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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 얼어죽을 … 이기고 보자”

보쌈과 눈치작전 등 4·30 재보선 공천 구태 … 여야, 전략 요충지 ‘충청 접전’ 올인 채비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원칙? 얼어죽을 … 이기고 보자”

“원칙? 얼어죽을 … 이기고 보자”

3월31일 열린우리당 아산시당원협의회 소속 당원들이 서울 영등포 우리당 중앙당사에서 이명수 전 충남부지사의 공천 철회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명수 전 충남도행정부지사가 열린우리당(이하 우리당) 공천장을 받던 3월28일, 심대평 충남도지사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정치적 참모역을 맡고 있는 백운교 전 비서실장은 유구무언이라고 말했다. 이 전 부지사는 심 지사가 3월 초 자민련을 탈당, 정치적 홀로서기를 시도했을 때 한 축을 담당한 이른바 ‘우명수 좌진석(정진석 전 의원)’의 일원. 1988년 심 지사가 제24대 충남도지사로 발령받으면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이후 근 20년간 손발을 맞추었고, 심 지사는 그를 부지사로 발탁해 후계자 반열에 올려놓았다.

그런 만큼 도청 공기는 험악할 수밖에 없는 상황. 백 전 비서실장은 “근 20년이나 챙긴 사람이 야반도주하듯 떠났는데 그 심정을 말로 꼭 해야 아느냐”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한마디로 배신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심 지사의 다른 한 측근은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이기고 보자는 승리지상주의가 선거판에 몰아치고 있다”고 말했다.

4·30 재·보궐선거를 준비하고 있는 여야 각 당이 ‘올인(다 걸기)’ 채비에 나섰다. 상당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길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남의 당 후보를 빼오는 보쌈 공천도 선보이고 지역과 관련 없는 중량급 인사들의 ‘스카우트’도 마다하지 않을 태세다. 진성(기간)당원들의 경선을 통해 확정된 후보를 갈아치우는 경우도 있다.

“승리지상주의 선거판 몰아쳐”





여야는 특히 충청대첩에 총력을 기울인다. 우리당 측에 충청은 과반 의석 확보의 전초기지로 절대 외면할 수 없는 전략 요충지. ‘중원’을 사수해야 변방세력의 부활을 잠재울 수 있다는 현실적 필요성도 등장한다. 2004년 총선 때 침몰했던 민주당은 고토(故土)인 호남지역에서 기지개를 켜고 있다. 또 다른 변방인 영남은 여전히 한나라당만 쳐다볼 뿐 요지부동이다. 이 마당에 충청에 중부권 신당이 이륙 채비를 갖추었다. 우리당으로서는 과반 확보는 고사하고 야3당의 역포위 구도에 갇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국.

우리당이 중원에서 정면승부를 펼치려는 이유가 명백해진다. 심 지사의 첫 번째 참모인 이 전 부지사의 영입은 중부권 신당을 허물고 우리당의 경쟁력을 높이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노릴 수 있다. 여론조사 결과 이 전 부지사는 아산지역 출마후보자들 가운데 최고의 경쟁력을 보였다.

이 전 부지사의 경쟁력을 탐낸 것은 비단 우리당뿐만이 아니었다. 한나라당도 내심 그에게 눈독을 들였다. 한나라당의 충남지역 한 지역원로는 2월부터 수시로 천안과 아산에서 이 전 부지사를 만나 “같이 가자”는 정치적 동행을 제의했다. 두 인사의 만남은 한나라당의 구심력과 이 전 부지사의 정치적 필요성에 따른 전략적 회동으로 풀이된다.

각 당의 공천 분위기가 무르익은 3월19일 한나라당 한 고위관계자는 비밀리에 천안을 방문, 이 전 부지사와 마지막 담판을 지었다. 이날 한나라당 인사가 이 전 부지사에게 전한 말은 “미래를 생각해 가시밭길로 가라”는 것이었다.

“한나라당은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을 통과시켰다. 지금은 우리당이 강세지만, 앞으로 여당은 호재보다 악재가 많을 수밖에 없다. 여당은 이제 내리막길을 걷는다. 충청은 현재 야당 불모지지만 해볼 만하다. 앞으로 한나라당은 충청에서 사랑받을 수 있다. 여당 바람을 타는 것보다 야당에 투신하라. 그래야 정치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이 전 부지사의 답변도 간단했다.

“…며칠 생각해보고, 결심이 서면 연락하겠다.”

한나라당이 이 전 부지사에게 매달린 이유는 우리당과 같은 계산서를 쥐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우리당과 이 전 부지사의 결합보다는 파괴력이 약했지만, 한나라당과 이 전 부지사의 조합도 경쟁력이 뛰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이 전 지사와 천안 회동을 했던 한나라당 고위관계자는 이후 이 전 부지사의 연락을 받지 못했다. 대신 이 관계자는 3월28일 “이 전 지사가 우리당 아산지역 공천자로 확정됐다”는 언론보도를 접했다. 보쌈과 빼내오기, 그리고 출마 후보의 철새 행태 및 눈치작전 등이 어우러진 한판은 결국 우리당의 최종 승리로 끝났다.

이와 관련 이 전 부지사는 4월1일 전화통화에서 “입당을 전제로 만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 전 부지사는 2004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자민련 인사들이 탄핵 역풍을 피해 줄줄이 탈당하자 전장에 나서는 이순신 장군의 비장한 결의를 통해 자신의 심정을 이렇게 밝혔다.

“서글픈 것은 지금의 낮은 지지도(자민련)가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위해 어머님의 영정을 뒤로한 채 전장으로 향한 이 충무공의 정신을 가지고 있는 정치인이 이 땅에 한 명도 없는 것이다. 이 충무공의 정신을 이어받는 그 길에 이명수가 앞장서겠다.”

일부 후보자 철새 행태 재연

승리지상주의에 매몰된 정치논리는 진성당원에 의한 경선 결과를 뒤집었다는 의혹도 불러온다. 이 의혹이 불거진 곳도 허리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공주·연기 지역. 주인공은 3월22일 기간당원들의 경선에 의해 우리당 후보로 결정됐던 박수현 후보. 박 후보는 경선에 참여했던 다른 후보가 제기한 학력 및 경력에 대한 의혹과 관련, 후보 자격이 박탈됐다. 10개월간 국회에 근무했던 그가 10여년간 국회 입법보좌관으로 활동했다고 홍보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다.

박 후보는 이에 대해 3월31일 전화통화에서 “이상재 전 의원을 비롯, 이인제 의원 특보 등 10년 넘게 국회에서 활동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이 사안이 중앙당으로 넘어오면서 정치바람을 타기 시작했다는 게 박 후보의 주장이다. 박 후보는 “당선돼도 100% 무효가 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중앙당 기류가 바뀌더라”고 말했다. 그 뒤로 정치적 해석이 뒤따른다. 심 지사의 지원을 받고 있는 정진석 전 의원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고 이 때문에 중앙당이 무리하게 박 후보를 사퇴시켰다는 것. 이에 대해 최규성 사무처장의 한 측근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반면 후보 측의 불법선거운동이 선관위에 의해 제기됐음에도 “후보 교체는 없다”는 뚝심전략도 나온다. 경북도 선거관리위원회는 3월30일 “경북 영천지역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정희수 후보 측이 선거홍보원을 고용해 돈을 주고 사전선거운동을 벌인 사실이 일부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사안과 관련, 한나라당 중앙당은 현장 실사팀을 파견해 내용 파악에 나섰다. 이 팀은 지역 검찰의 동향 등을 파악하는 등 꽤나 민첩하게 움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을 거쳐 중앙당은 3월31일 “정 후보로 선거를 치른다”는 결정을 재확인했다. 임인배 공천심사위원은 이날 “정 후보를 둘러싼 의혹은 재판을 받아도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텃밭인 경북 영천을 빼면 한나라당이 승리를 장담할 만한 곳은 거의 없다. 공주·연기와 아산 등 중원 승부에서는 공천할 후보를 구하기도 어려운 형국이다. 공천심사위 이윤성 의원의 한 측근은 “성남 중원도 전통적으로 호남세가 강해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한나라당은 경남 김해 갑 지역에서 더 ‘갑갑’해진다. 이곳은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이지만 한나라당의 안방이다. 2004년 총선 때 불의의 습격으로 주도권을 놓쳤지만, 이번 선거에서 되찾을 계획이다. 그러나 후보도, 전략도 만들지 못하고 있다. 공천심사위 한 고위관계자는 “여권 카드를 보고 우리 칼을 뽑을 계획”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없는 말투다. 4월 초 우리당은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의 발탁설이 흘러나왔다. 그의 중량감을 활용, 수성에 나서겠다는 것. 이 흐름을 본 한나라당은 “그보다 더 중량감 있는 인물을 찾겠다”고 밝히고 있다.

박근혜 대표의 한 측근은 “이번 선거는 절반(3곳)만 확보하면 한나라당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도 “당선 가능성을 최우선으로 고려, 후보를 공천해야 한다”는 승리지상주의가 당을 감싼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여야는 ‘구태’로 빠져들고 있다.



주간동아 2005.04.12 480호 (p30~31)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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