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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련에 간 한나라 대선자금 더 있다

정우택·송광호·원철희씨 각 3천만원 이상 수수 … 검찰, 자금 전달 사용처 집중 수사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자민련에 간 한나라 대선자금 더 있다

자민련에 간 한나라 대선자금 더 있다

자민련 정우택 의원, 한나라당 송광호 의원, 원철희 전 의원(위 부터)

대통령선거를 앞둔 2002년 12월 초 자민련 정우택, 송광호 의원(현 한나라당)과 원철희 전 의원 등 충청권 출신 전ㆍ현직 의원들이 한나라당에서 각각 3000여만원의 정치자금을 받은 사실이 새로 밝혀졌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안대희ㆍ이하 중수부)는 지난 대선 당시 한나라당 지도부가 전용학, 이양희, 이완구, 이재선 등 소위 영입파 의원 9명 외에 충청권 공략을 위해 자민련의 또 다른 현역 의원 및 원외위원장에게 거액의 정치자금을 건넸다는 당 관계자의 진술을 토대로 자금 전달과정과 사용처 등을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이와 관련, 대검 관계자는 5월10일 “원 전 의원의 경우 5월 초, 정우택 의원은 오늘 검찰 조사를 받았으며, 상을 당했다며 검찰소환에 불응하고 있는 송광호 의원은 15일 전까지 소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소환 배경에 대해 “이들이 당을 옮기지 않았지만 대선 직전 한나라당에서 거액의 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자금 규모와 관련해 그는 “3000만원이 넘는다”고 확인해줬다.

충청권의 자민련 의원 및 원외인사 등 3명에게 한나라당의 정치자금이 건네진 사실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 측 다른 한 관계자는 “수사 상황에 따라 정치인들 일부가 더 소환될 수도 있다”고 말해 한나라당 자금수수와 관련한 정치적 파장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송광호 의원 15일 전까지 소환”

정, 송의원 등의 자금수수는 한나라당이 충청민심을 잡기 위해 조직적으로 자민련 등 다른 당 의원들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에 앞서 검찰은 자민련 이인제 의원이 대선 막바지 측근인 김윤수 언론특보를 통해 한나라당에서 2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확인,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검찰 한 관계자는 “이의원 등 다른 당 인사들에게 한나라당이 돈을 건넨 것은 어떤 형태로도 해명이 되지 않는다”며 “정, 송의원도 법률적 시각에서 보면 비슷한 경우”라고 말했다.



대검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 자금은 당시 한나라당 선대본부 고위 당직자인 S씨가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S씨는 대선 직전인 2002년 12월 초 모 기업에서 10억원대의 정치자금을 받아 선거자금으로 전용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이와 관련, S씨는 ‘주간동아’의 사실확인 요청을 거절했다. 검찰 한 관계자는 “불법 대선자금을 만진 한나라당 관계자들이 자신들은 개인적으로 유용하지 않았다는 점을 주장하기 위해 불법자금의 용처를 구체적으로 밝히는 과정에서 자금 지원 내역이 파악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당사자들은 기자의 취재에 공식 대응을 자제했지만 곤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정의원은 5월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검찰에서 특별히 연락받은 것이 없다”며 “만약 연락이 온다면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송의원은 일요일인 9일 전화통화에서 정치자금을 받은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같은 충청도 출신이라 S씨를 자주 만나긴 했지만 자금을 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2002년 11월 말 공식적으로 이회창 후보 지지를 선언한 뒤 지역(제천)에 가 선거운동을 했다”고 말하고 “굳이 그런 상황에서 돈을 받을 이유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송의원은 당시 자민련을 탈당해 한나라당 입당을 추진했으나 철새논란을 우려한 한나라당이 이를 거부, 대선이 끝난 뒤인 2003년 7월 입당했다. 원 전 의원은 기자의 확인 요청에 “할 말이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한나라당이 자민련 및 무소속 원외인사들에게까지 ‘자금’을 지원한 까닭은 당시 대선 상황이 그만큼 급박하게 돌아갔기 때문으로 보인다. 당시 대선구도는 노무현-정몽준 후보의 ‘후보단일화’, 노무현 후보의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 등으로 충청 민심이 급격하게 이탈,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한나라당 지도부로 쇄도했다. 당시 한나라당 주변에서는 각종 채널을 동원해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JP)와 회동을 추진, 빅딜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잇따랐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당시 노무현 후보의 충청권 행정수도 건설 공약과 JP의 애매한 처신으로 충청권의 한나라당 사정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으며 당직자회의에서도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자주 나왔다”고 말했다.

당시 대선 흐름을 읽고 있던 당지도부에서는 패배를 자인하는 분위기도 감지됐으나 한편에서는 “전국적으로 5% 내외의 숨은 표가 있다”는 반론을 제기하면서 충청권에 승부를 거는 분위기가 강했다는 얘기다. 즉 최대의 승부처로 떠오른 대전ㆍ충청 지역의 부동층 20%가 한나라당의 기대감을 부추겼고 이 부동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충청 출신 현역 의원 영입에 열을 올렸다는 것.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당시 노후보는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으로 바람을 일으켰지만, 한나라당은 이렇다 할 전략이 없었다”며 “이 때문에 조직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한나라당이 충청권 인사 영입에 나선 2002년 11월 말을 전후해 이인제 의원과 송광호 의원 등은 기자회견을 열고 공개적으로 이회창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당시 JP는 이들의 입장 표명과 당론은 다르다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지만 소속 의원들의 이탈현상은 심각했다. 당시 정치권은 “뭔가 원심력이 작동하고 있다”며 의혹을 나타내기도 했다.

한편 검찰은 지난 대선 직전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옮기면서 2억원 안팎의 불법자금을 지원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전용학, 이재선, 이완구, 강성구, 원유철 의원 등 입당파 의원 9명에 대해 모두 소환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들 의원의 경우 받은 금액이나 개인 유용 여부에 따른 선별 소환은 어렵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대상의원 10명 중 한승수 의원의 경우 지구당을 맡은 상태에서 자금을 받은 점을 감안해 소환조사에 신중을 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선거자금을 받을 수 있는 명분을 가졌다는 시각이다.



주간동아 435호 (p30~32)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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