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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7억 로또 대박은 집터 덕분?

당첨자 박모씨의 홍천군 생가 우백호 吉地 … 세입자였던 30대도 두 달 전 2등 행운

  • 안영배/ 동아일보 출판기획팀 기자 ojong@donga.com

407억 로또 대박은 집터 덕분?

407억 로또 대박은 집터 덕분?

박모씨의 생가 뒤로 멀리 가리산 정상의 이채로운 봉우리들이 보인다. ‘복권 명당’으로 알려진 이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이 가리산 정기를 받고 있다고 믿는다.

4월 중순 로또복권 사상 당첨 최고액인 407억원에 당첨돼 ‘인생역전’의 대드라마를 연출한 박모씨(39). 박씨는 바로 경찰직을 그만두고 주변의 시선을 피해 은둔생활을 하고 있는 상태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그의 생가(生家) 터까지 찾아갈 정도로 여전히 뜨겁다. 박씨가 태어난 강원 홍천군 두촌면 쫛쫛리의 생가가 ‘로또 명당’이 아니냐는 것. 그도 그럴 것이 두 달 전인 2월 로또복권 2등에 당첨돼 1억2000만원을 거머쥔 민모씨 또한 박씨의 생가에서 오랫동안 세입자로 살아온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같은 집에서 태어나거나 생활해온 두 사람이 나란히 고액 복권에 당첨됐다는 게 과연 단순한 우연일까, 아니면 사람들의 입소문처럼 명당 덕을 본 것일까. 전주 우석대에서 풍수학을 가르치는 김두규 교수와 함께 이 마을을 찾아보았다.

마을 입구에서 가리산 정상이 훤히 바라다 보이는 이곳은 2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었다. 냇가를 가로질러 놓인 다리를 건너자마자 마을 어귀에서 바로 보이는 집이 박씨의 생가 터. 현재는 그의 막내 숙부인 박운용씨(49)가 살고 있다. “우리 집이 복권 명당으로 소문났다구요?”라며 기자 일행을 맞은 박씨는 그런 소문이 싫지 않은 표정이었다. 그는 이 집의 내력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살던 사람 대부분 돈과 인연

“한국전쟁이 터지기 전에 초가 형태로 사랑채와 안채를 구별해 지은 집인데 지금은 안채는 현대식으로 개조해 제가 사용하고 있고, 사랑채는 옛날 모습 그대로 보존해 축사로 쓰고 있습니다. 작고한 모친 말씀으로는 ‘전쟁통에 온 마을이 거의 쑥대밭이 되었지만 우리 집은 무사했다’고 하시더군요. 또 어머니는 이 집을 지은 후 돈을 굉장히 많이 버셨다고 해요. 저도 이 집에서 나고 자랐고, 장조카(로또복권 1등 당첨자)도 여기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지요. 그리고 로또복권 2등에 당첨된 민씨도 이 집에서 12년간 살다가 돈을 많이 벌어 나갔어요. 그러고 보니 돈과 인연이 있는 집이긴 한 모양입니다만, 정작 집주인인 저는 돈을 많이 벌진 못했어요.”(웃음)



흥미로운 사실은 복권 1, 2등에 당첨된 주인공들이 몇 가지 공통점을 보인다는 것. 박씨의 장조카는 이 집에서 태어난 뒤 같은 마을의 다른 집을 구해 최근까지도 어머니(박씨의 큰형수)와 함께 살아왔고, 민씨 역시 이 집에서 살다가 같은 마을의 또 다른 집을 장만해 이사했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30대로 직장이 있는 춘천에서 로또복권을 구입했다가 당첨됐다.

복권 구입 과정에서 ‘복꿈’을 꾸는 등 신묘한 체험도 전혀 없었다고 한다. 로또복권 당첨자의 신원 확인을 담당하는 국민은행 이인영 복권사업팀장은 407억원에 당첨된 박씨의 사연은 지극히 평범했다고 전했다. 다음은 이팀장이 박씨로부터 들은 당첨 사연.

“돌아가신 아버지(박운용씨의 큰형)의 혼이 도와주신 것 같아요. 로또복권을 사기 전날 어머니, 동생과 함께 아버님 산소를 찾아가 사람 머리 깎듯 정성스럽게 벌초했거든요. 장남으로 아버지 대신 집안 생계를 꾸리느라 대학에 가지 못했습니다. 농고를 졸업하고 한동안 농사를 지었죠. 그래도 귀가 잘생겨서 재물이 따르는 ‘복귀’라는 소리는 많이 들었어요.”

407억 로또 대박은 집터 덕분?

로또복권 2등과 1등 당첨자를 연이어 배출한 복조리 모양의 집터(왼쪽). 407억원에 당첨된 박모씨의 생가에서는 현재 박모씨의 숙부인 박운용씨(사진)가 살고 있다.

이팀장은 수수한 양복차림으로 당첨금을 받기 위해 국민은행을 찾아온 박씨가 처음에는 회사원이라고 밝혀 경찰관인 줄은 몰랐다고 한다. 이후 박씨가 소속 경찰서에 사표를 내는 과정에서 로또복권 1등에 당첨된 사실이 밝혀져 신분이 세상에 공개되는 바람에 ‘곤욕’을 치렀다. 최근 박씨는 작은아버지인 박운용씨에게 안부전화를 하면서 이렇게 하소연했다고 한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사람처럼 보이지 않고 무슨 물체처럼 보여요. 저를 알아본 사람들이 우리 가족을 해칠까봐 두렵기도 하고요. 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어요.”

1등에 당첨된 기쁨보다는 두려움이 더 크다는 얘기다. 그런 조카에게 박운용씨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질 때까지 마음 편안하게 지내고 있어라”는 말밖에 달리 할 말이 없었다고 한다. 사실 로또복권처럼 사행심을 조장하는 복권에는 별 관심이 없다는 박씨지만 “장조카가 1등에 당첨된 것이 집터 덕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면서 이런 말을 했다.

“4월 초에 장조카, 둘째 조카와 함께 형님 산소를 찾아가 벌초하고 있는데 큰조카가 자신은 복권을 1만원어치 샀고 동생(둘째 조카)은 10만원어치를 샀다고 하기에 제가 ‘예이, 이 얼빠진 놈들’ 하고 혼을 냈어요.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복권을 10만원어치나 산 둘째 조카는 당첨이 안 되고, 1만원어치 산 큰조카가 글쎄 1등에 당첨됐다잖아요.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큰조카는 우리 집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고 둘째 조카는 춘천에서 태어난 거예요. 사실 제가 사는 집이 기가 세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아마도 장조카가 그 기를 받아 행운을 얻은 것 같습니다.”

박운용씨는 종교단체 등으로부터 “이 집은 개인이 살기에는 터가 너무 세니까 후하게 쳐줄 테니 팔라”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고 말했다. 이 집터를 유심히 살펴본 김두규 교수 역시 풍수적으로 기가 센 집임이 틀림없다고 진단했다. 다음은 김교수의 풍수 진단.

“집터 전형적인 복조리 형태”

407억 로또 대박은 집터 덕분?

우백호의 끝자락에 위치한 로또복권 1등 당첨자 박모씨의 생가(왼쪽). 풍수상 집 왼쪽을 감싸고 있는 좌청룡 바위의 기세가 강하다.

“이 집은 우백호의 끝자락에 위치하고 있어 강력한 백호 기운을 받아들이고 있는 형국입니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의 생가가 공통적으로 좌청룡의 끝자락에 위치해 있다는 점과 묘한 대비를 이루지요. 청룡이 권력과 명예를 상징하는 기운이라면 백호는 재물과 복을 의미하는 기운이지요. 그러니까 백호의 기운을 한몸에 받고 있는 이 집에서 비정상적이라고 할 수 있는 재물 기운이 터졌다고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집터는 전형적인 복조리 형태. 조리 모양의 집터는 재물을 모아준다고 해서 풍수적으로 매우 훌륭한 길지(吉地)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기운이 강한 집에 사는 사람들의 경우 그 기운을 감당해내지 못해 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게 김교수의 말이다. 이는 역대 대통령들의 친인척 중에 교통사고사 등 불운을 겪은 이들이 상당수 있다는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는 것. 그렇다면 박운용씨 가족의 경우는 어떨까. 박씨 역시 김교수의 진단에 무척 놀란 듯 조심스럽게 가족사를 밝혔다.

“이 집에서 태어나고 함께 생활한 가족 중에 일찍 세상을 뜨거나 교통사고 등 횡액을 당한 이들이 있긴 있습니다. 저는 대가족이다 보니 그런 일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러고 보니 저희 어머니의 경우도 조금 특별했던 것 같아요. 어머니는 무학(無學)의 평범한 시골 아낙이었는데 이 집을 짓고 난 뒤 신령한 꿈을 꾸고는 갑자기 침술을 구사하는 능력을 얻게 됐답니다. 경혈의 ‘경’자도 모르던 양반이 침술을 구사해 이 근방에선 ‘명의’로 소문이 나 18년간 인근 군부대 사단 장성과 장교들의 병도 참 많이 고쳐주었어요. 그 덕분에 가족들이 유복하게 살긴 했지만 처음에는 어머니가 이상해졌다는 소문도 많이 나돌았어요.”

그러나 박씨는 기가 세다는 이유로 이 집을 다른 이에게 팔 생각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집인 데다 자신이 태어난 고향집이기에 남달리 애착이 간다는 것. 그는 이 집을 지키기 위해 1993년 공무원 생활을 그만두고 집 인근의 가리산 자연휴양림에서 식당을 운영하며 생활하고 있다.

과연 일확천금의 ‘대박’이 터진 것이 집터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을까. 김두규 교수는 결론적으로 “이 집터의 기운이 심상찮아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383호 (p46~48)

안영배/ 동아일보 출판기획팀 기자 oj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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