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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칼럼

잘못된 대통령이 되는 길

  • 전성철 / 전 청와대 비서관

잘못된 대통령이 되는 길

잘못된 대통령이 되는 길
청와대란 항상 세 가지 논리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갈등하면서 통치라는 큰 틀을 이루어 가는 곳이다. 그 세 가지 논리란 정치논리, 경제논리 그리고 개혁논리다. 대통령의 가장 큰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통치의 기반, 즉 국민적 지지기반을 확대할까 하는 것이다. 이는 기업체 사장이 매출에 신경 쓰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러한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바로 정치논리다.

그러나 어떠한 통치행위에도 그것이 정치든, 경제든, 복지든 그것을 위해 지불해야 하는 대가, 즉 코스트(cost)가 있다. 이 코스트를 따지면서 견제하는 것이 소위 경제논리다. 정치논리의 주창자, 예를 들어 정무수석 같은 사람은 대가를 많이 지불하더라도 우선 국민적 인기부터 얻고자 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때 코스트를 따지면서 견제하는 측이 경제논리 주창자, 예를 들어 경제수석 같은 사람이다.

충성도 우선 ‘비선조직’ 의존할수록 국정혼란 가중

개혁논리는 국가의 먼 장래를 생각해 지금 당장 고칠 수 있는 것을 고치자는 논리다. 개혁의 혜택은 장기적으로 천천히 오는 데 비해 기득권자에 대한 피해는 단기적이고 직접적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개혁이란 본래 단기적으로 친구는 별로 못 만들면서 적은 많이 만들게 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개혁논리는 정치논리에 반하는 경우가 많다. 또 개혁에는 보통 일시적 불안 등 상당한 경제적 코스트가 따르게 마련이다. 그래서 개혁논리는 경제논리와도 충돌하기 십상이다. 때문에 청와대 내에서 개혁논리는 정치논리, 경제논리에 밀려 외롭고 힘든 경우가 많다. 이 정치논리, 경제논리, 개혁논리 세 가지는 많은 경우 대립하지만 때론 힘을 합치는데 그때는 엄청난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이 세 가지 논리는 다 필요한 것이며 통치의 세 축이라 할 수 있다. 통치란 정치·경제·개혁 논리라는 세 마리 말이 이끄는 경주마차를 모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어느 하나라도 지나치게 먼저 나가거나 처지면 마차가 엉뚱한 방향으로 가게 된다. 매일 아침 열리는 청와대 수석회의나 수시로 열리는 회의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토론과 논쟁의 밑바닥 기조는 따지고 보면 바로 이 세 가지 논리다.



시대에 따라 또 상황에 따라 어떤 때는 정치논리, 어떤 때는 경제논리, 어떤 때는 개혁논리가 더 긴요한 것이고, 그때그때 그 시대 또는 상황이 필요로 하는 논리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나라의 방향을 잡아 나가는 것이 대통령이 실현하는 통치의 예술이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모든 국정현안에서 이 세 가지 논리가 충분히 드러나고 검토될 수 있도록 수석회의를 포함한 청와대의 모든 회의의 분위기를 균형 잡히고 자유롭게 조성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저절로 균형감각과 방향감각이 있는 국정이 이루어진다.

가장 큰 문제는 대통령이 공개적인 라인과 별개의 비선조직을 가질 때 생긴다. 비선조직은 대부분 대통령 입장에서는 대하기가 편하다. 또 가끔 공조직의 코를 납작하게 해준다는 면에서 야릇한 쾌감도 있다. 그래서 역대 대통령 중 상당수가 이 비선조직에 크게 의존했다.

비선조직의 가장 큰 특성은 정치논리, 경제논리, 개혁논리에 우선하는 다른 하나의 논리가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비선조직, 그 자체의 생존논리다. 비선조직은 한마디로 불안하다. 대통령이 마음먹기에 따라 지금 향유하는 권력이 언제 날아갈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는 것을 최우선한다. 인재를 추천할 때도 그 사람의 능력보다는 비선조직에 대한 충성도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한다. 이 ‘생존논리’가 작동하면서 끊임없이 정치논리, 경제논리, 개혁논리 간의 균형과 방향성은 파괴된다. 따라서 대통령이 비선조직에 크게 의존하면 할수록 국정의 균형성과 방향성은 그만큼 희생될 수밖에 없다. 가장 유능한 대통령으로 꼽히는 박정희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비선조직에 대한 의존도가 가장 낮았다. 잘못된 대통령이 되는 길은 너무나 가까이에 있다. 비선조직에 많이 의지하는 것이다.



주간동아 379호 (p104~104)

전성철 / 전 청와대 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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