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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l 지구는 하나

해일 지나간 곳에 ‘溫情 코리아

개발 NGO들 구호팀 긴급 파견 …몸사리지 않는 봉사활동에 현지인들 ‘감동 또 감동’

  •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해일 지나간 곳에 ‘溫情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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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의 빈곤 지역과 재해 현장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한국의 개발 NGO 회원들.

인도네시아 반다아체는 강을 끼고 있는 도시라 ‘쓰나미(지진해일)’ 피해가 특히 컸어요. 도시가 완전히 물에 잠겼는데, 지금은 모두 열심히 청소를 한 덕분에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어요. 걸어다닐 수 있는 길이 생긴 것만 해도 감사합니다.”

‘한국기아대책기구’ 회원으로 인도네시아 반다아체에서 구호 활동을 하고 있는 김누가 박사의 말이다. 2004년 12월29일 재해 현장인 반다아체에 도착한 김 박사는 해안과 산중턱에 있는 난민촌 두 곳을 오가며 구호 활동을 하고 있다. 몽골과 이집트 등에서 의료와 선교 교육을 하던 김 박사는 새해부터 ‘한국기아대책기구’에 합류해 봉사활동을 하기로 했는데, 곧바로 엄청난 재해 현장으로 나가게 된 것이다.

2004년 12월26일 남아시아를 덮친 지진과 해일의 비극 속에서 우리나라 ‘개발 NGO(비정부기구 중 제3세계 개발을 위해 구호, 보건, 문명퇴치, 직업훈련 등의 활동을 하는 단체’들의 활동이 큰 빛을 발하고 있다.

다른 나라 구호단체들 접근 꺼리는 곳도 “기꺼이 OK”

재해의 실상이 알려지자마자 인도네시아와 스리랑카, 인도 등에 도움의 손길을 펼치기 위해 달려간 이들이 바로 우리나라 개발 NGO에서 파견한 긴급구호팀들이었다. 우리나라 외교통상부가 자국 여행객들에 대한 늑장대처로 비난받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김 박사가 속해 있는 ‘한국기아대책기구’는 재해 발생 다음날인 2004년 12월27일 2만5000달러를 긴급 지원하고 긴급구호팀을 짜서 파견하였으며, 월드비전한국도 3만 달러를 지원했다. 불교수련단체인 정토회 소속 한국JTS(Join Together Society)도 이틀 뒤 스리랑카 최대 NGO인 사르보다야 운동본부에 지원금을 보냈다. 토종 NGO인 ‘굿네이버스’도 새해 첫날 이규인씨(의사) 등 의료인 다섯 명으로 이뤄진 긴급구호팀을 스리랑카 골과 마타라 지방에 파견해 부상자 치료와 전염병 예방 활동을 벌이도록 했다. 이어 ‘선한사람들’이 마타라 난민촌에 합류하여 구호 활동을 벌이고 있다. 골에 다른 나라 구호팀이 이미 파견돼 있어 이들의 도움이 닿지 않는 지역으로 옮겨간 것이다.

역시 기독 의료인들이 중심이 된 토종 NGO ‘글로벌케어’ 의사들 일진도 1월5일 병원 문을 닫거나 동료 의사에게 환자를 맡기고 인도네시아로 떠났다. 각 NGO의 긴급구호팀들은 소수지만 정예 요원들이다. 대개 터키 대지진(1991년), 인도 대지진(2001년)과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등에서 긴급구호 활동을 한 경험이 있어 서로를 ‘지진이 날 때마다 만나는 사람들’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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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JTS.

이번 재앙은 전 세계의 외교 및 정치 경제에 막대한 충격과 영향을 주겠지만, 우리나라의 NGO 활동과 이를 보는 일반인들의 인식에도 큰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경제 규모 10위권 국가면서도 제3세계 국가를 돕는 정부개발원조(ODA) 규모는 국민총소득의 0.06%로 선진국 수준(0.2%)에 한참 못 미치는 상태. 그러나 이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공감조차 얻지 못해 ‘경제 선진국에 걸맞은 책임감이 부족하다’는 따가운 시선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참사 이후 우리나라 NGO들이 보여준 빠르고 헌신적인 봉사활동으로 현지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이미지가 크게 달라졌을 뿐 아니라 국내에서 개발 NGO의 활동을 널리 알리고 봉사와 기부의 정신을 전파하는 데 큰 구실을 하고 있다. 이미 “다른 나라 구호 단체들이 접근조차 어려워하는 곳에 한국 봉사팀들이 들어가 현지인들도 놀라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올 정도다.

또한 개발 NGO인 월드비전에 ‘용사마’ 배용준이 지진해일 피해 복구를 위해 3억원을 기부하자 그의 뜻을 따르는 아시아의 ‘가족들(팬들)’ 성금이 답지해 인터넷 서버가 2시간 넘게 다운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50년대 전쟁 이후 62년까지 선진국 및 국제 개발기구로부터 받은 원조액이 국민총생산(GNP)의 8%, 대한(對韓) 투자의 80%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의 원조 수혜국이었다. 80년까지 우리나라가 받은 무상원조만 45억 달러에 이른다.

선진국으로부터 받기만 하던 우리나라는 90년대 이후 제3세계에 대한 지원국이 됐다. 91년 외교부 산하에 설립된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이 같은 국가 간 무상지원을 체계적으로 도모하기 위한 기관이다.

정부의 공식 원조에 비해 규모는 훨씬 작았지만 어린이와 여성 등 정부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계층과 소외 지역을 대상으로 활동했기 때문에 오히려 사회의 전반적인 개발에 큰 공헌을 하고 장기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 선진국의 NGO들이다. 전쟁 이후 우리나라에 기독교가 급속하게 세를 얻은 것과 외국 NGO들이 대개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하고 있었던 것이 결코 무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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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자씨가 홍보대사인 월드비전.

외국 정부의 공식 원조가 필요 없어진 시기에 우리나라를 돕기 위해 들어왔던 선진국 NGO들은 대개 철수했다. 그러나 일부 NGO들이 남아 우리나라 개발 NGO의 선구자(또는 선도단체)가 됐는데, 가장 대표적인 기구가 ‘사랑의 빵’ 모금으로 유명한 ‘월드비전’이다.

‘월드비전’은 50년 봅 피어스 목사와 한경직 목사가 미망인과 고아를 돕기 위해 시작한 구호 단체로 현재 세계 최대 규모로 성장했다. 세계 100여개국에서 9000만여명을 돕고 있으며, 우리나라 정기후원자 수만 해도 8만6000명에 이른다. 처음엔 영어를 옮긴 ‘선명회’로 활동했으나 통일교와 헷갈린다는 이유 등으로 ‘월드비전한국’이란 이름을 다시 쓰고 있다. 우리나라가 수혜국에서 후원국으로 바뀜에 따라 월드비전한국도 91년부터는 북한과 제3세계를 돕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결식아동을 위한 ‘사랑의 도시락’ ‘이동목욕서비스’ ‘가정결연 사업’ 등 국내 사업 비중이 더 높다. 미국 일본 캐나다 등 선진국들은 모두 국외의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데 비해 유일하게 한국과 대만만이 국내외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기아대책기구’ 자원봉사자 모집에 지원자 쇄도

‘월드비전’은 91년 김혜자, 박상원 등 연예인 친선대사를 최초로 도입해 큰 사회적 울림을 얻었고, 이는 다른 NGO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었다. 이번 긴급구호팀장으로는 ‘바람의 딸’ 한비야씨가 활동하고 있다. 한씨는 스리랑카에 이어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무엇을 도울 수 있을지를 편지 형태로 전해주고 있다.

‘월드비전’의 이현정 간사는 “이번 지진해일 재난뿐 아니라 해외에 나가 직접 봉사활동을 하고 싶어하는 젊은이들의 문의가 크게 늘고 있다. 그러나 현지인들의 자립을 돕는 것이 ‘월드비전’의 원칙이라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일에 주력한다”고 말했다.

‘기아대책기구’ 역시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구호 기구로 71년 래리 워드 박사가 창립하여 현재 12개 국가에 설치되어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89년 발족됐다. 모잠비크와 아프가니스탄 등에 의료진을 보냈는가 하면, 북한에 분유보내기 운동 등을 벌여 호응을 얻었다. 정기후원회원 3만명에 비정기회원 2만명으로, 가수 장나라가 홍보대사로 뛰고 있다.

이번 지진해일 피해 지역에 이미 1차 의료진 22명이 떠났고, 1월5일 2차로 연세대 의료진을 포함한 30명이 인도네시아로 떠났다. ‘기아대책기구’는 현재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고 있는데 항공 요금을 자신이 부담하는데도 이미 300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리고 있다. ‘기아대책기구’는 전문 정예 요원들을 선발하여 1월 말까지 아시아 재해 지역에 파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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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케어.

아동학대 예방캠페인으로 ‘파란 리본’ 달기 운동을 하고 있는 ‘굿네이버스’는 91년 ‘한국이웃사랑회’란 이름으로 우리나라에서 처음 만들어진 토종 개발 NGO. 기독 정신에 입각해 설립됐다. 이번 대지진에 이미 두 번에 걸쳐 긴급구호팀과 구호물자를 전달한 바 있다. 국내 활동으로 결식아동후원 사업을 하고 있으며 방글라데시, 케냐 등 세계 7개국에 지부를 두고 있다. 변정수, 차승원 등이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글로벌케어’는 80년대부터 의료봉사 활동을 해온 기독 의료인들이 중심이 되어 97년 창립됐다. 한국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난 의료 NGO로 몽골과 베트남 등에 지부를 두고 있다. 사무직원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의사들이어서 규모는 작아도 응급시엔 매우 효율적으로 움직인다. 북한 용천 폭발사고 때도 10여명이 선발대로 파견됐으며, 5개월 동안 110명이 이라크 바그다드의 빈민촌인 사디르 시티에 파견되어 의료 활동을 벌여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이번 남아시아 지진해일 재해 구호를 위해 5일 1차팀이 인도네시아로 떠났고, 3차까지 50여명의 의료진이 2월3일까지 활동할 예정이다.

한편 불교 개발 NGO로는 한국JTS, 진각복지재단, 이웃을 돕는 사람들 등이 있다. 한국JTS는 91년 인도 비하르주 둥게스리 마을에 의료 캠프를 열면서 태동했다. 마을 주민 대부분이 구걸로 생활하는 극빈촌에 학교와 병원을 세웠으며 이후 미얀마와 아프가니스탄 등으로 활동 지역을 확대해왔다.

이번 남아시아 지진해일 재해가 나자마자 스리랑카에 구호 기금을 보냈고, 아프간JTS 소장인 선주 법사가 현장으로 달려갔으며, 인도로 겨울캠프를 갔던 대학생들 중에서 자원한 12명과 현지 스태프 등 44명이 긴급구호 활동을 하고 있다.

회원들은 정토회에서 공동체 수련생활을 하는데 특히 험하고 위험한 지역을 찾아 들어가 구호 활동을 하는 등 헌신적인 성격이 강하다.

개발 NGO들의 협의체인 ‘해외원조단체협의회(해원협)’에는 현재 39개 기구가 가입해 있다. 정부기관인 국제협력단은 95년에 민간협력팀을 두고 개발 NGO들이 해외 원조 사업을 할 경우 일부 재정적인 지원을 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해원협을 ‘창구’로 삼는다.

NGO 활동가들은 정부나 기업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하지만, 늘 환영받는 것은 아니다. 일부 개발 NGO들이 현지 활동보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을 구해주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실제로 1월6일 외교부 대변인이 재난 지역에서 활동하는 한국 NGO들에 대한 테러 위험을 경고하면서 ‘선교 활동을 자제할 것’을 요청했다. 거의 대부분의 개발 NGO들이 종교적 정신에 기반하여 선교를 겸하고 있기 때문에 이슬람 등 타 종교 국가에서 갈등을 빚기 쉽다. 그러나 현지에서 활동하는 NGO 요원들은 “지금 선교 활동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개발 NGO는 비영리기구이긴 하지만 사업을 하기 위해 돈을 모으고 쓰는 조직이다. 즉 모금과 후원 활동을 위해 ‘경영’과 ‘마케팅’이 필요한 조직인 것이다.

NGO 활동가들 넉넉지 않은 보수 “그래도 보람에 산다”

“현재는 이미 허가받은 단체들도 모금활동을 할 때마다 관련 부처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모금 비용을 모금액의 2%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적극적으로 활동하기가 어렵습니다. ‘기부금품 모집 규제법’이 6·25전쟁 이후 개인이나 집단이 마구 모금을 하지 못하게 하려고 만든 법이기 때문이죠.”(정호윤, 월드비전 기획팀)

다행히 개정안은 마련됐지만, 이번 남아시아 재난에도 국회가 파행을 겪으면서 통과가 계속 늦어져 NGO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NGO들은 후원금으로 살림을 꾸려가기 때문에 활동가들이 넉넉한 보수를 받기 어렵다. 그러나 개발 NGO 활동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직업에 대해 만족한다는 대답이 90%를 넘었다. 남을 돕는 일에서 자신의 행복을 찾는, 진정한 구호의 의미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글로벌케어’ 회원으로 2차 긴급구조 활동을 떠날 예정인 김순남씨(연세 튼튼소아과 원장)에게 경제적 손해와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외국에서 구조 활동을 하려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물었다.

“한국개발협력단에 소속돼 라오스에서 2년 동안 의사로 활동했는데, 어려웠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어느 때보다 의사로서 진정한 보람을 느낀 시절이었습니다. 어느 나라에서든 의사가 된다는 건 주변 사람들한테서 무척 많은 혜택을 받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가만히 앉아 받기만 할 수는 없지 않을까요.”



주간동아 2005.01.18 469호 (p48~50)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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