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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물길’ 상인들에게 막힐라

복원 반대하는 상인들 문제가 ‘최고 걸림돌’ … 교통체증·재원 확보도 골치 아픈 숙제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청계천 물길’ 상인들에게 막힐라

‘청계천 물길’ 상인들에게 막힐라

악취 나는 청계천이 물고기가 헤엄치는 아름다운 강으로 부활할 수 있을 것인가. 청계천 복원 뒤 동대문 구역의 가상 조감도.

민선시장의 과욕이 빚은 불도저식 개발이 될 것인가, 아니면 역사에 길이 남을 사업이 될 것인가. 서울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청계천 복원 사업은 수많은 걸림돌을 안고 있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형국이다.

다만 그동안 서울시는 복원과 관련된 계획을 ‘가뭄에 콩 나듯’ 조금씩 언론에 흘려왔다. 이명박 시장은 11월25일 청계천 복원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에서 다음과 같은 계획을 밝혔다.

“맑고 깨끗한 물이 흐르는 생태공간을 조성하고, 광교와 수표교 등 역사유적을 복원해 서울을 환경친화적인 역사도시로 거듭나게 하겠다. 복원된 청계천 주변을 개발해, 국제금융기관과 다국적 기업을 위한 인텔리전트 업무단지를 조성하고 이를 지원하는 첨단 서비스 산업을 육성하겠다. 복원공사는 교통문제와 주변상권에 대한 대책을 시행하면서 2003년 7월 착공, 2005년 말까지 마무리하겠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대규모 복원사업인 데다 이 사업이 가져올 영향 또한 클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시장은 무엇보다 임기중 공사 완료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 때문에 치밀한 준비 없이 선거공약 이행이라는 명분만으로 서두를 경우 자칫 졸속으로 치달아 엄청난 부작용이 파생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체증으로 영업 손실·권리금 하락”



‘청계천 물길’ 상인들에게 막힐라

광교 부근의 현재 청계천 일대(위)와 청계천 복원 뒤의 가상 조감도.

복원사업의 청사진과 관련,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서 막바지 작업이 진행중”이라며 “올해 말이 돼야 기본계획이 확정되고, 내년 상반기중에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7월중에 착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추진 과정은 타당성 조사, 전문가 자문 및 시민 의견 수렴, 기본설계 및 실시설계, 철거 및 복원공사 등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착공 외에는 각 단계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서울시는 현재 청계천 지하 구간 투어를 마련해 시민들을 대상으로 복원사업의 당위성을 홍보하고 있고, 제주 산지천, 대구 신천, 미국 보스턴과 샌안토니오, 일본 도쿄와 오사카 등지의 하천복원 사례를 들어가며 기술적인 실현 가능성을 알리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포괄적이고 장기적인 청사진을 세우는 일이다. 복원사업은 청계천 자체의 문제뿐 아니라 주변 상인들, 주변 개발, 교통, 시기와 재원 마련 등의 쟁점들이 서로 맞물려 있기 때문에 큰 틀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것이다.

문화개혁을 위한 시민연대의 정기용 위원장(공간환경위원회)은 “먼저 포괄적이고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그 속에서 청계천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복원사업이 서울시의 자존심 회복과 도약의 전환점이 되기 위해서는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청계천 주변 상인 대책

청계천 복원사업과 관련 가장 ‘뜨거운 감자’는 주변의 상인들이다(서울시와 상인단체에서는 1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복원 반대’를 외치며 서울시가 자신들을 상대로 공청회 한 번 열지 않았고, 시민위원회를 구성할 때도 이해 당사자인 자신들을 논의대상에서 제외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청계천상권수호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위원장 이웅재)는 11월29일 세운상가, 황학동상가, 청계상가, 공구상연합회 등 7개 단체 상인 168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86.6%(1455명)가 청계천 복원을 반대하고, 6.1% (103)는 찬성을, 7.3%(122)는 유보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위원장은 이 조사 결과를 갖고 서울시와 청와대,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을 방문, 복원 반대 의지를 밝힐 계획이다.

서울시는 그동안 복원사업의 범위가 도로 폭 이내로 한정되기 때문에 복원사업으로 인해 주변 상가가 피해를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변해왔다. 또 복원공사 중에는 공사구간 양쪽에 편도 2차로씩 확보하고 가림막을 설치하는 등 영업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으며, 복원사업 뒤 상인들의 업종 전환이나 주민들의 재개발 등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교통과 상인 대책 등이 문제가 되겠지만 이번 복원사업은 복개도로에서만 이뤄지기 때문에 상인대책 문제는 큰 사안이 아닐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원사업은 하천법의 적용을 받는 개축·보수 공사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상인들에 대한 보상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책위측은 복원공사로 인한 교통체증과 악취, 그로 인한 영업 손실과 평당 1000만원을 호가하는 권리금의 하락 등의 피해가 예상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적절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시위나 배상청구소송 등 여러 가지 수단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청계4가에서 조명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이모씨(52)는 “맑은 물이 흐르는 강을 누가 싫어하겠느냐”면서도 “그러나 상인과 주민들의 현실적인 처지를 염두에 두지 않고 개발독재 시대처럼 밀어붙이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이들 상인과 주민들의 적극적인 호응을 이끌어내는 것일 것이다. 11월25일 국제심포지엄에 참여했던 일본 국토교통성 규슈지방정비국의 시마타니 유키히로씨도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가장 중요하며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해야 성공적인 복원사업을 이룰 수 있다”고 충고했다.

‘청계천 물길’ 상인들에게 막힐라

청계천 복원공사는 공사용 가림막 설치, 상판 슬래브와 복개 구조물 철거, 교각 구조물 철거, 가설도로 설치, 하천 조성 및 조경 공사 등의 순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공사 단면도(위부터).

서울시는 예정대로 복원사업을 시행하기 위해 2003년 4월부터 청계고가의 교통을 차단할 계획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복원 과정에 있을 수 있는 교통대란, 복원 이후의 교통체증 등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으며 복원사업 이전에 완벽한 교통대책을 세우고 복원 이후에는 이전보다 더 좋은 교통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의욕만 앞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는 사전 교통대책으로 도심에 일방통행제를 확대하고, 중앙버스 차로제, 도심순환버스 등을 도입해 승용차 중심이 아닌 대중교통 위주로 개편할 계획이다. 청계고가 차량의 62.5%(서울시 자료)를 차지하고 있는 도심 통과 차량은 내부순환로로 우회하도록 하거나 종로 을지로 등으로 분산시키며, 청계천로 양측에 시간당 2000대의 교통량을 처리할 수 있는 편도 2차로를 확보해 조업 차량과 상가 접근 차량 위주로 통행시켜 상인들의 영업 불편을 최소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황기연 청계천복원지원연구단장은 천변의 2차로와 경전철을 함께 건설하는 방안(광교-신답초등학교 사이 5km 구간)을 제시한 적이 있다. 이 경우 교통이 가장 혼잡한 오전 시간대에 강북 도심 구간에서의 차량 통행속도는 현재의 시속 20.8km에서 19.1km 정도로 둔화될 뿐이라고 분석했다. 한양대 원제무 교수는 편도 2차로를 확보할 경우 시간당 2.9km 정도 차량속도가 감소하고, 편도 3차선을 확보할 경우 시간당 1.6km 정도 줄어들 것으로 보았다.

이 두 연구는 모두 청계천 복원에서 교통이 주요 변수가 되지 못한다는 결론을 내놓고 있지만 더 정밀한 교통영향 평가가 요구된다는 주장도 있다. 공사중에는 하루 17만대 가량의 차량이 이용하던 14개 차로가 4차로로 줄어들고 주변 상인들의 조업을 위한 주차가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서울의 구조상 도심을 통과하는 차량이 많을 수밖에 없는 상황(건축가 김석철씨), 강남에서 남산 1호터널로 넘어오다 끊어지는 교통흐름 처리(건국대 이상헌 교수) 등에 대해서도 면밀한 분석이 요구된다.

황기연 단장은 “보행 위주로 가치관을 바꿔야 하는 시기”라고 주장하고 있고, 정창무 교수는 “교통문제는 결국 철학적인 문제”라며 “시민들이 환경적인 이익을 얻는 대신 교통 불편을 감수하고자 한다면 시민들의 의견을 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상헌 교수는 “현재 자동차 위주의 교통체계인데 대체할 만한 대중교통수단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서울 도심공간을 보행자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상인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서울시는 11월25일 상인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계천 복원 후 하천 양측을 각각 2차선으로 만들 계획을 수정했다. 공사 구간의 보도 폭이 다른 지역보다 넓기 때문에 보도 폭을 줄여 도로폭을 1~2차선씩 추가로 설치해 조업을 위한 주차공간 등으로 사용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재원 마련 및 주변 개발

서울시는 청계천 복원사업비를 약 36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자연형 하천 건설에 720억원, 교량건설에 186억원, 하수처리 공사비에 145억원, 예비비 121억원, 도로건설비 198억원, 설계감리비 170억원, 철거비 2060억원 등을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예산은 이미 책정된 청계고가 보수공사비 1000억원과 앞으로 예상되는 연차적 예산절감액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서울시는 보고 있다.

그러나 실제 청사진이 나올 경우 소요 예산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상인과 교통문제 등으로 인해 공사기간이 길어지거나 물관리 비용 등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겨날 경우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는 것이다. 연세대 노수홍 교수(청계천 복원 시민위원회 부위원장)의 추정 비용 역시 서울시의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노교수는 청계천 연변에 경전철을 건설(3838억원)하는 것까지 포함해 총 1조3238억원이, 주변 지역 재개발 사업에는 12조3461억원이 각각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다.

서울시는 우선 주변은 개발하지 않고 청계천만 복원한다는 계획이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이 계획에 회의적이다. 단국대 조명래 교수(도시지역계획학과)나 홍욱희 세민환경연구소장 등은 “주변 개발 등을 포함한 장기적인 계획 없이 청계천만 복원하려는 것은 위험하다”고 주장하고 있고, 서울시립대 정창무 교수는 미국 샌안토니오 시의 ‘산보하는 강(River Walk)’의 사례를 참고할 것을 제안했다.

‘산보하는 강’의 경우 1941년 하천만 복원됐는데 제2차 세계대전 전후 부랑아들이 머무는 버려진 장소가 됐다. 그러다 시에서 주민들에게 홍수 관리비 등을 징수해 강변에 보행자 전용도로를 만들고 1963년엔 관광유람선을 도입했다. 고급 호텔과 컨벤션센터를 유치하고 시민들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를 계획하기도 했다. 이 결과 지금은 연간 1000만명이 찾는 명소로 탈바꿈한 것이다.

정교수는 청계천 복원이 하천 자체만 복원되고 관리되지 않을 경우 초기 ‘산보하는 강’처럼 부랑아들이 넘쳐나고 버려진 곳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기왕 복원할 것이라면 주민들과 협의를 거쳐 주변 개발 방법까지 함께 모색하고,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이득을 줄 수 있도록 개발돼야 한다는 것이다.

주변 개발에 대해서도 의견은 엇갈린다. 환경론자들은 저밀도 개발을 주장하고 있고 많은 도시계획학자들은 고밀도 개발을 지지하고 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청계천 개발이 서울 도심 전체의 개발 구상하에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들은 청계천 복원사업의 전체 윤곽이 하루빨리 드러나길 기다리고 있다.





주간동아 363호 (p68~70)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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