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66

..

손이 꽁, 발이 꽁 … 그래도 손맛은 짱!

  • 허시명 / 여행작가 storyf@yahoo.co.kr

    입력2002-12-27 13:27: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손이 꽁, 발이 꽁 … 그래도 손맛은 짱!

    인제 소양강 위가 온통 얼음낚시터로 변했다.

    우리 가족은 얼음낚시를 하기 위해 소양호로 향했다. 가족 모두가 낚시꾼이어서 함께 가는 것은 아니다. 일곱 살, 열두 살 난 두 아이는 물론 아내 역시 낚시를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 낚시 장비조차 없다.

    사실 민물낚시는 가장 정적인 레저다. 침묵 속에서 붙들고 늘어지는 화두 같아서 집중하지 않으면 패퇴하고 만다. 그래서 함께 어울려야 하는 가족놀이로는 부적합하다. 하지만 빙어낚시는 다르다. 남녀노소 누구나, 낚시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즐길 수 있다.

    빙어낚시는 흐르는 물에서도 할 수 있지만, 얼음낚시가 제격이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홍천에서 인제 방면으로 57km 올라간 인제군 남면 부평리 부평 선착장이다. 해마다 빙어축제가 열리는 곳인데 이번에는 1월24일부터 사흘간 축제가 열린다. 겨울축제로는 가장 성대하고 성공적인 행사로 꼽힌다.

    강이 얼고 그 위에 눈마저 뿌리자, 소양호는 시베리아를 방불케 하는 대평원으로 변해 있었다. 넓은 호수 위에 빙어낚시를 하는 이들이 흩어져 있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그 사이사이를 누비며 썰매를 탄다. 소양호가 온통 낚시터이자 놀이터로 변했다.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가족놀이



    빙어낚시 도구는 간단해서 구입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들지 않는다. 빙어낚시는 릴낚시보다는 견지낚시가 간편하다. 파리채만하게 생긴 견지낚싯대는 4000~5000원 한다. 미끼는 쌀알만한 구더기를 쓰는데 한 통에 2000원이다. 이 두 가지만 있으면 재미 삼아 빙어를 낚아볼 수 있다. 좀더 본격적으로 빙어낚시에 나서려면 얼음구멍을 파는 끌이 필요하다. 망치나 지팡이처럼 생겼는데 끝에 끌이 달려 있다. 그 끌로 얼음구멍을 파고 나면 얼음조각을 떠낼 뜰채가 필요하다. 손으로 떠내기에는 손이 너무 시리고, 한번 떠낸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찬바람 속에 낚시를 하다 보면 수면에 살얼음이 얼기 때문에 수시로 뜰채로 걷어내야 한다. 그리고 간단한 의자가 있어야 다리를 펴고 편하게 낚시할 수 있다. 이쯤 되면 얼음구멍 앞에 제대로 자세를 취할 수 있게 된다. 이제 물속 어디쯤에서 빙어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알아야 한다.

    빙어는 지역에 따라 공어, 방어, 뱅어, 병어라고 불린다. 맑고 차가운 물을 좋아하는데, 알도 6~10℃의 물에서 낳는다. 여름이면 수심 깊은 곳으로 내려가고 겨울이면 수면 부근으로 올라온다. 겨울에도 주로 알을 품은 암컷들이 수면 가까이 올라오고, 수컷은 수심 10m 이상의 깊은 곳에서 움직인다.

    빙어는 어려서는 동물성 플랑크톤을 좋아하고 자라서는 다른 갑각류나 치어들을 먹는다. 빙어의 미끼로는 구더기를 최고로 친다. 견지낚싯대의 낚싯줄에는 7개 가량의 낚싯바늘이 달려 있다. 구더기의 꼬리 쪽에 그 바늘을 살짝 끼우면 된다.

    빙어낚시의 첫째 포인트는 물이 흘러가는 물골을 파악하는 것이고, 그 다음 포인트는 빙어가 움직이는 깊이를 파악하는 것이다. 빙어는 몰려다니기 때문에 빙어의 통로를 파악하게 되면 한꺼번에 여러 마리를 잡아 올릴 수 있다.

    손이 꽁, 발이 꽁 … 그래도 손맛은 짱!

    빙어낚시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 얼음구멍 하나에 낚싯대 하나씩 드리우고 빙어낚시를 하고 있는 사람들. 뜰채로 부서진 얼음이나 얼기 시작한 얼음조각을 떠낸다.빙어들은 몰려다니는 습성이 있다.(왼쪽부터)

    그렇다면 어떻게 빙어의 통로를 파악할 것인가? 낚싯대를 그냥 붙잡고 있지 말고, 살살 고패질(올렸다 내렸다 하는 동작)을 하면서 빙어의 입질이 많은 곳을 파악해야 한다. 이는 솜씨가 좋은 경험자의 몫으로 제쳐두더라도 고패질은 쉬지 말고 해야 한다. 고패질은 빙어를 유인하는 방책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고패질을 하는데도 안 잡히면 밑밥을 뿌려주는 비상책을 쓴다. 밑밥은 깻묵가루와 구더기를 섞어서 만드는데, 조금씩 뿌리는 게 좋다. 너무 많이 뿌리면 피라미들이 몰려와 피라미 낚시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빙어가 입질을 시작하면 찌가 간들간들 움직이는데, 이때 천천히 끌어올리면 된다. 너무 힘차게 끌어올리면 빙어가 바늘에서 떨어져나가기 쉽다.

    빙어낚시의 명소로는 강원도 지역의 강이나 저수지들을 꼽는다. 춘천호의 원평리와 신평리, 소양호, 의암호, 파로호, 그리고 크고 작은 저수지에서 얼음낚시가 가능한데, 1월 초순부터 2월 말까지가 제철이다. 얼음의 두께는 10cm 이상이라야 안심할 수 있지만, 수심이 얕은 곳에서는 5cm 두께의 얼음 위에서도 즐길 수 있다.

    얼음낚시는 추위를 견디며 즐기는 레저다. 얼음 위에 버너를 놓고 라면을 끓여 먹는 재미는 또 어디에 견주랴. 펭귄처럼 얼음 위를 걷고, 고드름처럼 땡땡 얼며 하는 빙어낚시의 비결은 ‘기다려라, 그리하면 반드시 온다’이다. 낚시가 무료해지면 얼음판 위에서 썰매를 타거나 팽이를 치면서 놀 수도 있다.

    우리 가족 넷은 두 개의 구멍에서 각자 한 마리씩 네 마리의 빙어를 낚았다. 아이들과 아내에게는 세상에서 처음 잡은 물고기였다. 아니, 엉겁결에 잡은 벌레들을 빼고, 세상에서 처음 사로잡은 생명체였고 사냥감이었다.

    그때 옆 얼음구멍 앞에 앉은 사람들이 희희낙락하면서 빙어의 꼬리를 잡고 초고추장에 빙어의 머리를 푹 박은 뒤에, 고개를 젖히고 입을 크게 벌려 빙어를 물고는 오도독 소리가 나도록 씹어 먹는다. 빙어는 몸이 투명하고 뼈가 연하며, 비늘이 없고 창자가 곧고 작아서, 통째로 먹어도 비린내가 전혀 없다. 그래서 횟감으로 안성맞춤이다.

    그러나 살아 있는 생명체를 통째로 먹는 것은 우리 가족에겐 잔인하고 무작스러워 보였다. 이미 튀김빙어를 한 접시 해치운 뒤였다. 작고 날렵하고 투명한 은빛 고기들을 보고 있자니 보석처럼 아름답게 여겨졌다. 빙어가 우리를 기쁘게 해주었으니 이제 우리가 그들을 기쁘게 해줄 차례였다. 우리는 네 마리의 빙어를 다시 깊은 얼음구멍 안쪽으로 풀어주었다. 우리 가족에게 빙어낚시는 오래도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