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70

2003.01.30

獨, 자기부상열차 자존심 상하네

기술제공 중국 상하이 상용화에 착잡 … 25년째 건설 논란 속 끝없이 테스트만

  • 안윤기/ 슈투트가르트 통신원 friedensstifter@hanmail.net

    입력2003-01-23 16: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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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4 분 만에 시속 430km의 속력을 낼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트란스라피트(Transrapid·자기부상열차)야말로 미래의 교통문제를 해결하는 데 탁월한 선택이 될 것이다.” 슈뢰더 독일 총리의 이 발언은 독일에서가 아니라 뜻밖에도 중국 상하이에서 나왔다. 상하이 시내와 푸둥 국제공항을 잇는 철도 구간 건설에 중국은 독일의 첨단기술이 도입된 자기부상열차 시스템을 선택했다. 2002년 12월31일, 그 완공을 축하하는 개통식에 슈뢰더 독일 총리가 초대받은 것이다. 개통식에서는 주룽지 중국 총리가 독일에서 온 내빈들에게 독일의 첨단기술을 선보이는 진기한 광경이 벌어졌다.

    그러나 이 소식을 접한 독일인들 대부분의 표정은 착잡하다. 독일의 우수한 기술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왜 그 기술이 정작 자국 내에서는 구현되지 못하고 있는지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다.

    독일에서 자기부상열차에 대한 논란은 벌써 25년째 계속되고 있지만 상용화는 아직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엠스란트 라텐의 작은 시험구간에서 끊임없이 테스트만 하고 있을 뿐이다. 더욱이 독일 정부는 2000년 2월 모든 준비가 완벽히 갖추어진 함부르크-베를린 구간 공사도 취소한 바 있다. 만약 이 공사가 예정대로 진행되었더라면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명물이 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부는 이 공사를 백지화했을 뿐만 아니라, 이미 착공이 결정된 루어 공업지역 내의 자기부상열차 메트로라피트(Metrorapid)와 뮌헨 시내와 공항을 연결하는 자기부상열차 공사 역시 시일만 끌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중국은 단 22개월 만에 상하이 시내와 푸둥 공항을 잇는 32km 구간 공사를 끝냈다. 중국은 상하이-항저우의 180km 구간, 상하이-난징의 300km 구간 공사도 자기부상열차 시스템으로 완비해 2008년 올림픽, 2010년 엑스포 때까지 상하이를 중심으로 한 초고속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독일이 함부르크-베를린 구간 자기부상열차 공사 계획을 취소한 것은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엄청난 액수의 공사비를 고려해볼 때 도저히 수지가 맞을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고 연방정부가 판단한 것이다. 루어 공업지대의 도르트문트와 뒤셀도르프를 잇는 79km 공사에는 32억 유로(약 4조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이나 연방 차원에서의 지원은 50%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50%는 주정부가 민간 자본으로 충당해야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민간 은행들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이 구간에서 자기부상열차는 기존의 초고속열차 이체(ICE)와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엄청난 투자비로 중도 포기 상황

    어떻게든 공사비용을 구해 공사에 들어간다 해도 2006년 월드컵 때까지 완공될 가망은 없어 보인다. 중국인들이 이루어낸 짧은 기간 내 완공이 독일에서도 가능하리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상하이의 자기부상열차 건설로 중국은 세계 최초의 자기부상열차 보유국이라는 명예뿐 아니라 세계 모든 나라가 탐내는 최첨단 기술에 한발짝 더 다가서게 되었다. 이번에는 선로 건설 부분만 담당했지만 앞으로의 공사에서 중국이 담당할 몫은 더 커지게 될 것이다. 계약상 독일 지멘스사의 추동과 제어 기술, 티센그룹의 부상 기술 등 자기부상열차의 가장 기초적인 기술들은 앞으로도 이전하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언젠가는 이 기술들도 세계 모든 나라가 공유하게 될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오히려 중국이 독일 내의 자기부상열차 건설을 제의해올 날도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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