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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복권시장 집어삼킬까

구매자가 숫자 선택·거액 당첨금 ‘매력’ … ‘사행심 조장’ 논란 속 기존 복권 구조조정 위기

  • 구미화 기자 mhkoo@donga.com

‘로또’ 복권시장 집어삼킬까

‘로또’ 복권시장 집어삼킬까

11월28일 로또 출범식에서 로또 광고 모델인 미스 로또들이 OMR 카드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당첨자가 없으면 당첨금이 이월돼 무한대로 쌓일 수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시작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온라인 복권 ‘로또’가 12월2일 드디어 발매에 들어갔다.

국민은행이 운영사업자로 나서고 삼성SDS, KLS, SK, KT, 안철수연구소 등 각 분야의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참여한 KLS 컨소시엄이 시스템 사업 부분을 맡았다.

로또는 이미 번호가 정해진 추첨식 종이복권과 달리 전용단말기가 설치된 판매점에서 구매자가 직접 OMR 카드(로또 슬립)에 6개의 숫자를 기입한다. 45개의 숫자 중 6개를 골라 표기한 슬립을 판매자가 회수해 단말기에 넣으면 구매자가 선택한 번호는 전용망을 따라 실시간으로 중앙컴퓨터로 전송된다. 구매자는 슬립 대신에 자신이 선택한 번호가 적힌 로또 티켓을 받아 추첨일까지 보관하면 된다.

국민은행은 이러한 생소한 방식 때문에 크게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극복하기 위해 대대적인 광고 공세를 폈다. 일간지 두 개 면에 ‘`45개의 숫자가 온다’는 문구만을 내보내는 방식의 티저광고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뒤, 로또를 즐기는 방법을 설명하는 만화광고로 로또 알리기에 돌입했다. 뿐만 아니라 11월15일부터 12월7일(첫 추첨일)까지 서울 경기 등 전국 1600여개 장소에서 로또 게임 방식을 경험해보는 시연회를 진행하고 있다.

세계 60여개국서 발매 … 점유율 43%



‘로또’ 복권시장 집어삼킬까

김정태 국민은행장 (가운데)과 KLS 컨소시엄에 참여한 기업 임원들.

시스템 사업자가 선정된 올 6월부터 지금까지 들어간 초기 투자비용은 750억원 정도. 여기에는 대대적인 광고 비용과 함께 전국 5000여곳에 설치된 단말기 비용이 포함된다. 국민은행 복권사업팀 이인영 부장은 초기 투자규모에 대해 “스포츠토토가 출범을 앞두고 1000억원 가까이 들인 것과 비교하면 적은 금액”이라며 “앞으로 이보다 더 많은 금액이 추가로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초기 투자비용은 KLS 컨소시엄에 참여한 사업자들이 부담하는데 이들은 로또가 발매되면 판매액 중 상금으로 쓰일 50%와 정부 기금 및 판매 수수료 등 38%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나눠 갖는다.

스스로 번호를 선택한다는 능동성과 어마어마한 상금이 갖는 매력 때문에 발매 전부터 복권시장을 휩쓸 것으로 기대된 로또가 그 신호탄을 쏘아올리자 기존 복권사업자들은 곧 있을 지각변동에 대해 우려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로또가 등장한 뒤 다른 복권들이 설 자리를 잃은 사례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캐나다 호주 유럽 대만 등 세계 60여개국에서 발매되고 있는 로또는 세계 복권시장의 43%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깝게는 올 1월부터 로또를 발매하기 시작한 대만의 경우 벌써 80% 가까운 점유율을 나타내며 복권시장을 독식하고 있다. 그나마 즉석식 복권은 20%대의 점유율로 체면은 차렸으나 추첨식 복권은 1%에도 미치지 못해 명맥이 끊길 위기에 놓였다.

그러나 한국과학문화재단이 발행하는 기술복권의 판매전문 자회사인 ㈜과학기술복권 이세용 사장은 일단 로또가 기존 복권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추첨식 복권이나 인터넷 복권 등의 점유율이 떨어지겠지만 전체 복권시장이 커질 것으로 기대돼 예상 매출액은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는 것. 그는 “현재 8000억원 정도에 불과한 복권시장이 로또 출시로 1년 후면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기존 복권 구매자들에게는 직접 번호를 선택해 표기해야 하는 로또의 참여 방식이 다소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이 기존의 추첨식 복권이나 즉석복권의 보호막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했다.

‘로또’ 복권시장 집어삼킬까

OMR 카드를 단말기에 넣으면 로또 티켓이 나온다.

하지만 로또에 참여하는 사업자나 정부는 로또 도입으로 ‘복권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씻어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현재 국내에서 발행되고 있는 복권은 인터넷 전용 복권을 포함해 50여종에 달하고 있어 판매량을 높이기 위해 경쟁적으로 당첨금을 올려 사행심을 조장하고, 판매인 수수료를 무리하게 인상해 유통구조를 왜곡시킨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11월28일 로또 출범식에 참석한 김정태 국민은행장은 “그동안 복권 판매로 거둬들인 기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 수 없는 수많은 복권들이 생겨나 경쟁이 과열되면서 사행심을 조장한 측면이 있다”며 “로또 발매로 어지러운 복권시장을 정비하고 효율성을 높여 정책기금 조성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행장은 “로또가 발매되면 국민은행이 발행하는 주택복권도 그동안의 점유율을 포기하고, 결국 손을 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당분간 추첨식 복권 등 기존의 복권들이 로또와 공존하겠지만 결국은 사라지고 복권시장이 로또 하나로 통일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김행장의 생각은 정부의 방침과 맥락을 같이한다. 당초 추첨식 종이복권을 발행해오던 10개 기관 중 행정자치부 과학기술부 노동부 건설교통부 산림청 중소기업청 제주도 등 7개 기관만이 연합했었으나 11월26일 국무조정실에서 열린 복권발행조정위원회를 통해 문화관광부 보건복지부 국가보훈처 등 나머지 3개 기관까지 로또복권 발행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로또의 앞길에 적어도 정부기관이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또 49개에 달하는 각종 복권 중 수익성이 낮은 복권을 없애기로 하는 등 복권시장 정비 방안을 확정했다. 이와 함께 복권의 무분별한 발행을 막기 위해 복권 관련 규정을 일원화한 ‘통합복권법’(가칭) 제정을 내년 상반기 중 추진키로 했다.

한편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서천범 소장은 무질서한 복권시장 재편과 함께 “주5일 근무제 확산으로 경마 카지노 도박 등 사행산업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로또의 등장은 사행산업으로 몰리는 물결을 일부 방향 전환시키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주간동아 363호 (p56~58)

구미화 기자 m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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