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자씨의 작품인 ‘월동 배추’.
잉크가 인쇄된 종이로서 신문지는 가장 흔하게 포장지로 쓰이며, 접어 햇빛 가리는 모자가 되고, 노숙자들의 잠자리가 되기도 한다. 또한 야외에서는 돗자리이며, 어린이에게는 종이접기 놀이의 재료이고, 농부에게는 한해와 해충으로부터 농작물을 지키는 보호막이 된다.
5월29일까지 신문박물관에서 열리는 ‘신문이 있는 풍경’은 이 박물관이 일반인들을 상대로 종이 신문의 다양한 일생을 담은 사진을 공모해 마련한 전시다. 응모자들은 미디어로서의 신문과 가장 일상적인 오브제로서 신문의 여러 가지 면면을 사진에 담아 출품했다. 공원에 모인 사람들에게 신문을 읽어주는 할머니도 있고, 출근길에 머리도 말리지 못한 채 신문을 읽는 젊은 여성도 있다. 2002 월드컵 열기 속에 ‘16강 해냈다’는 1면 제목을 가슴에 붙인 젊은이들의 사진이 있는가 하면, 겨울배추를 꼭꼭 싼 신문의 모습도 보인다.
물론 인터넷 미디어가 세를 떨치고 있지만 종이 신문을 컴퓨터 모니터에 띄운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 바, 종이 신문의 내용과 편집은 역시 종이로 볼 때 가장 강력하게 작동한다. 좌판 벌인 할머니가 우연히 집어든 신문에서 뭔가 흥미로운 것을 발견한 듯 물건 팔 일도 잊어버린 한순간(은상), 서고 한구석에서 잠시 짬을 내 차를 마시며 신문을 보는 직장인의 모습(금상)은 종이 신문의 진짜 매력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일반인들이 찍은 사진이지만 서민적인 유머와 재치가 번뜩이는 사진들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 문의 02-2020-2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