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67

2003.01.09

이창호 사전에 천적은 없다!

이창호 9단(흑): 저우허양 9단(백)

  • 정용진/ 바둑평론가

    입력2003-01-03 09: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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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호 사전에 천적은 없다!
    역시 믿을 수 있는 도끼는 이창호뿐!

    2002 반상 시즌을 마무리하는 세계대회 춘란배에서 이창호 9단이 천적 저우허양 9단을 격파한 데 이어 준결승전에서도 창하오 9단을 꺾고 대회 첫 우승을 눈앞에 두었다. 그러나 함께 출격했던 조훈현 9단은 8강전에서 낙승이 예상됐던 일본의 하네 9단에게 불의의 일격을 맞고 탈락했다.

    이 9단의 결승행 최대 고비는 역시 저우허양 9단과의 일전. 저우 9단은 이 9단에게 3연속 패배를 안긴 장본인으로(통산전적 3승1패) ‘신(新)이창호 킬러’로 불리고 있는 기사. 그러나 한번 진 상대는 반드시 극복하고야 마는 전략가 이창호 앞에 더 이상 행운은 통하지 않았다. 이 9단은 완벽한 승리를 거두며 ‘더 이상 천적은 없음!’을 선언했다.

    이창호 사전에 천적은 없다!
    일찌감치 실리의 우세를 확립한 이 9단은 슈퍼컴 같은 정확한 형세 판단을 앞세운 ‘야금야금 대패질 작전’으로 백의 중앙 집을 이곳저곳에서 교묘하게 깎아나가 항서를 받아냈다. 흑1이 마무리 펀치. 다들 2 자리에 붙이는 정도의 백진 삭감을 내다보았는데 한술 더 떠 한걸음 더 깊숙이 들어가버렸다. 백2로 받지 않을 수 없을 때 흑3의 연타를 터뜨린다. 흑9를 얻어맞으면 백은 1 이하로 꺾어 나간 뒤 백5로 끊어 ▲ 석 점을 잡고 살기는 한다. 그러나 ▲ 석 점은 흑8까지 좌상변을 깨끗이 정리하기 위한 미끼. 이 와중에 흑은 또한 6 이하 19까지, 아래쪽을 대패질해 버렸다. 이런 식으로 질질 끌려다니며 위아래가 깎여서는 도저히 승부를 되돌릴 수 없다. 이창호의 끝내기가 왜 대단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179수 끝, 흑 불계승.



    흑백19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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