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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비리 드러낸 ‘神의 자식’ 마케팅

병무 브로커 접근 첩보로 고구마 줄기 캐기 … 검은 거래 실체 밝히려면 ‘계좌추적’ 필요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병역비리 드러낸 ‘神의 자식’ 마케팅

병역비리 드러낸 ‘神의 자식’ 마케팅

병역 비리 혐의를 조사받기 위해 서울경찰청에 출두한 프로야구 선수들.

9월4일 모 TV 방송의 저녁 뉴스는, 프로야구계를 초토화하고 있는 서울지방경찰청(이하 서울경찰청) 수사과의 병역비리 수사를 보도하면서 화면 바탕에 검찰 마크를 띄워놓는 잘못을 저질렀다. 화면 편집자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병역비리 수사는 고난도의 영역이라, 당연히 검찰이 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이런 실수를 범한 것으로 보인다. 이만큼 서울경찰청은 어려운 수사를 쭉쭉 펼쳐나가고 있다.

그렇다면 서울경찰청은 가장 어렵다고 하는 병역비리 수사의 실마리를 어디에서 포착했을까. 시작은 아주 작은 첩보에서 비롯했다. 지금의 병역비리는 병무 브로커인 우모씨와 김모씨 두 사람이 일으킨 것이다. 원래는 우씨가 진짜 브로커이고 김씨는 우씨의 ‘도우미’였는데, 어느 날 김씨가 독립해 우씨와 경쟁하는 관계가 됐다고 한다. 독립했으면 병역 면제를 원하는 사람을 찾는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쳐야 한다.

이 마케팅을 하는 과정에서 김씨는 ㅂ씨와 접촉해, “1억원을 주면 병역을 면제시켜주겠다”고 제의했다. ㅂ씨는 경찰관인 친척에게 이 얘기를 알려주었고 이 경찰관이 서울경찰청 수사과에 알림으로써 8월21일부터 본격적인 수사가 이루어졌다. 서울경찰청은 먼저 김씨와 우씨를 체포함으로써 ‘고구마 줄기’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의학 비법 전수한 사람도 추적 대상

통상적인 병역비리 수사는 ‘고구마’에 해당하는 병역 면제자를 검거한 후, 이 고구마와 연결된 가느다란 뿌리(돈의 이동 경로)를 타고 올라가 ‘다른 고구마(다른 병역 면제자)’와 ‘줄기(병무 브로커)’를 확보하는 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관련자들은 이러한 추적을 차단하기 위해 돈 세탁을 통해 가느다란 뿌리를 끊어놓은 경우가 많아 줄기를 확보하거나 병역 면제자 전체를 일망타진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러나 서울경찰청은 줄기부터 확보했기에 ‘거저먹듯이’ 고구마를 뽑아 올릴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 수사에도 두 가지 한계가 있다. 하나는 우씨와 김씨가 말하는 사람만 불러 조사한다는 점이다. 우씨와 김씨가 끝까지 입을 다물어주는 사람은 수사 대상에서 제외되는 ‘행운’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불공평’을 없애려면 우씨와 김씨가 갖고 있던 계좌를 추적해 두 사람이 밝히지 않은 검은 거래가 있는지를 추적해야 한다. 그러나 서울경찰청은 구속 기한 때문에 계좌까지는 추적하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한계는 의사들의 ‘협조’ 여부다. 병역 면제자들은 군 입대 신체검사를 받기 전, 병원에서 발부한 신장염 등의 병명이 적혀 있는 진단서를 병무 당국에 제출했다.

신장이나 방광에 염증이 있는 사람의 소변에는 소량의 혈액이나 단백질이 섞여 나온다. 병원 측은 소변에 섞여 있는 혈액과 단백질 양을 측정해 신장염이나 방광염 등에 걸려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병역비리 드러낸 ‘神의 자식’ 마케팅

수사경과를 발표하는 서울 경찰청 민오기 수사과장.

우씨와 김씨는 병원 측의 이러한 검사 메커니즘을 거꾸로 이용했다. 즉 컵에 소변을 받은 뒤 극소량의 혈액과 단백질을 떨어뜨려 병원에 제출케 한 것. 0.05㏄의 단백질만 넣어도 요단백(尿蛋白) 수치 등이 매우 높게 나오는 진단서를 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병무청은 이 진단서를 근거로 기계적으로 면제 판정을 내리는 것이다.

우씨와 김씨는 ‘대동강 물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처럼 손쉽고도 교묘한 방법으로 사업을 확장해왔다. 그렇다면 두 사람은 어떤 의학적 지식이 있기에 이러한 것을 면제 희망자에게 코치한 것일까. 한 의사의 의견이다.

“소변에 소량의 단백질과 혈액을 타면 요단백 수치 등이 매우 높게 나온다는 것은 의사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의과대학을 다닐 때 우리는 친구가 받아놓은 소변에 몰래 단백질 등을 섞어 한순간에 그를 사구체신염이나 신장병 환자로 만들어놓고 깔깔거린 적이 있다. 따라서 우씨와 김씨는 의사한테서 이러한 방법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가능성이 있다.”

서울경찰청은 수사에 완벽을 기하기 위해서라도 비법을 전수한 사람을 추적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주간동아 453호 (p40~40)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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