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83

2003.05.08

연극은 살인범 잡는 중요한 열쇠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입력2003-04-30 13:13: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연극은 살인범 잡는 중요한 열쇠
    연극과 살인은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예술과 범죄 사이에 과연 닮은 점이 있기나 한 걸까. 하지만 연극영화과 출신인 서울 중랑경찰서 강력2반장 김원배 경위(56)에게 연극은 살인사건의 범인을 잡아내는 열쇠다. 강력계 형사로 근무한 24년 동안 그는 “살인 현장을 연극무대로, 단서를 소품으로, 범인을 배우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며 “연극을 이해하면 살인 현장에서 범인의 심리와 동선 등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살인의 유형과 분석 이해-살인사건의 연극 유추’란 책의 집필을 마쳤다. 1980년 이후 국내에서 발생한 1300여건의 살인사건을 55개 유형으로 나누고 각 유형별 살인사건의 특성을 연극 작품의 살인 모티브와 비교했다. 가령 ‘익사 살해’의 경우 범인은 ‘장화홍련전’처럼 가까운 가족일 확률이 크다. 실제로 그가 분석한 14건의 익사 살해사건은 모두 부모나 애인이 범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책은 올 하반기부터 경찰의 살인사건 수사 교육 교재로 활용될 예정이다.

    전북 무주군에서 태어난 그는 연극연출가의 꿈을 안고 67년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진학했다. 학창시절 유진 오닐의 ‘위험지역’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 연극에선 그의 선배인 연극배우 윤문식씨가 열연했다. 하지만 그는 아버지 사업이 실패해 가정형편이 어려워지자 안정적인 소득을 위해 73년 경찰에 입문했다.

    2년 후면 그는 30여년 경찰 인생을 마무리한다. 그가 꿈꾸는 다음 ‘작품’은 고향에 소극장이 딸린 작은 집을 짓는 일. 그는 “고향에 내려가 연극 연출도 공부하고 연극하는 후배들에게 쉼터도 제공하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이 사람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