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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반경 1800km 지킬 ‘F-15K’ 곧 뜬다

美 보잉사 마무리 작업 한창 … 3월 1호기 출고 예정, 10월쯤 한국으로

  • 세인트루이스=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반경 1800km 지킬 ‘F-15K’ 곧 뜬다

머나먼 동맹’ 미국은 멀었다. 인천공항을 떠나 14시간 만에 도착한 워싱턴DC의 덜레스 국제공항의 입국 과정은 피곤할 정도로 지루했다. 지문 찍고, 사진 찍고, 무슨 일로 왔는지 장황히 설명해주고….

국내선 전용인 워싱턴DC의 레이건 공항은 한 술 더 떴다. 인천공항은 슬리퍼라도 내주는데, 그곳은 양말만 신은 채 걸어들어가 발바닥 검색부터 받아야 했다. 이어 허리띠를 뽑아주고 양다리를 넓게 벌린 후 구석구석 ‘샅샅이’ 금속탐지기 검색을 받았다. 치마 입은 여성이라면 얼마나 곤란할까.

2001년 9월11일 이 공항을 통과한 테러리스트들이 비행기를 납치해 ‘미국의 자존심’ 펜타곤(미 국방부)을 때려 부순 것은 잘 알고 있지만, 희롱에 가까운 검색을 받는 동맹국의 국민은 ‘정말’ 피곤했다. 그리하여 도착한 곳이 F-15K를 제작하는 보잉 공장이 있는 세인트루이스. 그런데 수화물이 나오지 않았다. 1시간쯤 지나 들은 해명이 “레이건 공항 측은 기자처럼 편도 항공권만 갖고 탑승한 외국인은 무조건 ‘SSSS’로 표기하는 특별 관리 대상자로 보고, 다음 항공편으로 수화물을 부친다”는 것이었다.

현존하는 세계 최강 전폭기

짐을 포기한 채 보잉 공장에 도착해 F-15K에 대한 브리핑을 받았다. 하지만 목까지 차오른 불쾌감 때문에 설명에 귀 기울이게 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설명 후 F-15K를 제작하고 있는 공장을 방문했다.



미군에는 우리나라와 같은 국군기무사령부란 조직이 없다. 하지만 군사기밀 보호 조치는 한국보다 훨씬 더 엄격하다. 카메라는 물론이고 로밍도 하지 않은 한국 휴대전화까지 맡긴 뒤 필기도구만 가지고 공장 안으로 들어갔다. 사진은 보잉 측에서 찍어 보안성 검토를 한 후 제공해주겠다고 했다. F-15K 공장은 활기에 차 보였는데 이곳에서는 F-15K 1호기를 K-1으로 불렀다.

K-1은 전부 보잉에서 제작하지 않는다. 전방동체 밑부분은 이스라엘의 IAI가 만들고, 엔진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에서 제작한다. 한국도 F-15K 제작에 참여한다. 한국의 대표적인 엔진 제작업체인 삼성테크윈이 GE로부터 기술과 부품을 제공받아 K-5(5호기) 이후의 엔진을 조립하며 K-9 이후의 중앙동체는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제작해 보잉에 납품한다.

한국은 미국을 제외하고 F-15를 보유한 네 번째 나라다. 한국에 앞서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일본이 F-15를 도입했는데, 이 세 나라가 보유한 F-15는 한국이 보유할 F-15와 성능과 용도가 크게 다르다.

F-15에는 한 명의 조종사가 타는 단좌기와 두 명이 타는 복좌기가 있다. 맨 처음 개발된 F-15 단좌기를 F-15A, 복좌기를 F-15B라고 한다. 두 비행기는 형상은 같고 좌석 수만 다르므로 묶어서 F-15A/B형이라고 한다(복좌기는 조종사를 양성하기 위한 훈련기로 주로 쓰인다). 이러한 F-15A/B를 개량해 새로 내놓은 모델이 F-15C/D형이다(C는 단좌기, D는 복좌기).

F-15A/B와 F-15C/D는 날아오는 적기를 공격하는 공대공 임무를 수행하는 제공기. 일본 등 세 나라가 도입한 F-15가 바로 제공기 기능만 가진 F-15였다. 그 후 미국은 공대공 기능 외에 공대지 작전에 주로 투입할 수 있는 고성능 전폭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에 따라 보잉 측은 복좌기인 F-15D를 기본으로 해서 새로운 전폭기 개발에 착수해 F-15E를 제작했다.

F-15E는 지상 공격 기능을 대폭 확대했기 때문에 그 전에 나온 F-15C/D형보다 덩치가 크다. 이 전폭기는 복좌기인데 전방에 앉은 조종사는 조종에만 집중하고, 후방의 무장통제사(WSO)는 공대지 전투임무에 집중한다. 이러한 F-15E에서 레이더 등을 더욱 최신형으로 교체한 것이 한국이 도입키로 한 F-15K다. 미 공군을 제외할 경우 한국 공군은 F-15E를 보유하는 유일한 공군이 될 것이다.

보잉 측은 2005년 3월쯤 K-1을 출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K-1은 바로 한국으로 인도되지 않고 한국이 원하는 대로 만들어졌는지를 검사하는 시제기로 쓰인다. 두 번째로 나올 K-2도 시제기로 쓰이는데, 두 항공기에서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으면 올 10월쯤 같은 방법과 과정으로 만든 K-3와 K-4부터 한국에 인도되기 시작한다. 보잉은 2008년 9월까지 F-15K를 전량 납품하는데, 한국 공군은 40대의 F-15K로 두 개의 전투비행대대를 만들 예정이다.

SLAM-ER 크루즈 미사일 탑재

이어 보잉 측은 F-15K에 탑재될 장거리 크루즈 미사일인 SLAM-ER 공장과 이라크전쟁에서 명성을 떨친 JDAM 공장을 보여주었다. SLAM-ER는 마하 0.8~0.9의 속도로 300여km를 날아가 목표물을 정확히 맞히는 무기다. 미국이 보유한 대표적인 크루즈 미사일인 토마호크보다는 성능이 떨어지지만, 그 다음 등위에 올려놓아도 좋을 만한 우수한 초정밀 무기다. F-15K의 작전반경이 1500km이니 SLAM-ER를 탑재하면 한국 공군의 작전반경은 1800km로 넓어진다.

미 공군이 보유한 F-15E에는 SLAM-ER 발사에 필요한 시스템이 탑재되지 않았다. 때문에 현재로서는 F-15K만이 SLAM-ER를 탑재한 유일한 전투기다. F-15K는 레이더를 개량한 데이어 SLAM-ER까지 달 수 있어 F-15E보다 성능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미 공군은 F-15E의 후속기로 F-35를 보유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F-35가 미 공군에 배치될 때까지 한국은 최고의 전폭기를 가진 나라가 되는 셈이다.

바쁜 일정을 끝내고 다시 세인트루이스 공항으로 나왔다. 이번에도 기자는 편도 항공권만 가진 여행자였기에 ‘SSSS’로 분류돼 정밀 검색을 받았다. 그런데 레이건 공항에 비해 검색하는 분위기가 한결 부드러웠다. 검색을 끝내고 허리띠를 찾기 위해 몸을 돌리려는데, 보안 요원이 고개를 까딱이며 혀 짧은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고 했다.

‘그래, 이 정도 배려는 해줘야 동맹이지.’





주간동아 2005.01.18 469호 (p30~31)

세인트루이스=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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