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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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가 원하는 대로 문화 개방하면 한국적 문화 파괴될 것”

  •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입력2004-04-16 13: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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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1~4일 서울에서 열리는 제3회 국제 문화전문가 단체회의(CCD) 총회를 앞두고 한국을 찾은 로베르트 필롱 부회장은 “한국의 스크린쿼터 제도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았다. 문화의 다양성을 위해서 한국인들이 반드시 이를 지켜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CCD는 세계무역기구(WTO)가 각국의 문화예술을 자유무역의 대상으로 취급하고, 자국의 문화예술 보호 정책을 ‘비관세 장벽’으로 규정한 데 대해 반대하는 전 세계 90개국 문화전문가들이 1998년 결성한 국제연합기구. CCD는 ‘문화예술이 자유무역의 대상이 아니라, 교류의 대상’이라는 인식 아래 WTO 협정을 대신하여 UNESCO 문화협약을 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캐나다인인 필롱 부회장은 “만일 한국에서 라이터를 만들지 않으면 좀 아쉬운 정도겠지만 한국 영화나 책이 없어진다면 한국인들은 심각한 정체성의 위기를 겪게 될 것이다. 만약 WTO가 원하는 대로 문화를 개방한다면 한국적 문화는 파괴될 것이다. 스크린쿼터를 양보하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다. 아시아와 유럽은 물론이고 아프리카까지 자국의 문화를 보호하려는 것이 세계적 추세다. 이것을 돕는 것이 CCD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화를 전면 개방한 후 문화산업 자체가 크게 쇠퇴한 뉴질랜드의 사례를 들기도 했다. 이 같은 그의 발언은 최근 한국영화 점유율이 50%를 넘어서면서 다시 제기되고 있는 스크린쿼터 축소론에 대한 진지한 경고로 받아들여진다. 스크린쿼터 등 자국의 문화를 보호하려는 정책은 이기적인 민족주의가 아니라 미국 거대 자본의 공격에 문화적 다양성을 보호하려는 최소한의 보호 조치라는 것이다. 캐나다 몬트리올과 프랑스 파리에 이어 ‘기로에 선 문화, 위협받는 문화정책’이란 주제로 서울에서 열리는 3차 CCD총회에는 90개국 400여명의 문화전문가와 각국의 문화부 장관들이 참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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