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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배달’이 아마존 살려냈다

‘25달러 이상 주문 땐 무료’ 공격적 마케팅 … 올 매출 30억 달러 6년 만에 흑자 예상

  • 홍권희/ 동아일보 뉴욕특파원 konihong@donga.com

‘공짜배달’이 아마존 살려냈다

닷컴기업들이 2년째 힘겹게 생명을 이어가는 가운데 올 들어 세계 최대의 온라인 소매점인 아마존닷컴(www.amazon.com)이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성공모델을 보여주고 있다.

6년 동안 적자 행진을 계속해온 아마존의 누적적자는 23억 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올해 처음으로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몇 년째 계속된 ‘올해를 넘길 수 있을까’ 하는 시장의 우려를 최소한 올해는 말끔히 씻어낸 것. 장사가 안 돼 전체 직원의 15%를 해고해야 했던 아마존으로서는 모험 끝에 재기의 발판을 확보한 셈이다. 아마존의 창업자 겸 회장인 제프리 베조스(38)는 “아직까지는 아기 걸음마지만 내년부터는 훨씬 좋아질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잘 나가는 아마존의 전략은 무엇인가. 간단하다. 많이 팔고 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이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이겠는가.

많이 팔기 위해 아마존은 공격적인 할인전략과 무료 배달 마케팅이라는 방안을 내놓았다. 2년 동안 수많은 닷컴기업들을 쓰러지게 했던 바로 그 전략이었다. 올해 초 베조스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소매점이 살아남으려면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가격을 올리는 방법과 가격을 낮추는 방법이다. 아마존은 후자를 택했다.”

아마존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주문한 물품의 금액이 99달러 이상인 경우에만 무료로 배달을 해줬다. 그러나 얼마 전 아마존은 이 최저금액을 절반인 49달러로 낮췄다가 최근 다시 25달러로 낮췄다. 책 2권이나 CD 2장만 사면 무료로 배달을 해주는 셈이다. 아마존이 ‘공짜’나 다름없는 마케팅을 택한 것은 시장조사 결과 온라인 주문자들이 배달료에 가장 신경을 쓴다는 점을 알았기 때문. 이 같은 전략으로 ‘충성심’ 높은 고객 3000만명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고 이는 아마존의 큰 재산이 되었다.



배달 늦추며 비용 절감 책값 인하

무료 배달을 반대하는 중역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한번 공짜에 길들여지면 나중에 비용을 물리기 어려워진다’는 것이 반대파들의 논리였다. 아마존은 물론 온라인 소매점의 운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이 논쟁에서 어쨌든 무료 배달을 주장하는 쪽이 승리한 셈이다.

무료 배달을 하려면 배달회사에 치르는 비용을 어디에선가 빼내야 한다. 아마존은 창고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엔지니어 출신으로 운영과 고객서비스를 총괄하는 제프 윌크 수석부회장(35)은 수학자 6명을 채용해 미국 내 6개의 아마존 창고에 책을 공급하는 가장 효율적인 모델을 찾아냈다. 고객들에겐 무료 배달의 혜택을 누리는 대신 물건을 받을 때까지 며칠 기다리도록 했다. 물건을 일찍 받고 싶어하는 고객에겐 돈을 더 내도록 했다.

예를 들어 한 고객이 책 2권과 CD 2장을 주문했는데 아마존은 책은 A창고에, CD는 B창고에 있다고 하자. 종전엔 A, B 두 곳의 창고에서 고객에게 24시간 내에 물건을 각각 보냈다. 요즘은 A창고의 책을 다른 물건들과 함께 B창고로 보내 거기서 하나로 묶어서 고객에게 배달한다. 이 같은 방식을 통해 비용이 대폭 절감되었다.

또 무료 배달 서비스 이후 주문이 늘어나 우편요금을 할인받을 수 있었고 창고에서 우체국까지 물건을 나를 때 아마존 차량을 이용함으로써 우편요금을 더욱 낮출 수 있었다. 이렇게 비용을 줄인 덕분에 고객에게 책값을 더 깎아줄 수 있게 됐다. 올 4월에는 정가에서 30% 할인해주는 책의 대상을 20달러 이상인 책에서 15달러 이상인 책으로 확대했다. 그 결과 3·4분기(7∼9월)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7% 급증했다.

무료 배달은 경쟁업체로도 번져 나가고 있다. 바이닷컴(www.buy.com)에서도 대부분의 제품에 대해 무료 배달 서비스를 하고 있다. 바이닷컴은 책의 경우 아마존보다 10% 더 싸게 팔고 있는데 아직은 아마존 고객을 그렇게 많이 빼앗아오지는 못한 상태다.

이와 함께 아마존은 주문처리 과정의 전산화 비율을 더 높여 실수를 줄여나갔다. ‘6시그마 운동(제조 및 서비스업체의 하자 감축 운동)’을 강조하는 윌크 부회장은 ‘검은 띠’ ‘파란 띠’ 제도를 도입했다. 창고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낸 종업원들에게 상을 주는 제도다. 이를 통해 아마존은 주문처리 비용을 낮출 수 있었다. 2000년엔 매출의 15% 수준이던 주문처리 비용을 작년엔 12%로, 올해는 10.6% 수준으로 계속 낮췄다.

아마존의 매출 증대 전략은 또 있다. 브랜드 제품 판매도 그중 하나다. 노스트롬이나 갭, 에디바우어, 푸트라커 등의 브랜드 지명도가 높은 의류나 신발을 아마존에서 팔아주고 수수료를 받는 것이다. 노스트롬 등은 자체적으로도 온라인 판매를 하지만 아마존과 손잡고 서로 도움이 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한편 아마존은 최근 미국 내 400여개 체인을 두고 있는 ‘보더스’라는 체인과 손잡고 새로운 방식의 판매에 나섰다. 고객이 인터넷을 통해 아마존에서 산 물건을 보더스에서 가져가게 하는 방식이다.

제3자 판매 전략도 크게 성공

아마존이 내세운 또 하나의 전략은 제3자 판매다. 아마존이 파는 제품과 똑같은 것을 제3의 상인이 아마존 사이트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마켓플레이스(marketplace)’라는 시장판을 벌여놓았다. 여기서는 아마존 제품보다 훨씬 싼값에 제품을 팔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올림푸스의 카미디아라는 디지털 카메라의 경우 아마존은 249달러짜리를 28% 할인한 179.99달러에 팔고 있다. 그런데 그 가격표 바로 아래에 있는 ‘새것 또는 중고품’이라는 표시를 누르면 체인점 서킷시티와 타겟에서도 이 상품을 179.99달러에 제공한다는 정보가 나타난다. 이와 함께 ‘공장에서 다시 손본 것’을 158달러에 팔겠다는 상인과 ‘테스트를 마친 중고품’을 139.99달러에 팔겠다는 상인의 정보까지 동시에 띄워놓고 있다. 이 같은 제3자 판매 때문에 아마존의 매출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지만 아마존측은 개의치 않는다. 마켓플레이스의 매출은 작년에 비해 16%의 증가세를 보이면서 아마존 전체 매출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아마존의 창업자인 베조스 회장은 28세 때 월스트리트에서 투자회사 디이샤우의 수석부사장 자리에 올라 2년 동안 근무하다가 온라인 판매 시장에 뛰어든 인물이다. 그는 당시 전자상거래 매출이 늘어난다는 뉴스를 보고 30분 만에 사업구상을 마치고 그 길로 연봉 100만 달러짜리 직장을 떠났다. 이삿짐을 싸는 둥 마는 둥 서쪽으로 향한 베조스는 부인이 운전하는 차 안에서 사업구상을 다듬었다. 마이크로소프트 본사가 있는 시애틀에 도착해 회사를 차린 것이 아마존닷컴의 시작이었다.

업계는 올해 아마존의 매출이 30억 달러를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아마존 주가는 요즘 24달러(11월27일 24.08달러) 수준이다. 최고가였던 1999년 말의 가격이 주당 100달러 이상이었던 데에 비하면 반의 반이지만 올 초의 9달러(1월16일 올해 최저치 9.03달러)에 비하면 무려 166% 오른 것이다. 올해 거의 모든 종목의 주가가 폭락한 미국 증시에서 아마존은 최고의 주가상승률을 자랑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주간동아 363호 (p86~87)

홍권희/ 동아일보 뉴욕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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