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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서기보다는 ‘비위’를 맞춰라

맥도날드 생존전략 한국에서도 적용 … 한국의 맛, 한국기업 이미지 광고 총력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맞서기보다는 ‘비위’를 맞춰라

맞서기보다는 ‘비위’를 맞춰라

맥도날드는 수십여개국에서 반미 운동의 표적이 돼왔다. 브라질에서 반미 시위가 벌어지자 경찰이 맥도날드 앞에서 경비를 서고 있다.

2002년 12월21일 오후 부산 태화백화점 옆 맥도날드에서는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다. 여중생 사망사건에 항의하는 촛불시위대 중 일부가 점포를 ‘공격’한 것이다. 이들은 맥도날드 안의 청소년들을 향해 “당장 나오라”고 외치며 로날드 인형에 침을 뱉고, 계란과 밀가루 포대를 던졌다. 이들의 구호는 “미국은 한국을 떠나라”. 한국에서 반미운동으로서의 맥도날드 공격이 본격화하는 순간이었다.

최근 반미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맥도날드 반대’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촛불시위를 주도한 사이버 범대위 등 네티즌들은 “맥도날드야말로 미국식 자본주의와 패권주의의 상징”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동안 대학생과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맥도날드 불매운동이 벌어진 적은 있지만, 패스트푸드의 주 소비층인 청소년들이 앞장서 매장을 공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2월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서의 ‘오노 파문’에 이어 발생한 여중생 장갑차 사망사건으로 이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촛불시위대 일부 점포 공격

그러나 전 세계적 차원에서 볼 때 이 같은 반(反)맥도날드 움직임은 일상적인 일이다. 맥도날드는 지난 10여년간 수십여개국에서 시위대와 불매운동의 표적이 돼왔다. 반세계화 시위대는 미국식 세계화에 반대하며 맥도날드의 상징인 황금빛 아치를 불태웠고 맥도날드에 대한 폭탄 테러 등 물리적 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1월14일에는 베네수엘라의 한 맥도날드 매장이 반미 시위대에 의해 ‘박살’나기도 했다.

맞서기보다는 ‘비위’를 맞춰라
그런데도 맥도날드는 건재하다. 세계 121개국 3만여개의 매장은 지금도 ‘해가 지지 않는’ 맥도날드 신화를 만들어내며 성업중이다. 미국 잡지 Business2.0(www.business2.com) 최근호는 이처럼 맥도날드가 살아남는 이유에 대해 판매국의 ‘비위를 맞추는’ 생존전략 덕분이라고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굴복시킬 수 없다면 비위를 맞춰라(If You Can’t Beat ‘Em, Pander to ‘Em)’라는 제목의 이 기사는 세계 각국에서 반맥도날드 정서가 창궐할 때마다 이에 맞서기보다 비위를 맞춰온 맥도날드의 역사를 분석하고 있다.



이 잡지에 따르면 맥도날드는 1998년 미국의 문화 제국주의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프랑스에서 자사의 상징인 로날드 인형을 치워버렸다. 대신 매장 앞에 세운 것이 프랑스인의 자존심 ‘아스테릭스’. 프랑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만화 캐릭터 중 하나인 아스테릭스는 기원전 50년경 로마 군대에 저항한 용감한 프랑스인이다. 맥도날드는 이 상징물을 전면에 세움으로써 ‘맥도날드=미국’이라는 프랑스인들의 반감을 피해나갔다.

맥도날드는 ‘살아남기 위해’ 미국의 국익에 반하는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1998년 미국이 유고슬라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를 공습했을 때 맥도날드는 반미 시위대에 무료로 햄버거를 제공했고, 지난해에는 미국의 이스라엘 지원에 대한 반발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불매운동이 벌어지자 빅맥 판매 수익금의 30%를 팔레스타인 구호단체에 헌납하는 이벤트를 벌이기도 했다. 이집트에서 미국의 이스라엘 지원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을 때는 ‘이스라엘, 미워’라는 노래로 히트를 친 이집트 가수 샤바안 압델 라힘의 CM송이 들어간 광고를 내보냈을 정도다. 이 정도면 ‘비위 맞추기’를 넘어선 ‘철저한 굽히기’라고 부를 만하다.

맞서기보다는 ‘비위’를 맞춰라

한국 내의 반미 시위가 격화되자 맥도날드는 철저한 한국화 전략으로 위기 탈출을 꾀하고 있다. 맥도날드가 한국 진출 15주년을 기념해 벌이고 있는 ‘한국의 맛’ 행사 모습.

맥도날드는 외국에 진출하면 그 나라의 입맛에 맞는 신상품을 개발하는 등 ‘현지화 노력’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쇠고기를 먹지 않는 인도에서는 채소 햄버거를, 노르웨이에서는 북해산 연어를 이용한 연어 샌드위치를 개발했고, 맥주의 나라 독일에서는 세계 최초로 매장 내에서 맥주를 판매하기도 했다. 맥도날드의 사훈인 ‘사고는 글로벌하게, 행동은 지역적으로(Think globally, Act locally)’를 실천하며 소비자의 비위를 완벽히 맞춰주는 셈이다.

이 같은 맥도날드의 생존전략은 한국에서도 그대로 진행되고 있다. 1988년 압구정동에 1호점을 낸 한국 맥도날드는 불고기버거, 새우버거, 김치버거 등 한국 판매용 제품들을 다수 개발했다. 2000년부터는 명절 때면 심청전 등 전통 설화를 바탕으로 한 기업 광고를 내보내며 ‘한국적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노력도 계속하고 있다.

최근 반미 정서가 거세지자 국제적으로 효과를 발휘한 ‘비위 맞추기’ 전략도 적극 구사한다. 맥도날드가 한국 진출 15주년을 맞아 내놓은 브랜드 이미지 광고가 그 대표적인 예. TV를 통해 방송되는 이 CF에서 맥도날드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 맥도날드의 모든 임직원은 ‘한국인’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적인 메뉴를 끊임없이 개발해왔다는 점과 장애인, 노인들을 차별 없이 고용한다는 점도 부각시켰다. 맥도날드 임직원들이 자사의 상징인 황금빛 아치가 그려진 청사초롱을 흔드는 장면은 이 광고의 하이라이트. ‘한국 맥도날드’는 미국 기업이 아니라 한국 기업임을 철저하게 각인시켜 최근 일고 있는 반미 정서의 타깃이 되지 않으려는 의도가 그대로 드러난다. 광고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기업 로고도 한글로 ‘한국 맥도날드’라고 썼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한국 맥도날드는 우리나라 사업자가 시스템을 도입해 만든 우리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반미 시위 때마다 유탄을 맞고 있다”며 “이 같은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제작한 광고”라고 설명했다. 맥도날드는 이외에도 김치버거, 불고기버거 등 맥도날드가 자체 개발한 한국 메뉴들을 대폭 할인 판매하는 ‘한국의 맛’ 행사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맥도날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소비자들은 아직 냉담하다. 미국제품 불매운동이 본격적으로 벌어진 지난해 맥도날드의 성장률은 한국 진출 이후 최초로 0%에 머물렀고, 전년도에 비해 40곳이 늘어난 점포당 매출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아직은 맥도날드의 ‘비위 맞추기’가 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 셈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한국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며 “아직은 맥도날드=미국’이라는 주장이 힘을 발휘하고 있지만 지난 15년간 벌여온 맥도날드의 현지화 노력과 사회 환원 사업 성과가 드러나면 상황은 반전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CIA가 뚫지 못하는 나라를 정복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맥도날드 영업사원’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최고의 마케팅 능력을 자랑하는 맥도날드가 과연 한국에서 사상 최악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아니면 한국 소비자들이 그들의 ‘비위 맞추기’ 전략에 끝까지 넘어가지 않을까.



주간동아 370호 (p60~61)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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