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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黨 창당’ 도화선에 불붙이나

유시민 후보 당선 정계개편 촉발 가능성 매우 커 … 민주당 신주류 행보도 빨라져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新黨 창당’ 도화선에 불붙이나

‘新黨 창당’ 도화선에 불붙이나

4·24 재·보궐선거에서 당선이 확정된 뒤 부인과 함께 환하게 웃고 있는 유시민 당선자.

4·24 재·보궐선거에서 개혁국민당(이하 개혁당) 유시민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자 김원웅 대표는 “우리도 이제 의원총회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권한대행도 “개혁당 당세가 두 배로 확장됐다”는 조크를 던졌다. 당세가 두 배로 확장된 개혁당이지만 의원 2명의 군소정당에 지나지 않는다. 거대 정당의 틈바구니에서 제 목소리를 내기에는 아직 왜소해 보인다. 그러나 파괴력만큼은 외형적 무게를 넘어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평가에 걸맞게 ‘초미니’ 정당은 이미 정치권에 신당 바람을 몰고 왔다. 경기 고양시에서 불기 시작한 이 바람은 ‘유시민’이란 ‘개혁전도사’가 견인하고 있다. 개혁세력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도덕적 선명성과 논리를 쥐고 있는 그는 당선 일성으로 ‘신당 창당’을 입에 올렸다. 김대표도 “개혁당은 아무 부담 없이 앙시앵 레짐 해체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보다 더 개혁적이라는 세평을 증명한 셈이다.

유당선자가 몰고 온 신당 바람은 오래 전부터 정치권, 특히 민주당 신주류 인사들이 공유한 화두였다. 다만 신·구주류의 갈등 속에 명분과 기회를 찾지 못해 잠복했을 뿐이다. 정치철학과 인적 관계, 지역구 사정까지 복잡하게 얽힌 당내 구도로 통일된 안을 만들기가 불가능했다. 지루한 소모전을 지켜보던 노무현 대통령의 장탄식이 청와대 담장을 넘을 정도였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민주당 사정을 지켜보는 노대통령의 심경은 실망을 넘어서 절망에 가깝다”고 한다. 노대통령은 몇몇 장관들과의 식사 모임에 “내가 당원을 부추겨서라도 당을 개혁할까 하는 생각도 한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유당선자의 등장에 청와대가 반색을 하는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유당선자 역시 노무현 개혁을 뒷받침할 신당 창당에 적극적이다. 선거기간 내내 유당선자는 ‘노무현’과 ‘개혁’을 입에 달고 다녔다. 김대표는 “(노대통령과 우리가) 가고자 하는 길이 같은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렇다 해도 “노대통령이 직접 나설 것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는 게 정치권 주변의 시각이다. 원칙과 절차에도 어긋나고 무엇보다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와대가 정계개편을 위한 변형된 카드를 제시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최대 이슈는 노대통령의 당 이탈 문제다. 노대통령은 현재 민주당의 평당원이다. 이 고리를 끊어버릴 경우 노대통령은 여야로부터 자유로운 입장이 된다. 이는 곧 새로운 정치조직, 신당 창당에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민주당 신주류 인사들이 제시한 이 해법을 청와대측도 깊이 인식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신주류의 한 인사는 “대통령이 먼저 탈당하고 개혁세력이 뒤를 쫓을 것인가, 아니면 개혁세력이 새 집을 지은 뒤 대통령을 모시는 것이 유리한가”를 놓고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는 것.

선거 기간중 ‘노무현’과 ‘개혁’ 외쳐

‘세월을 낚던’ 신주류의 행보도 재·보선 이후 빨라졌다. 이들은 정치개혁과 정계개편, 나아가 신당 창당을 ‘패키지’로 묶고 분위기를 띄운다. 그들은 환골탈태를 입에 달고 산다. 문제는 방법이다. 민주당 골격을 그대로 유지하되, 구주류 중심의 최고위원회의를 퇴진시키는 ‘리모델링’식 정계개편이 우선 거론된다. 정대철 대표, 김원기 고문 등 신주류 중진들이 이를 선호한다. 반면 민주당의 정통성은 승계하되, 골격을 해체해야 한다는 다소 과격한 방법도 제기된다. 여기에 개혁당 및 친노(親盧), PK(부산·경남)세력을 모아 신당을 만들자는 주장이다. 2000년 국민회의를 해체하고 현재 ‘새천년민주당’을 창당할 때 택했던 방식으로 노대통령도 내심 이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脫)호남 신당은 신주류가 민주당을 뛰쳐나가 개혁당, 친노 및 PK세력과 함께 개혁정당을 만드는 구상이다. 구주류와의 결별이 핵심 내용으로, 한나라당 진보성향 의원들의 합류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개혁당이 이 구상을 처음 제안했고 지금도 선호한다. 신주류 인사들도 비슷한 입장이다. ‘과거 단절’의 의지가 선명하게 드러날수록 신당의 지지층이 넓어질 것이란 판단이다. 한마디로 ‘코드가 맞는 사람만 개혁호에 승선시키자’는 것이다. 이 방식의 최대 문제는 호남 민심이다. 동교동계를 배제할 경우 내년 총선에서 호남 민심의 선택을 예단하기 어렵다. 김경재 의원은 “좀더 신중하게 생각하자”고 말한다.



내년 총선에 불안을 느낀 수도권 인사들도 예민하다(상자기사 참조). 수도권 민주당 한 인사는 “유당선자의 당선에는 고양시 호남향우회의 막판 지원이 결정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과의 연합공천을 거부하던 유당선자가 슬며시 이를 철회한 점을 유의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수도권 선거의 경우 호남 민심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지적이다. 구주류는 이런 흐름을 지적하며 신주류 중심의 신당 창당을 ‘그들만의 잔치’로 평가절하한다.

유당선자와 개혁당은 이런 한계를 헤쳐나갈 수단과 명분을 제공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이런 면에서 2석을 확보한 초미니 정당의 한계는 자명하다. 개혁당의 상징성이나 명분에 비해 현실적 기반이 너무 빈약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간판만 바꿔 다는 신당에 개혁당의 2석이 더해져도 국회 운영을 비롯한 정국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때문에 개혁당이 중심이 된 정계개편에 회의적인 반응도 많다. 당장 내년 총선에서 개혁당 인력풀로는 원내 진입을 자신할 만한 인사가 거의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강래 의원은 “민주당 개혁이나 신당 창당 등은 개혁당의 시나리오와는 무관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당 창당을 지켜보고 있는 한나라당 개혁세력들도 이런 한계 때문에 동참 여부 결정을 망설일 수밖에 없다. 유당선자는 “정교하게 짜여진 플랜은 없지만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한다. 유당선자는 복잡하게 얽힌 정국 흐름을 가늠하느라 당선의 기쁨도 제대로 누리기 못하고 있다.





주간동아 383호 (p24~25)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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