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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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체 뻥튀기 광고 “너무하네”

‘300점 한정’이라던 TV홈쇼핑업체 1083점 판매 … SK·KTF도 캠페인과 실제 경영 딴판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입력2003-04-24 16: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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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체 뻥튀기 광고 “너무하네”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5개 TV홈쇼핑업체, KTF, SK 등이 과장광고를 통해 기업 이미지를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광고로 만들어진 그럴듯한 기업 이미지는 실제 기업의 경영현실을 상당부분 가리고 있다. 그 가면을 벗기고 나면 조악한 기업 현실이 그대로 드러난다.

    예산 감시와 기업 감시 등의 활동을 해온 ‘함께하는 시민행동’(www.ww.or.kr·이하 시민행동)은 4월21일 기업의 경영현실을 가리는 광고 이미지를 벗겨내는 ‘가면을 벗겨라’ 캠페인 세 번째 사례로 일상화된 TV홈쇼핑의 허위·과장광고를 고발했다.

    LG홈쇼핑, CJ홈쇼핑, 현대홈쇼핑, 우리홈쇼핑, 농수산홈쇼핑 등 5개 TV홈쇼핑업체는 3월 말 신문에 ‘편리한 홈쇼핑에 믿음을 더했습니다’라는 연합광고를 게재하고 방송을 통해 안방에서 손쉽게 쇼핑할 수 있는 편리한 시스템임을 홍보하고 정부의 공식 승인을 받아 믿을 수 있는 전문 홈쇼핑이라고 강조했다.

    홈쇼핑업체 허위·과장광고 33건 적발

    그러나 이런 광고 내용과 달리 지난해 홈쇼핑 회사들은 방송중 허위·과장광고를 일삼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따르면 우리홈쇼핑은 실제 주문량이 81점에 불과한 상품을 팔기 위해 ‘500점 돌파시 전 구매고객에게 특별선물 증정, 현재 495점 돌파’라는 광고를 내보냈고, CJ홈쇼핑은 이미 시중에서 120만원대에 팔리고 있는 디지털 캠코더를 ‘정가 149만8000원짜리 상품을 사상 최초로 20만원 할인해 129만8000원에 판매한다’고 광고했다. 또 LG홈쇼핑은 화장품세트를 ‘물량 부족으로 딱 한 번 300점만 판매한다’고 광고한 뒤 3배나 많은 1083점이나 팔았다. 공정위는 TV홈쇼핑업체들의 이런 허위·과장광고 33건을 적발했다.



    홈쇼핑업체는 1995년 출범 첫해에는 34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데 그쳤지만 이후 연평균 124% 신장이라는 놀라운 성장을 거듭해 2001년 1조9243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한국통신판매협회에 따르면 2005년에는 시장규모가 9조7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고속성장의 뒤안에는 허위·과장광고가 숨어 있었던 것이다.

    외국에는 기업 광고와 실제 경영의 차이점을 꼬집는 기업감시운동이 일반화돼 있지만 국내에서는 드문 일이어서 시민행동의 캠페인이 주목받고 있다. 시민행동은 지난해 11월부터 이 캠페인을 시작해 그동안 SK그룹과 KTF의 사례를 공개했다. SK그룹의 경우 부산아시아태평양장애인경기대회 시각장애인 높이뛰기 부문에서 금메달을 딴 홍득길 선수를 등장시킨 ‘넘고 싶은 건 1m63cm의 높이가 아니라 장애를 바라보는 세상의 편견입니다’라는 광고에서 편견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

    그러나 시민행동측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SK그룹의 장애인 고용비율은 법정의무고용률(2%)과 30대그룹 장애인 고용비율 평균(0.91%)에 크게 못 미치는 0.23%에 지나지 않았다. 광고를 통해 만들어진 이미지와는 상반된 ‘얼굴’이 드러난 것이다.

    SK그룹은 시민행동측의 지적에 대해 “단기간에 법정의무고용률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장기적으로 장애인 고용비율을 높여나가도록 노력하고, 내부 교육 등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데 노력하겠다”며 “수년째 연간 300억~400억원을 장애인 정보화 교육과 생활안정을 위해 쓰고 있다”고 해명했다.

    KTF는 강단에 서야 어울릴 것 같은 노신사가 휴대폰으로 정보를 얻고 수업을 듣는 대학생으로 나오는 광고에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며 나이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꼬집고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삶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실제 KTF의 ‘신입사원 모집요강’을 보면 28세 이상은 신입사원 채용에 응시할 수 없다. 이 회사의 경영현실에서 나이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지원자격을 판가름하는 중요한 기준인 것이다. 미국에서는 취업 광고에 연령을 명시하는 행위를 직업선택의 자유와 행복추구권을 박탈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연령차별금지법으로 제한하고 있다. 시민행동 신태중 간사는 이 캠페인 뒤 KTF측이 “지적한 부분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고 밝혔다.

    원용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러한 기업 감시 활동에 대해 “소비자 권익 보호 차원에서 지속돼야 한다”며 “요즘 SK사태에서 보듯 기업들이 내부를 튼실하게 하는 것을 제쳐두고 치장에만 신경을 쓸 경우 부실로 치달을 수 있으므로 기업들도 이를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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