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66

2003.01.02

“盧 당선자, DJ 측근 비리 책임 물을 것”

정대철 민주당 선대위원장 “노정권 초기 이슈는 정치개혁 … 통합21과 공조 깨져”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2-12-26 12: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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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盧 당선자, DJ 측근 비리 책임  물을 것”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든든한 병풍 역할을 맡아 이번 대선 승리에 큰 공헌을 한 정대철 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

    ”공조가 깨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대철 선거대책위원장은 12월22일 ‘주간동아’와의 인터뷰를 통해 국민통합21과의 국정 공동운영 약속이 깨졌음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향후 내각 구성도 외부의 간섭 없이 말 그대로 ‘노무현식 인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위원장은 “새 정치냐 낡은 정치냐, 50대냐 70대냐라는 선택에서 유권자들이 현명하게 판단한 것이 승리의 배경”이라며 “세대교체와 정치변혁이 노무현 정권 초기 핵심 이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위원장은 김원기 고문과 함께 이번 선거에서 노당선자가 흔들릴 때마다 ‘병풍’역을 자임, 노당선자로부터 깊은 신뢰를 받고 있다.

    -승리의 배경은?

    “낡은 정치를 바꾸자는 변화와 개혁의 물결이 노풍(盧風)을 재점화했고, 이것이 대선 승리의 배경이다. 민주당 홈페이지에 노당선자가 눈물을 흘리는 영상물이 있는데, 그 영상물을 보고 함께 눈물을 흘렸다는 수많은 글들이 올라와 있다. 개인적으로 본다면 노당선자는 정(情)을 느끼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노당선자의 승부사적 기질이 화제다.



    “국민경선, 후보단일화 수용 등 옆에서 지켜보는 우리도 조마조마할 때가 많았다. 그러나 노당선자는 결단을 내릴 때 주저하지 않는다. 정치적 고비마다 마음을 비우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지도자’로서의 풍모를 느낄 때가 많다.”

    -이번 선거의 고비는?

    “알다시피 수없이 많은 난관을 거쳤다. 후보단일화 이후 안정적 우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표가 느닷없이 선거운동 종료 한 시간 반 전에 양당 공조를 철회한 것이 막판 최대의 위기였다.

    -선거자금은 어느 정도 썼나.

    “돈과 조직으로 하던 선거 행태가 정책·미디어·인터넷 선거로 바뀌었다. 아마 국민들이 피부로 느꼈을 것이다. 우리는 선거자금을 구하러 다니지 않았고, 돼지저금통을 모아 썼다. 그럼에도 선거자금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혁명적인 변화를 실험했고, 또 해냈다. 네거티브 선거운동이 아무 효과가 없다는 것이 입증돼 앞으로의 선거에 좋은 교훈이 될 것이다.”

    -노당선자가 당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구체적으로 개혁의 방향에 대해 말해달라.

    “국민들이 정치대변혁을 주문하고 있다. 기존의 정치, 정당문화는 이제 바뀌어야 하지 않겠는가. 노당선자가 언급한 대로 정치개혁이 새 정부 초기 핵심 이슈가 될 것이다. 우선 1인 보스의 제왕적 총재 체제를 민주적 리더십으로 바꾸는 것이 첫째 과제라고 할 수 있다. 특정지역에 기반한 정당체제를 전국정당으로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 이번 선거에서 지역감정이 상당 부분 사라진 만큼 중앙정치가 이를 보완해야 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중·대선거구제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본다. 원내 중심의 정당문화도 추진해야 한다.”

    “盧 당선자, DJ 측근 비리 책임  물을 것”

    12월10일 대선전략 마련을 위한 중앙선대위 본부장단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민주당 정대철 선대위원장 (위 가운데). 11월10일 마산 MBC홀에서 열린 민주당 경남선대위 국민운동본부 발대식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보이는 노무현 대통령후보 (가운데)와 정동영(왼쪽) 정대철 의원.

    -경선 이후 노당선자는 반노 비노 및 구세력들과 계속 갈등 관계를 보여왔다. 이들과의 관계 설정은?

    “노당선자의 당선 일성(一聲)이 7000만의 대통합 아닌가. 과거를 현재의 환경과 잣대로 재단하거나 봐서는 안 된다. 국민통합과 당화합을 추진할 것이다. 그러나 당의 중추적 역할을 할 주체는 바꾸어야 한다. 노당선자 주변에는 개혁세력이 많다.”

    -‘동교동계’와의 관계는?

    “그들 역시 7000만 국민 아닌가. 함께 가겠다는 것이 원칙이고, 그 약속을 지킬 것이다.”

    -노당선자가 모든 세력을 안고 가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미 당내에서는 개혁을 명분으로 한 세대교체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노당선자가 유권자들에게 전달한 메시지는 ‘새 정치냐 낡은 정치냐, 50대냐 70대냐’였다. 유권자들은 결과적으로 50대 대통령을 통한 새 정치를 선택했다. 그 선택이 갖는 함의는 세대교체와 정치변혁이라고 생각한다. 노후보의 당선으로 세대교체는 이뤄졌다. 앞으로 젊은 대통령이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나라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 물리적 나이에 따른 교체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정치개혁을 통해 국정을 주도해온 낡은 정치세력을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바꾸는 작업은 꾸준히 추진될 것이다.”

    -세대교체가 정계개편의 출발점 아닌가. 소수여당으로 정국을 운영할 수 없지 않은가.

    “수의 개념에 기초한 정치는 과거의 정치문화다. 이제 이런 구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노당선자에게는 도덕적 우위와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국민들의 성원이 있다. 수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노당선자는 이미 ‘인위적 정계개편은 없다’고 강조했다. 의원 빼오기는 절대 없을 것이다. 다만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이념과 정책을 같이하는 사람들, 그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문호는 개방할 것이다.”

    -한나라당 내 부산 경남 및 수도권 개혁인사들을 영입할 가능성은?

    “앞에서 얘기한 대로다. 인위적 정계개편은 없지만 이념과 정책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문호는 항상 열어놓을 것이다.”

    -정위원장의 인수위원장설이 흘러나오는데….

    “인수위 구성은 당선자의 고유 권한이다. 당선자의 철학, 사상, 정책을 담아낼 수 있는 인물들로 채워질 것이다.”

    -섀도 캐비닛에 대한 구상은?

    “그 역시 당선자의 고유 영역 아니겠는가. 첫 단추를 잘 끼워야 만사가 형통한다는 사실을 노당선자가 잘 알고 있다.”

    -취임 초 노무현 정권이 비중을 두고 추진해야 할 분야와 업무는?

    “이번 선거를 통해 노당선자와 민주당은 국민들의 요구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정치개혁에 대해 노당선자가 이미 기본 구상을 해놓았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안정적 성장을 통해 실업자도 줄이고 빈부격차도 줄이는 방안에 대해 노당선자가 오래 전부터 고심해왔다. 보다 시급한 것은 대북, 대미관계라고 본다.”

    -노당선자는 DJ 측근들의 비리 문제 등과 관련 ‘국민들 반응을 봐가면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DJ와의 관계 설정에 대한 기준은?

    “노당선자는 DJ의 자산과 부채를 모두 승계하겠다고 말했다. 자산은 늘리고, 부채는 줄이는 것이 올바른 승계라고 본다. 측근들의 비리는 부채에 해당하는 부분인데, 법적으로 책임이 있으면 묻고, 법적 책임이 아니더라도 정치적 책임을 물을 일이 있으면 묻겠다고 했다. 이 원칙이 과거 청산의 기준이 될 것이다.”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표가 투표를 하루 앞두고 공조를 파기한 이유는?

    “그쪽에 물어봐야 할 질문 같은데…. 이철 전 의원이 이렇게 얘기하더라. ‘기본적으로는 이회창 후보의 당선 가능성에 대비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고, 겉모양으로는 유세 도중 행해진 노당선자의 발언에 감정이 상한 것 같다고.’ 나도 동감한다.”

    -정대표가 내각 등 관련 지분을 요구했고 이에 대해 막판까지 노당선자가 반응을 보이지 않아 정대표가 공조철회를 선언했다는 얘기가 있다.

    “민주당과 국민통합 21측의 정책공조 협상과정에서 그러한 논의가 있었다. 그러나 나눠 먹기식 공조는 안 된다는 원칙에 따라 실질적인 자리 보장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 문제는 그렇게 끝난 것으로 안다.”

    -대선 후 정대표가 공조철회에 대해 사과했다. 양당 공조는 재개되는가.

    “투표 당일까지 노후보가 공조를 요청했으나 정대표가 응하지 않았다. 이것으로 공조는 깨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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