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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서울, 7월1일 그 후…

갈등의 불씨 ‘재건축 규제’

서울시, 허용 연한 강화 등 투기성 재건축에 칼 대기 … 주민들 반발 ‘市와 충돌 불 보듯’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갈등의 불씨 ‘재건축 규제’

갈등의 불씨 ‘재건축 규제’

서울시가 재건축 허가 요건 강화 방침을 밝히자 재건축을 추진하던 대규모 단지 주민들이 긴장하고 있다. 재건축조합 설립 인가를 받았지만 아직 사업 승인을 신청하지 않은 서초구 삼익아파트 전경.

‘7월1일까지는 가급적 재건축 추진을 자제하십시오.’

서울시는 4월19일 관내 25개 자치구에 이런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또 같은 날 강남, 서초, 송파, 강동구 등 재건축 열기가 과열돼 있는 4개 구의 부구청장을 직접 불러 ‘엄격한 안전진단을 실시하고, 재건축 시기 조정을 연기하라’고 지시했다.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관련 조례가 시행되는 7월1일 전까지 재건축 허가를 철저히 통제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에 따라 7월1일 이후 서울시가 펼칠 재건축 규제의 정도와 폭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시가 아파트 재건축을 가능한 한 규제하리라는 데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서울시는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제정 단계부터 ‘재건축 허용 연한을 현행 20년에서 40년 이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해 20년안을 추진한 건설교통부와 마찰을 빚었고, 법률이 ‘20년 이상’으로 통과된 후에는 서울시 조례를 통해 연한을 강화할 것임을 공공연히 밝혀왔다.

이 같은 시의 방침은 서울의 재건축 열기가 비정상적으로 과열돼 있다는 인식에 따른 것.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지역 아파트의 매매가는 지은 지 14년 되는 시점에서 최고액에 도달한다. 외벽칠이 벗겨지거나 엘리베이터가 삐걱거리면 가격은 오히려 더 높아진다. 1982년 입주가 시작된 강남구 개포 주공 1단지 아파트의 평당 매매가가 3200만원으로, 평당 1600만원대에 ‘불과’한 도곡동 타워팰리스 2차의 두 배에 이르는 것이 현실. 서울시가 ‘재건축 조건을 최대한 강화해 투기 목적으로 멀쩡한 건물을 부수는 현실을 바꾸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민선구청장들, 주민과 서울시 사이에서 고심



서울시가 지난해 10월, 2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10명 중 7명은 재건축을 철저히 규제해야 한다고 답해 서울시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이 설문조사 결과 가장 적절하다고 평가된 재건축 허용 연한은 건축 후 34년이었다.

문제는 관련 주민들의 반발이 적지 않다는 점. 서울시가 조례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40년 이상 된 건물 재건축 허용안’이 확정될 경우 서울에서 재건축 대상이 되는 아파트는 한 개 동에 불과하다. 서울시는 ‘안전에 이상이 있으면 준공한 지 10년이 안 된 아파트라도 재건축을 허용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개발 이익을 노린 ‘머니 게임’식 재건축이 불가능해질 것은 확실하다. 현재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20년 이상 된 재건축 단지들이 ‘재건축 사수 사생결단’에 나서고 있는 이유다.

지난해 10월에 이어 올 3월 또다시 재건축을 위한 안전진단이 반려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주민들은 3월24일과 4월3, 4일 잇따라 강남구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재건축 불허 방침에 격렬히 항의했다.

은마아파트 주민 이자연씨는 “엘리베이터가 수시로 멈추는 데다 바닥보다 낮은 곳에서 문이 열리는 경우가 많아 어린이들이 턱에 걸려 넘어지기 일쑤다. 아침시간에 샤워하다 물이 안 나와서 비누거품을 뒤집어쓴 채 멍청히 15분을 기다린 적도 있다. 이 아파트에서 계속 살라는 거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갈등의 불씨 ‘재건축 규제’

4424가구에 이르는 초대형 단지인 서울 은마아파트 전경. 최근 재건축을 위한 안전진단 요청이 반려돼 시세가 주춤하고 있다.

이 아파트 주민들은 “강남구의 안전진단 반려 조치는 국민의 행복추구권 및 재산권 행사를 저해한 처사”라며 헌법소원 등으로 강력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바른재건축실천전국연합회 김진수 회장도 “예전에 지어진 아파트들은 주차공간이 부족해 퇴근시간이면 입주민들이 주차전쟁을 치른다”면서 “구조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불편함을 감수한 채 살라는 것은 사유재산 침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주민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자치구들도 동요하고 있다.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민선 구청장들이 서울시의 지침과 주민들의 요구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는 것이다.

강동구에서는 4월7일 고덕 주공 1단지 아파트가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했다. 지난해 7월 서울시 안전진단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았던 이 단지가 안전진단을 통과한 것은 최근의 분위기에서는 일대 ‘사건’. 때문에 다른 구청장들은 강동구와 자기 구의 상황을 비교하며 반발하는 주민들의 항의에 몸살을 앓았다.

권문용 강남구청장이 4월18일 “85년 이전에 건설된 아파트들은 주민 생활 편의를 위해 재건축이 필요하다”며 “재건축이 추진되면 총 4조6000억원의 신규투자가 생겨 도시 경쟁력도 강화되는 만큼 구 차원에서 재건축을 적극 도울 것”이라고 말하고 나선 것도 이에 따른 것이다.

강남구는 새 법에 맞는 안전진단이 실시될 때까지 재건축 아파트의 안전진단 신청을 반려하라는 서울시 권고에 대해서도 “현행법과 배치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선언했다. 강남구 관계자는 “현행 주택건설촉진법에 비추어볼 때 안전진단 통과 요건을 갖춘 아파트의 안전진단을 임의로 반려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5월중 안전진단을 앞두고 있는 역삼동 개나리 6차, 개포동 개포 주공 1, 2, 3, 4단지 등의 안전진단을 당초 일정대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분위기 탓에 민선 시의원들로 구성된 서울시의회가 시의 강화된 재건축 조례안을 원안대로 통과시킬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강남 재건축시장 꽁꽁 얼어붙을 것”

갈등의 불씨 ‘재건축 규제’

무분별한 재건축은 자원 낭비, 교통체증 유발 등 각종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도곡동 타워팰리스(오른쪽) 등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들이 들어선 후 상습적 교통난을 겪고 있는 강남구 도로 모습.

그러나 서울시 주택기획과 신종민 팀장은 “안전진단을 통과해도 서울시가 지구단위 계획 등을 통해 얼마든지 재건축을 제어할 수 있다”며 재건축을 시 차원에서 규제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대신 ‘40년 연한 제한’은 아파트 준공연도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이명박 시장도 4월26일 ‘주간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재건축이 더 이상 투기 수단으로 이용돼서는 안 되는 만큼 꼭 필요한 경우에만 투명한 절차에 따라 추진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4월18일 ‘수도권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한 데 이어 25일 서울 강남구를 투기지역으로 지정하는 등 재건축 시장 과열 방지대책을 잇따라 내놓은 것은 이 같은 서울시의 방침에 힘을 실어주었다.

부동산 정보업체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서울 강남이 ‘투기지역’으로 지정됨으로써 이 지역에서 13평형대 재건축 아파트를 소유한 주민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세금은 3500만원이 넘는다. 게다가 정부 정책에 따라 필요시 최고 15%까지 탄력세율이 부과되면 그 부담은 더 커진다.

때문에 이번 정책으로 당분간 강남의 재건축 시장은 ‘꽁꽁 얼어붙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7월1일부터 재건축 안전진단 요건을 대폭 강화한 새 법이 시행되는 데다 중과세까지 부과되는 지역에 투자하려는 이가 얼마나 되겠느냐는 분석이다. 실제로 재건축 열풍이 불었던 개포 주공 1단지 아파트의 경우 투기지역 지정 후 호가가 5000만원 이상 떨어졌고, 은마아파트나 강동구의 시영아파트 등도 구입 문의가 끊겼다. 서초구 삼익건설아파트 인근 중개업소인 ‘석기시대중개’ 관계자는 “삼익아파트는 조합 설립까지 받은 상태라 인기가 높았는데 문의전화만 걸려올 뿐 매수하려는 투자자가 없다. 현재 거래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라고 정부 대책 발표 후의 분위기를 전했다.

“새 아파트를 배정받기 위해 시공업체에 내야 하는 돈이 너무 많다”며 재건축 조합의 조합원들이 사업추진에 제동을 걸고 나서는 아파트도 생겼다. 잠실 저밀도지구 내 주공아파트 단지들은 최근 ‘서울시 안대로 용적률이 제한될 경우 사업성이 없는 것 아니냐’는 주민들의 반발에 몸살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사업계획 승인을 받았거나 곧 승인을 받을 예정인 아파트들이 재건축 추진 전면 재검토를 시사하고 있는 것은 최근 달라지고 있는 재건축 환경을 보여주는 사례다.

건설사들, 지방 대규모 재건축 단지로 시선 돌려

건설사들의 움직임도 달라지고 있다. 쌍용건설이 4월22일 부산 동래구 명륜동 부국맨션의 재건축을 수주하는 등 일부 건설사들은 아예 지방의 대규모 재건축 단지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한 건설사 대표는 “서울시가 재건축 연한을 늘리겠다고 강조하고 주요 재건축 단지들의 안전진단 통과가 잇따라 좌절되자 지방 재건축 단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부산, 울산 등 영남권에 집중됐던 재건축 추진 단지가 광주, 청주 등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물론 서울시가 내놓고 있는 일련의 정책들이 재건축시장을 전반적으로 안정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도 적지 않다. ‘내집 마련 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투기꾼들은 이미 갖가지 정책에 대해 내성이 있다”며 “지난해에도 정부의 투기억제책이 대여섯 차례 나왔지만 부동산 값은 일순간 진정되는 듯하다가 계속 올랐던 만큼 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바른재건축실천전국연합회 김진수 회장도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주거면적이 미국·유럽의 3분의 1, 일본의 절반 수준에 지나지 않는 상황에서 재건축이 줄어들어 새 아파트 공급이 줄어들면 집값은 결국 또 오르게 된다”며 “지역과 수요를 생각한 탄력적 아파트 공급 정책 등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서울시가 더 이상 재건축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남겨두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이상 재건축의 인기는 시들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데에 동의한다. ‘부동산 114’의 김규정 과장은 “재건축에 대한 서울시의 입장이 분명해 매매가에 다소 등락이 있다 해도 결국은 안정될 것”이라며 “재건축은 더 이상 매력적인 투자처가 되기 어려운 만큼 이제는 철저히 실수요 목적으로 재건축 아파트를 바라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2003년 7월이 서울시 재건축 역사의 전환점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주간동아 383호 (p18~20)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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