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31

2004.04.22

인파이터 최철한 또 한 방 날렸다

이창호 9단(흑): 최철한 7단(백)

  • 정용진/ Tygem 바둑웹진 이사

    입력2004-04-16 13: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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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파이터 최철한 또 한 방 날렸다
    마침내 깨진 흑번필승 행진. 이창호 9단과 신예 최철한 7단은 국수전(5번기)에 이어 기성전(5번기)까지 도합 10번기의 더블매치를 벌이고 있다. 이창호의 10년 독주에 반기를 들고 정면 도전에 나선 19살 최철한 7단은 앞서 끝난 국수전에서 천하의 이창호 9단을 3대 2로 눕히며 타이틀을 따내는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기성전에서도 1대 1. 이때까지 두 기사는 흑을 쥐었을 때 반드시 이기는, 이른바 ‘흑번필승’ 행진을 거듭했다. 그러나 주거니 받거니 하던 흑번필승 방정식을 ‘겁없는 신예’가 먼저 깨며 천하의 이창호한테서 또 한 개의 타이틀을 빼앗을 기세다.

    끊임없이 몰아치는 최철한 7단의 인파이팅은 마치 전설의 복서 조 프레이저를 연상케 한다. 저돌적으로 파고들며 시종 난타전을 펼쳐 몇 차례 상대를 휘청거리게 하는 개가를 올렸다. 그렇지만 이창호 9단의 맷집 또한 대단해 미세하게 따라붙은 장면. 종반으로 갈수록 이창호표 슈퍼컴의 연산처리 능력이 빛을 낼 것이고, 그렇다면 이번에도 ‘흑번필승’이 이어지지 않겠느냐고 다들 생각하는 찰나, 흑2의 붙임수가 떨어졌다. A의 단점을 노리고자 한 수. 그러나 이 수가 이제까지 치열하게 전개되던 박빙의 접전을 단 한 방에 끝나게 만든, 허망한 패착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흑1·3으로 두는 게 정수였다. 이랬으면 그래도 희망이 있었다.

    인파이터 최철한 또 한 방 날렸다
    좌상귀 흑대마의 사활과 연관하여 백3이 절대선수라는 점을 깜빡했을까. 위쪽과 연결이 확실해진 백은 거침없이 5에 끼웠고(이 수로 흑7에 이어 A의 단점을 노리는 활용은 사라졌다), 흑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6 이하로 버텼으나 백17에 이르자 중앙 흑대마가 밑동 잘린 거목처럼 한순간에 나가떨어졌다. 뭇매에도 잘 버티던 흑이 카운터블로 한 방에 녹아웃되는 순간이었다. 188수 끝, 백 불계승.



    흑백19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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