자일리톨이 충치균을 굶어 죽이는 “무서운 녀석”이라는 말에서 기인한 것으로, 김 원장이 자일리톨의 기전을 쉽게 설명하고자 부르기 시작한 것. 자일리톨을 투여하면 입 안의 충치균인 뮤탄스균이 자일리톨을 설탕으로 착각해 섭취한 뒤 발효를 시키려고 하지만, 발효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시 배출하게 된다. 이 과정을 계속 되풀이하면서 뮤탄스균은 자체 에너지가 고갈됨으로써 활동력이 현저히 떨어지는데, 이를 ‘자일리톨의 무익회로(無益回路·아무 이익이 없는 행위를 되풀이하는 것) 현상’이라고 부른다. 자일리톨은 이 현상을 통해 충치균의 활동력을 떨어뜨리거나 플라크를 줄게 만든다. 쉽게 말하면 자일리톨이 충치균을 굶어 죽게 하는 것이다. 핀란드와 헝가리 등에서 진행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일리톨은 충치 예방 효과가 70%가 넘는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나라에서는 2004년 7월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원료 성분 인정 규정’에 따라 자일리톨을 건강기능식품으로 공식 승인했다. 입 안에서의 플라크 및 산의 생성을 억제해주며, 충치균의 성장을 저해해 충치 발생의 위험을 줄이는 자일리톨의 기능을 공식 인정한 것. 자일리톨로 충치 예방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자일리톨이 50% 이상 사용되고, 기타 당류와 전분류는 구강 내 세균에 의해 발효되거나 산을 발생시키지 않아야 한다. 때문에 자일리톨의 효과를 제대로 보기 위해선 자일리톨 함량을 확인하고, 자일리톨이 입 안에 머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긴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플라크 생성 억제 공식 인정 … 어린 자녀 둔 엄마가 씹으면 더 효과적

    자일리톨은 어린 자녀를 둔 엄마가 씹으면 더욱 효과적이다. 충치는 모자감염의 현상이 두드러지기 때문. 충치의 모자감염이란 핀란드의 에바소더링 교수가 밝혀낸 이론으로, 충치가 어머니에게서 아이들한테로 감염된다는 뜻이다. 충치균은 어머니가 아이들과 컵을 같이 쓰거나 입맞춤을 하는 등 직·간접 접촉으로 침을 통해 자녀에게 옮아간다. 때문에 엄마가 정기적으로 치과를 방문해 불소를 치아에 도포하거나 자일리톨을 씹어주면 아이의 충치 발생 확률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자일리톨을 씹을 경우 충치의 모자감염이 70% 넘게 감소한다는 게 그간의 연구 결과. 에바소더링 교수는 “생후 19개월부터 33개월까지의 아이에게 모자감염이 되지 않게 하면 그 아이는 평생 충치를 모르고 튼튼하게 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자일리톨의 충치 예방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자일리톨 껌을 자기 전과 양치질 후에 씹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일리톨의 무익회로 현상의 효과를 최대한 보기 위해선 입 안에 충치균의 먹이가 될 만한 것들이 없어야 하기 때문. 충치균이 자일리톨을 계속 먹고 뱉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이 핵심인데, 자일리톨 외에 다른 먹이가 있다면 효과를 볼 수 없고 오히려 충치를 유발할 수 있다. 그래서 자기 전에 양치질을 깨끗이 하고 자일리톨을 섭취하면 잠자는 시간 동안 충치균은 자일리톨 무익회로를 통해 에너지를 잃게 돼 충치 예방 효과가 커진다. 그래서 핀란드 유아원에서는 아동들에게 점심을 먹고 양치질을 한 뒤 낮잠 자기 전에 자일리톨 껌을 씹게 하고 있다.

    자일리톨은 많이 씹으면 변을 묽게 하는 효과를 나타내기도 한다. 2002년에는 이 현상을 TV 프로그램에서 시연하기도 했다. 변비 환자인 여성들에게 자일리톨이 함유된 식품과 함유되지 않은 식품을 각각 섭취하게 한 뒤 다음날 ‘배출’에 성공한 사람은 종을 울리도록 하는 실험이었는데, 실험 결과 자일리톨 껌을 씹은 여성은 경쾌하게 종을 울렸다. 이는 자일리톨의 당알코올류 특성 때문이다. 그러나 변비 탈출을 위해 필요한 자일리톨의 양은 한 번에 한 주먹 정도나 되니 변비 치료를 위해 자일리톨 껌을 씹는 것은 무모한 행위라 할 수 있다.

    또한 자일리톨만으로 구강 건강을 유지하겠다는 생각은 오산이다. 충치예방연구회 송학선 회장은 “자일리톨은 불소 도포, 실런트, 영양섭취 등과 같이 치아건강을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며 “따라서 자일리톨이 양치질을 대신할 수 없고, 식사나 간식물 섭취 후에는 반드시 양치질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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