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33

2004.05.06

최철한 “돌부처 킬러라 불러다오”

이창호 9단(백) : 최철한 8단(흑)

  • 정용진/ Tygem 바둑웹진 이사

    입력2004-04-29 15: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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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한  “돌부처 킬러라 불러다오”

    장면도

    최철한 8단이 이창호 9단을 또 잡았다. 우승상금 40만 달러가 걸린 세계 최대 기전 응씨(應氏)배에서조차 진 것은 이창호 9단으로서는 치명상이다. 최철한 8단은 국내 기전인 국수전, 기성전 도전기에 이어 이창호에게 무려 5연승을 거두고 있다. 천하의 이창호를 상대로…. 이쯤 되면 이창호에게 이기는 비법을 완전히 터득했다고 봐야 한다. 4년마다 한 번씩 열려 바둑 올림픽으로 불리는 이번 응씨배에서 한국은 신예 최철한 8단과 송태곤 6단이 준결승에 진출해 1~4회까지 16년 동안 한 번도 우승컵을 내주지 않은 한국 바둑의 ‘금메달 독식’을 이어갈 기세다.

    응씨배의 덤은 8점(우리 규칙으로 계산하면 7집 반)이다. 6집 반인 현행 규칙보다 1집 더 많으며 덤에 대한 부담이 큰 만큼 흑을 쥐기보다는 백을 선호한다. 프로바둑에서 1집은 하늘이라 했다. 덤 1집의 차이 때문에 흑은 초반부터 적극 공세를 펼치고 백은 느긋하게 대응하는 흐름이 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흑 ▲ 로 약점을 지켰을 때 하변 대마를 방치한 채 실리를 당긴 백1은 지나친 양반 팔자걸음이었다. 백1로 지켜둘 자리였다.

    최철한  “돌부처 킬러라 불러다오”
    아니나 다를까, ‘핵주먹’ 최철한 8단의 호된 공격이 시작된다. 먼저 흑2의 훅. 이 수는 의 흑1에 다가서서 공격하는 게 보통이다. 만약 백2로 나가면 흑3. 이것은 백이 매우 괴롭다. 따라서 백은 흑1에 A로 곧장 살아버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최철한 8단은 흑2로 추궁한 것이다. 다음 흑4의 어퍼컷은 검토실에서조차 “설마 이렇게까지 표독스럽게 쫓지는 않겠죠?” 하던 바로 그 수. ‘돌부처’ 이창호도 움찔하게 만든 ‘독사’ 최철한의 필살기다. 이 백대마를 공격하며 자연스레 흑6으로 집을 챙기고 백7로 달아날 때 다시 흑8에서부터 어깨 짚어 포위망(백A로 받으면 흑B)을 구축해가면서 주도권을 틀어쥐었다. 321수 끝, 흑 5점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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