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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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나고 얼떨떨 … 비관 말라”

개그맨 정만호 “아이 키우는 보람, 참고 견디면 길은 보이게 마련”

  •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입력2005-04-08 10: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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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겁나고 얼떨떨 … 비관 말라”

    SBS TV ‘웃찾사’를 통해 인기를 얻은 개그맨 정만호. 열일곱에 아빠가 된 사연을 털어놓은 뒤 팬들의 격려를 많이 받았다.

    SBS TV ‘웃음을 찾는 사람들’(웃찾사)에서 ‘만사마’로 인기를 얻고 있는 개그맨 정만호(29·사진) 씨는 요즘 무대에 설 때마다 팬들에게서 뜨거운 박수를 받는다. 정 씨 역시 같이 연기하는 동료 개그맨들보다 더 깊이 허리를 숙인다. 최근 그가 중학교 졸업 후 동거를 했으며 17세에 낳은 아들을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 밝힌 뒤 일어난 ‘작은’ 변화다. 그는 “팬들이 좋은 시선으로 바라봐주어 무엇보다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스무 살 때 만난 현재 아내와의 사이에서 둘째 아들(5)을 낳아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

    -가족 관계가 알려진 뒤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

    “아내의 첫 말은 ‘잘했다’는 것이다. 큰 걱정을 덜었다고 했다. 앞으로 개그 더 잘 짜라고 격려도 해주었고. 대신 언론에 다른 가족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일부러 숨긴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동료들은 대개 알고 있었다.”

    -예민한 시기에 있는 큰아들(12)에겐 어떻게 설명했나.

    “아이지만 조숙하고 일찍 철이 들었다. 아버지가 개그맨이라고 친구들에게 자랑도 하지 않고, 이번 일에 대해서도 ‘아빠, 더 열심히 하세요’라고만 했다. 내가 미성년자일 때 자신을 낳아 할아버지 호적에 올릴 수밖에 없었던 일 등은 전부터 아들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 엄마가 새엄마라는 사실은 1년 전에야 얘기해주었다. 한꺼번에 너무 큰 충격을 받을까 봐서였다.”



    -17세에 아이를 낳았을 땐 어떤 생각이 들었나.

    “겁도 나고 얼떨떨했다. 부모님과 상의해 아이를 아버지 호적에 올렸다. 내가 어머니 나이 43세에 본 늦둥이라 부모님이 연로하셔서 더 신세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부턴 돈 벌기 위해 오토바이센터, 공장노동자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나중에 아내의 적금 등을 다 모아 변두리에 작은 중국집을 차렸는데, IMF로 어려운 시기였는데도 그럭저럭 넘겼다. 장사를 잘했던 거 같다. 얼마 전 ‘도전 1000곡’에 출연해 노래방 알바였다고 말해 많은 분들이 진짜인 줄 아시는데, 그건 농담이다.”

    -중국집 이름을 밝힐 수 있나?

    “안 된다. 누구 아빤지 다 알기 때문에.”

    -아이를 낳아 위탁시설에 맡긴다든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는가.

    “어떻든 소중한 생명인 만큼, 어머니가 더 죄 짓지 말자고 하셨다. 나도 동의했다. 열심히 일할 테니 어머니께 잘 키워달라고 부탁드렸고, 어머니와 그렇게 약속했다.”

    -일찍 아빠가 됐기 때문에 좋은 점이 있다면.

    “좋은 점이나 재미보다는 다른 집과 마찬가지로 아이를 키우며 보람을 느끼는 게 아닐까. 아이가 ‘아빠’라고 말할 때의 감동, 늦게 들어왔을 때 자지 않고 기다리고 있는 아들 얼굴을 볼 때의 반가움, 남자 대 남자로 아들과 대화하는 기분, 그런 거다.”

    -아이들과 어떻게 여가를 보내나.

    “다른 집과 똑같다. 개그맨으로 얼굴이 알려지기 전엔 휴일에 온 가족이 놀이동산에 가고 어린이날 아이들이랑 놀고 그랬다. 올해는 공연을 해야 해서 걱정이다. 외출할 땐 너무 젊은 아빠, 젊은 엄마라 ‘노티’나게 변장하고 다닌다.”

    -비슷한 처지의 ‘어린 부모’들에게 어떤 얘기를 해주겠는가.

    “자랑거리도 아닌데 뭐 할 말이 있겠는가. 공인인데 이런 말을 하면 건방지단 말을 들을까봐 걱정이다. 어떻든 비슷한 상황에 놓인다면, 비관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겨나가려 최선을 다하다 보면, 길은 보이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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