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63

2002.12.12

직립보행 질병 ‘하지 정맥류’ 심장 질환 부른다

  • 입력2002-12-05 13: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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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립보행 질병 ‘하지 정맥류’ 심장 질환 부른다

    정맥류 수술 전과 후.

    사람이 직립보행을 하게 되면서 생긴 원초적 질병이 있다. 다리 혈관이 불룩 솟아오르는 ‘하지 정맥류’가 바로 그것. 인구 100명당 3명꼴로 발생하는 이 질환은 선천적으로 정맥 벽이 약하거나 오랫동안 서서 일하는 사람의 경우에 주로 발병된다.

    하지 정맥류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강남연세 흉부외과 등 3개 병원이 올 1월부터 8월까지 환자 8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환자 중 575명(68%)이 하루 4~8시간 가량 서서 일하는 사람이었으며 8시간 이상 서서 일하는 환자는 274명으로 32%를 차지했다. 이들 대부분은 교사나 백화점 판매원, 간호사, 외과의사, 스튜어디스 등으로 직업상 장시간 서 있어야 하는 사람들이었다.

    정맥류를 단지 다리 표면으로 혈관이 튀어나오는 보기 흉한 질병이라고만 생각해 치료를 방치한다면 심장병을 부를 수 있고, 궤양으로 악화돼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를 수 있다. 정맥류는 중력에 저항하며 안전하게 혈액을 수송해야 할 정맥이 지속적으로 압박을 받아 근육과 판막의 탄력이 떨어져 발생한다. 위로 올라가려는 혈액과 고장난 판막 사이로 새어 나온 혈액이 만나 혈관이 부풀고, 혈액이 역류하면서 늘어난 혈관이 급기야 피부 위로 흉하게 두드러진다. 혈액이 혈관 밖으로 나와 주변 피부가 멍든 것처럼 변하기도 한다.

    때문에 심장으로 되돌아가야 할 정맥혈이 오금이나 허벅지 부위를 맴돌게 되면서 한 번만 펌프질을 해도 될 심장이 두 번 세 번씩 뛰게 되어 결과적으로 심장에 엄청난 부담을 주게 되고, 이는 곧 심장 질환으로 이어진다.

    호르몬 변화, 비만, 임신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정맥류의 가장 두드러진 발병 원인은 역시 가족력이다. 3개 병원의 조사 결과 정맥류 환자의 25%가 가족 중에 정맥류를 앓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맥 판막이 선천적으로 약하거나 정맥 벽에 구조적인 결함이 있는 경우가 많은 것. 특히 임신과 산후 조리 과정에서 정맥류가 생기는 경우가 많아 환자 중 여성이 남성의 2배를 차지했다.



    흉부외과 전문의 김해균 박사(강남연세 흉부외과 원장)는 “종전까지는 피부를 20cm 가량 절개해 망가진 혈관을 걷어내는 것이 최선책이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혈관에 주사로 약물을 주입, 혈액공급을 차단하는 경화요법과 혈관 레이저수술, 광투시 정맥 적출술로 거의 흉터 없이 수술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광투시 정맥 적출술은 2mm 이하의 작은 구멍으로 광투시 시술기구를 집어넣어 병든 혈관을 제거하는 방법으로, 혈관 레이저수술과 마찬가지로 국내에서 시술할 수 있는 병원이 얼마 되지 않는다.

    혈관이 튀어나와 치마를 입지 못하는 어머니가 있다면 자신의 치료는 물론, 자녀들의 다리도 유심히 살펴보아 문제가 있을 경우 적극적으로 치료에 나서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자식들의 원망을 들을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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