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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광장 |‘윤희정과 친구들’ 콘서트

편안하고 따뜻한 ‘재즈 사랑방’

  • 전원경 기자 winnie@donga.com

편안하고 따뜻한 ‘재즈 사랑방’

편안하고 따뜻한  ‘재즈 사랑방’

‘한국의 빌리 할리데이’라고 불리는 재즈 가수 윤희정의 무대. 그의 재즈는 한국적 감수성이 녹아들어 있어 듣기 편안하다.

300석의 객석은 꽉 찼다. 중년 부부와 젊은 연인들, 외국인까지 각계각층의 관객들이 섞여 있지만 객석에는 어떤 ‘편안함’이 감돈다. 마치 몸에 잘 맞는 옷을 입은 것 같은 편안함이다.

더블베이스와 키보드, 피아노, 퍼커션 등 각종 악기가 꽉 찬 무대에는 보랏빛 연기가 피어오르고 곧 8인조 밴드의 연주 속에서 한 목소리가 등장한다. 푸른 바다의 심연에서 올라오는 듯한 목소리, 벨벳 같은 부드러움과 영혼을 울리는 깊이를 갖춘 음성이다. 그가 재즈 가수 윤희정이다.

첫 곡으로 윤희정은 재즈풍으로 편곡한 ‘세노야’를 불렀다. ‘한국의 빌리 할리데이’로 불리기도 하고, 사라 본의 목소리와 가장 비슷하다는 평가도 듣지만 윤희정의 재즈는 미국 흑인의 감수성이 아닌 한국적 감수성의 재즈다. 그래서인가, 재즈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그의 무대는 별다른 거부감이 없다. 윤희정 본인의 표현대로라면 ‘넥타이를 반쯤 푼 듯한 분위기’다.

재즈 가수 윤희정의 콘서트인 ‘윤희정과 친구들’은 1997년 이래 벌써 6년째 매달 계속되어왔다. 그러나 11월27일에 열린 이번 무대는 지난 6월27일 이후 4개월 만에 열린 무대. 그래서일까. 매서운 추위와 독감이 유행중인 상황인데도, 또 별다른 홍보도 없었는데도 객석은 꽉 찼다. 개중에는 1년 내내 오는 사람도 적지 않단다.

사회자도 없는 작은 무대에서 윤희정은 백 밴드와 함께 ‘You do some-thing to me’ ‘Round midnight’ 등을 노래하고 관객과 이야기를 나누다 게스트를 맞기도 하면서 혼자 무대를 이끌어나간다. 창작곡인 ‘은행나무 사랑’이나 재즈풍으로 편곡한 유재하의 가요 ‘사랑하기 때문에’를 부를 때는 곡에 대한 해설도 직접 한다. 6년 동안 윤희정은 재즈 창작곡을 꾸준히 불러왔다. 이번 무대에서는 처음으로 가요를 선보였다. 가요를 재즈로 편곡해 부르는 작업이 결코 쉽지 않았다지만, 귀에 익숙한 곡을 재즈로 듣는 관객의 기쁨은 각별했다. 객석의 환호성이 만만치 않았다.



“재즈라는 분야 자체가 TV에 자주 나오거나 요란하게 홍보를 하는 분야가 아니잖아요. 그리고 재즈가 아직 보편화된 상황도 아니고요. 재즈 애호가나 연주자 모두 층이 얇은 편이에요. 그래서 ‘윤희정과 친구들’을 공연할 때는 항상 관객을 배려하려 애씁니다. 좀더 쉽고 편안하게 재즈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윤희정의 설명이다.

편안하고 따뜻한  ‘재즈 사랑방’

‘Fly me to the moon’을 부르는 김미화

‘윤희정과 친구들’에는 항상 독특한 게스트들이 있다. 두 명의 아마추어 재즈 가수들은 윤희정에게 두 달 동안 재즈를 배운 후 ‘친구들’이 되어 이 무대에 오른다. “정확하게 말하면 아마추어가 아니죠. 사회에서 어느 정도 지명도가 있는 인사들, 그리고 재즈 마니아들이에요. 제가 직접 연락을 해서 ‘재즈를 가르쳐주겠다’고 제의하기도 하고, 반대로 재즈를 배우고 싶다며 제게 부탁해오는 경우도 있죠.”

이날의 게스트는 파이프 오르간 제작자인 홍성훈씨와 개그우먼 김미화씨. 게스트들은 처음 서는 무대에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아마추어치고는 수준급의 실력을 선보였다. 홍성훈씨는 “윤희정 선생님께 재즈를 배우기 전까지는 집에 재즈 음반이 하나도 없었는데 요즘은 재즈만 듣는다”고 말했다. ‘I love you for sentimental reason’을 부르며 무대에 오른 김미화씨는 만만치 않은 노래 실력과 재치 있는 입담으로 우레 같은 박수를 받았다.

지금까지 윤희정의 ‘친구’로 이 무대에 선 사람만도 90명이 넘는다. “첫번째 게스트는 뮤지컬 배우 남경주씨였어요. 그 후로는 홍사덕 국회의원, 김민석 전 국회의원, 최정환 변호사, 탤런트 김미숙씨, 건축가 양진석씨, 농구감독 방열씨, 조배숙 변호사 등이 우리 무대를 거쳐 갔죠.” 90여명의 ‘친구들’은 공연 후 자연스레 ‘윤사회(윤희정을 사랑하는 모임)’의 회원이 되어 재즈로 맺어진 인연을 잇고 있다.

편안하고 따뜻한  ‘재즈 사랑방’

재즈풍으로 편곡한 ‘고엽’을 부르는 오르간 마이스터 홍성훈.

아무리 노래를 잘한다 해도, 또 예술가적 감각이 있다 해도 아마추어를 훈련시켜 무대에 세우는 일이 쉬울까? 윤희정은 ‘클래식이라면 어려웠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클래식 소프라노들은 모두 비슷비슷한 음성을 갖고 있잖아요. 하지만 재즈 가수들은 다 다릅니다. 빌리 할리데이와 사라 본, 엘라 피츠제럴드는 제각기 다른 개성과 음색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랑받는 거죠. 어떤 사람이든지 그가 가진 유니크함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음악이 재즈입니다. 저는 게스트에게 ‘재즈 마인드’를 중점적으로 주입하죠.”

윤희정은 90여명의 친구들 중 특히 기억에 남는 사람으로 탤런트 김미숙과 박상원, 그리고 국회의원 홍사덕을 꼽는다. 재즈를 대하는 태도가 굉장히 진지한 사람들이었다고. 벤처기업가인 로커스홀딩스의 김형순 사장은 재즈 뮤지션으로 나서도 될 만한 재능을 갖춘 경우였다. ‘윤희정과 친구들’ 콘서트 음반을 한정판으로 제작할 때 유일하게 포함된 게스트가 김형순 사장이다. 건축가 양진석씨는 함께 무대에 선 인연으로 윤희정의 연구실 인테리어를 맡아주기도 했다.

두 시간이 넘는 공연 동안 쉬지 않고 노래하고 이야기하며 분위기를 이끌던 윤희정은 공연 다음 날 만났을 때도 여전히 에너지가 넘쳤다(그는 무대에서 스스로를 가리켜 ‘에너지가 많은 사람’이라고 했다). 쉴새없이 제스처를 써가며 큰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그의 이야기 주제는 한결같이 ‘재즈에 대한 사랑’이다. 앞으로 사물놀이 같은 우리 가락과 재즈를 접목시켜볼 것이라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즉석에서 우리 민요를 불러 보이기도 했다.

그는 “재즈는 정년퇴직이 없다. 빌리 할리데이도 70이 넘어서까지 노래를 불렀다. 그런 음악을 만난 것은 내 행운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자신의 무한한 에너지를 아낌없이 재즈에 쏟아부을 것이다. 그 에너지를 ‘독점’할 수 있는 재즈도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간동아 363호 (p108~109)

전원경 기자 winni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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