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83

2003.05.08

수도꼭지 이상 징후 쉬쉬하면 안 돼!

중년 이후 남성들에게 잦은 ‘전립선비대증’ … 소변장애 방치 땐 신부전 등 합병증 우려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3-05-02 11: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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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꼭지 이상 징후 쉬쉬하면 안 돼!
    남자의 몸 안에는 ‘호두알’과 크기, 무게, 모양이 거의 비슷한 신체기관이 하나 있다. 전립선이 바로 그것. 전립선은 20대까지 정상적인 크기를 유지하다 40대 전후로 커지기 시작하는데, 문제는 전립선이 호두알보다 더 커지면 병이 생긴다는 사실. 전립선비대증이라고 불리는 이 질환은 늙으면 누구나 걸린다는 점에서 남성만의 ‘반려(伴侶)질병’으로 불리기도 한다.

    전립선은 소변이 나오는 길인 요도를 둘러싸고 있는 선(腺)으로, 이것이 붓거나 살이 찌면 요도를 압박해 소변장애를 일으킨다. 전립선비대증(표 참조) 환자가 쉴 새 없이 화장실을 들락거리거나 밤에도 몇 번씩 화장실을 가고, 소변을 본 후에도 개운치 않은 느낌에 시달리는 것도 모두 이 때문이다.

    전립선비대증은 중년 이후의 남성들에게서 고혈압, 당뇨병 등과 함께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만성질환 중 하나다. 60세 이후에는 남성의 절반 이상이, 80세까지는 10명 중 8명이 전립선비대증으로 고통받는다. 노인인구가 증가하면서 전립선비대증으로 고생하는 환자도 늘어나고 있지만 질병에 대한 지식이나 적극적인 치료의지는 매우 낮은 편이다.

    전립선비대증은 노화가 주된 원인이지만 얼마든지 관리할 수 있는 질병이다. 조기에 전립선 크기를 줄이는 약물치료를 시작한다면 수술을 하거나 급성 요폐(갑자기 소변을 볼 수 없게 되는 증상)가 생길 가능성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전립선비대증은 결국 전립선의 크기 때문에 발생하는 질병이므로 호두알보다 커지기 전에 예방하거나 커진 전립선을 다시 호두알 크기로 줄이는 게 관건. 문제는 많은 환자들이 전립선비대증을 단지 나이 탓으로 돌리거나, 배뇨장애 현상을 창피하게 여겨 병원에 가는 것을 꺼리는 데서 시작된다.



    초기에는 약물만으로 치료 가능

    수도꼭지 이상 징후 쉬쉬하면 안 돼!

    빈뇨 증상이 있거나 소변이 나오지 않을 경우 반드시 비뇨기과를 찾아 전립선비대증 검사를 받아야 한다.정상적인 전립선(붉은 부분)과 비대해진 전립선(아래).

    전체 전립선비대증 환자의 사망률은 1% 미만. 전립선비대증은 암이 아니며 암으로 발전하지도 않는다. 이렇듯 전립선비대증은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은 아니지만 알게 모르게 서서히 진행되어 급성 요폐나 신부전 같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적극적으로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으로는 △급성 요폐 △요도나 전립선 감염 △정상적인 방광 기능 상실 △신장(콩팥) 손상 등이 있으며, 때로는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전립선비대증은 계속 증상이 변하고 심해지는 진행성 질병이므로 배뇨 상태 등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가 필수적이다. 증상이 다양하고 꾸준히 진행되므로 치료의 목적도 단순한 증상의 개선이 아니라 삶의 질 향상에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제 전립선비대증 환자의 경우 배뇨장애 증상 외에도 의욕이 떨어지고 만성 불안과 초조감에 시달리는 등 전체적인 삶의 질이 정상인보다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때문에 의사와 상담하는 것을 창피해하거나 귀찮게 여겨 치료를 받지 않는 것은 삶의 질을 스스로 포기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수도꼭지 이상 징후 쉬쉬하면 안 돼!

    대한비뇨기과개원의협의회는 4월28일~5월2일까지 전국 100개 비뇨기과 의원에서 환자들을 대상으로 전립선비대증에 대한 캠페인을 벌인다.

    이상 증상을 느껴 병원을 방문하면 의사는 먼저 환자의 상태를 파악한 다음 증상이 심하지 않은 초기 상황이면 치료를 하지 않고 전립선의 상태만을 관찰한다.

    전립선비대증을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수술을 하게 될 확률이 높지만 조기에는 약물치료로도 얼마든지 정상적인 전립선 크기로 되돌릴 수 있다. ‘5-알파 환원요소 저해제’는 증상과 원인을 동시에 완화해 전립선의 크기를 줄여주는 유일한 약물이다. 또한 이 계통의 약물들은 갑자기 소변을 볼 수 없게 되는 급성 요폐의 위험과 양성 전립선비대증과 관련된 수술을 할 필요를 줄여준다. ‘프로스카’는 현재 시판되고 있는 유일한 ‘5-알파 환원요소 저해제’.

    갑자기 화장실에 갈 수 없는 응급상황에 처했거나 요도가 완전히 막혔을 때는 수술을 해야 한다. 가장 일반적인 수술은 전립선 경요도 절제술. 요도에 가는 관을 삽입해 그 끝에 달린 수술기구로 커진 전립선 조직을 잘라내는 방법이다.

    비뇨기과 전문의 어홍선 원장(어비뇨기과)은 “문제는 대부분의 남성들이 이러한 증상이 있다는 것을 창피하게 여기거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질병을 방치하는 데서 비롯된다”며 “50세부터는 전립선 크기에 신경 쓰고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다.



    한편 대한비뇨기과개원의협의회(이하 비뇨기과개원의협)는 4월28일부터 5월2일까지 1주일간 전국 100개 비뇨기과 병원에서 내원 환자들을 대상으로 전립선비대증의 원인과 치료방법 등을 교육하는 캠페인을 벌인다. 이번 행사기간 동안 해당 비뇨기과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들에게는 전립선비대증에 관한 교육자료와 함께 호두알을 나눠준다. 이번 캠페인은 몇몇 비뇨기과 의사들이 전립선비대증에 대한 국민들의 무지와 오해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던 중 환자들에게 호두알을 나눠주며 전립선비대증에 대해 교육한다면 더 쉽고 친근하게 치료의 필요성을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데에 의견이 모아져 기획했다.

    비뇨기과개원의협 회장 이상석 원장(이상석 비뇨기과)은 “이번 행사를 통해 국민들이 전립선비대증은 사후 치료가 아니라 예방과 적극적인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게 되었으면 한다”며 “앞으로도 전립선비대증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노년기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하겠다”고 말했다.

    비뇨기과개원의협은 이번 캠페인 기간 동안 전립선비대증 환자들의 궁금증을 해결해주기 위해 ‘전립선비대증 안내전화’(02-725-2115)를 한시적으로 개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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