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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이-노 쟁점공약 비교

남북문제·재벌대책 ‘극과 극’

사형제·고교평준화 문제도 입장 차 뚜렷 … 북한 핵 포기·한미일 공조 강화 등엔 한뜻

남북문제·재벌대책 ‘극과 극’

남북문제·재벌대책 ‘극과 극’

12월2일 서청원 대표 주재로 열린 한나라당 선거전략회의(왼쪽)와 12월1일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

31년 만에 양강대결 구도로 진행되고 있는 이번 대선은 과거 대선과 사뭇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1987년부터 치러진 과거 세 번의 대선의 경우 각 정당이 중도 성향의 유권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엇비슷한 공약을 내놓는 바람에 후보간 정책에 있어서는 큰 차별성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정책이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대선 결과에 따라 국가 운영의 방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를 두고 이후보측은 이번 대선이 ‘보혁(保革) 구도’라고 주장하고 있고 노후보측은 ‘개혁과 수구의 대결’이라고 맞받아치고 있다. 과연 어느쪽 주장이 맞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주간동아’는 이들 두 후보가 내놓은 정치·경제·사회·안보 분야 정책공약 중 핵심 쟁점을 분석해보았다. 어느쪽 주장이 옳은지 선택은 국민의 몫이다.

#인권·노동 분야 정책

‘공무원노조’ 명칭 문제 차이, 단체행동권 반대엔 공감

우리 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의제인 국가보안법은 안보와 인권 문제가 얽혀 있어 후보들의 인생관과 이념 성향을 엿볼 수 있는 이슈다.



한나라당 이후보는 총재 시절인 2001년 2월 국회 대표연설에서 “북한의 진정한 변화가 아직 확인되고 있지 않은 시점에서 국가분열과 갈등을 감내하면서까지 당장 국가보안법을 개정해야 할 만큼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다”며 국가보안법 개정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면 민주당 노후보는 인권보호를 중시한다는 입장에서 보안법을 형법으로 흡수하거나 대체입법을 한다는 방침을 밝혀놓은 상태다.

국가보안법과 함께 사형제에 대한 의견 역시 두 후보의 인생철학을 잘 보여준다. 사형제 폐지가 세계적인 추세인 상황에서 이후보는 ‘원칙적 존속’을 주장하는 반면, 노후보는 ‘국민적 공감대 확산이 우선’이라면서 사형제 폐지에 대해 보다 유연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공무원노동조합의 경우 그 명칭 사용에서부터 두 후보의 입장 차가 분명히 드러난다. 이후보는 공무원노조가 세계적 추세이기는 하지만 노조라는 명칭은 적절하지 않으며, 공무원의 업무 규정과 보수체계는 법률이 정한 바에 따르므로 노사간 합의와 교섭 결과로 정하는 것은 법 체계에도 부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후보는 공무원노조의 명칭 사용을 인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이후보는 공무원의 단결권은 노동법이 아닌 특별법 형태로 인정하되, 단체행동권은 허용하지 않는 쪽으로 한계를 그었다. 노후보는 공무원의 단체교섭권을 부분적으로 인정하는 보다 전향적 자세를 취하면서도 단체행동권은 반대한다는 주장을 폈다.

호주제 폐지에 대해서도 차이가 드러난다. 이후보는 호주제에 대해 “국민적 동의를 바탕으로 한 합리적이고 안정적인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모호한 자세를 취하면서, 대신 “호주제 폐지의 전단계로 친양자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반면 노후보는 호주제는 폐지돼야 하며, 더 나아가 양성(兩性)이 평등한 가족정책을 시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안영배 기자 ojong@donga.com

‘햇볕정책’ 재검토 對 계승으로 견해 엇갈려

두 후보간 입장 차이가 가장 뚜렷한 분야 가운데 하나가 바로 남북문제다. 전체적으로 이후보는 군사문제에 중점을 두고 있어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반면 노후보는 교류협력에 무게를 두고 있어 ‘진보적’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이런 입장 차이 때문에 그동안 두 후보는 각종 사회단체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여러 차례 ‘격돌’했었다.

먼저 두 후보는 앞으로의 대북정책 방향과 관련, 현 정부의 햇볕정책 재검토와 계승으로 입장이 갈린다. 이후보는 “햇볕정책은 군사적 신뢰구축 없이 교류협력만으로 평화구축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보는 점에서 한계를 드러냈다”며 군사문제 해결과 교류협력의 전략적 병행 추진을 주장하고 있다. 사실상 햇볕정책의 폐기인 셈이다.

구체적으로는 대량살상무기(WMD) 해결을 통한 군사적 긴장 해소와 우발적 군사충돌을 방지할 수 있는 군사 당국자간 직통전화 개설, 부대이동과 군사훈련 통보 등 군비통제 조치가 선행돼야 하며 이를 전제로 동북아개발은행 설립 등을 통한 획기적인 대북지원에 나설 것을 제안하고 있다.

노후보는 햇볕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어 그 기조를 유지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다만 “국민적 합의를 전제로 해야 한다”는 보완책을 제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경제·사회적 교류와 협력을 통해서 남북간 긴장을 해소해 나가고, 점차 군사적 신뢰 단계로 나갈 것을 주장하고 있다.

두 후보는 북 핵문제 해법의 구체적 방법론에서도 뚜렷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다만 북한의 핵개발 포기와 평화적 해결, 한미일 공조 강화, 북 핵문제의 정략적 이용 반대 등 ‘총론’에는 입장이 같다.

이후보는 북 핵 해법과 관련, 대북 현금지원 즉각 중단과 같은 경제제재 수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노후보는 “자칫하면 남북간의 대화 통로가 막혀 핵문제 해결 과정에서 우리가 배제되고, 전쟁 위기로 빠져들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인도적 차원의 대북 지원은 계속돼야 한다는 쪽이다.

두 후보의 이런 주장은 제네바합의 파기 책임에 대한 엇갈린 인식의 자연스런 결과로 보인다. 이후보는 제네바합의 파기는 전적으로 북한 책임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반면 노후보는 제네바합의 파기 책임의 일부가 미국에도 있다는 인식이다.

전문가들은 이후보의 입장은 미국 공화당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책’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북한에 대해 지나치게 경직된 상호주의를 적용할 우려를 낳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이후보는 10월24일 평화포럼 주최로 열린 한 토론회에서 “수구세력, 반통일 세력이란 말을 듣더라도 어쩔 수 없다. 군사위협 감축과 교류협력을 동시 추구하는 ‘평화정책’을 관철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노후보는 북한 핵문제에 대해 다소 안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또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답습할 뿐 자신의 정책이 없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노후보는 역시 같은 토론회에서 “햇볕정책의 철학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김대중 정책이나 노무현 정책이 굳이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남북문제·재벌대책 ‘극과 극’

2월16일 경기도 고교평준화 지역 학부모와 학생들이 경기도 교육청 강당에 모여 고교 재배정 결과에 항의하는 농성을 벌였다.

‘만 5세아 무상교육’ 외양은 같지만 실행 방안은 큰 차

11월22일 서울 대학로 흥사단 강단에서는 ‘주요 정당 대선후보 진영 초청 교육토론회’가 열렸다. 흥사단 교육운동본부가 주최한 이날 행사에서는 후보들의 교육정책을 만든 한나라당 김주철 전문위원, 민주당 엄기형 정책보좌역 등 각 당 실무자들의 토론회가 진행됐다. 강태중 중앙대 교수 등이 패널로 참석해 3시간이 넘게 진행된 이 토론회의 핫 이슈는 단연 고교평준화 정책과 사립학교법 개정 문제였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 문제에 대해 뚜렷한 시각차를 보이며 설전을 벌였다. 각 당이 내세운 공약 자체로만 보면 이후보는 “고교평준화 정책을 점진적으로 개선하겠다”고 했고, 노후보는 “현행 고교평준화 정책의 기조를 유지하되 교육 여건의 평준화는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어서 큰 차이가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한나라당이 밝힌 점진적 개선안은 “건전하고 투명하게 학교를 운영해온 사립학교에 대해 학생 선발과 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자율권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하는 자립형 사립고의 확대가 중심축이다. 반면 민주당은 고교평준화가 고교입시 과열 양상과 고교 서열화 극복을 위해 도입된 제도로 이미 29년 동안 시행돼오면서 안정적으로 정착된 제도라고 못박고, 대신 특성화고교·특수목적고교 등 학교 형태와 교육 프로그램의 특성화, 다양화를 통해 선택권을 확대하여 보완한다는 정책을 내놓았다.

사립학교법에 대해서도 한나라당은 사립학교의 자율성과 책무성 강화를 내걸고, 구체적으로는 교육과정 편성과 운영, 학생 선발, 학교경영 등에 대한 자율권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한마디로 사립학교법의 현상 유지를 주장하는 한나라당과 ‘사립학교법’ 개정과 ‘사학진흥법’ 제정을 명시한 민주당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 김대중 정부 4년 내내 사립학교법 개정을 둘러싸고 진행된 보혁 논란이 이번 대선에서도 재현되고 있는 셈이다.

이 밖에 ‘교사 정년의 단계적 환원’을 내건 한나라당과 ‘초·중등 교원의 신분과 처우를 대학교수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민주당 양측은 서로 인기에 영합하는 정책이라며 논박했다. 또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만 5세아에 대한 무상교육’을 내걸지만 구체적 실행방안으로 한나라당이 ‘부모가 교육기관을 선택하게 하는 교육비지원 쿠폰제 도입’을 주장하자 “국민 세금으로 사교육비를 지원하자는 것이냐”는 비난이 쏟아졌고, 민주당은 ‘유아교육법’ 제정이 우선이라는 원칙론을 고수해서 교육이냐, 보육이냐를 둘러싼 해묵은 논쟁이 계속될 전망이다.

이러한 양 후보의 입장 차는 교육 공약을 개발한 브레인들의 ‘색깔’ 차에서 비롯된다. 한나라당의 중등교육 공약 작업에 참여한 김진성 명지대 객원교수는 교육부 장학관과 교장을 두루 거친 교육행정가 출신. 정책 전반은 정진곤 한양대 교수와 윤정일 서울대 교수, 김주철 교육정책전문위원이 만들었다. 김진성 교수는 “사교육비 문제가 평준화 때문인데 국민은 그 반대로 알고 있다”며 “특히 평준화로 인한 상위 그룹의 학력 저하는 심각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런 소신을 바탕으로 “이후보의 공약이야말로 표를 의식하지 않고 교육의 본질을 고민하고 그에 따른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성공회대 총장 출신인 이재정 의원을 주축으로 정책보좌역 엄기형 박사 등 교육계 개혁적 성향의 인사들이 공약 작업을 했다. 엄박사는 오랜 교육시민운동 경험을 바탕으로 학계와 시민사회의 공조체제를 구축하는 데 앞장선 인물. 그는 “수요자 중심 교육이라는 말이 교육 주체인 교사, 학생, 학부모를 분열시키고 특히 교사들의 피해의식만 키워놓았다”며 “노후보의 공약은 단위학교 중심의 교육공동체 살리기 운동이 중심이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교육공약은 분권화, 민주화, 불평등 해소, 복지의 확대, 자율운영체제 확립 등의 개념으로 요약할 수 있다.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남북문제·재벌대책 ‘극과 극’

1월28일 대한의사협회 소속 의사 2만여명이 대규모 집회를 열고 의약분업 철폐를 요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하고 있다.

의약분업 “대폭 손질” 對 “더욱 강화”로 첨예한 대립

11월25일 오후 6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회장 신상진) 창립 94주년 기념총회가 열린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사파이어룸. 대선후보 중 유일하게 이회창 후보만이 초청됐다. 다른 후보들에겐 초청장조차 보내지 않은 것.

이는 올 초부터 정치조직화를 선언하고 대규모 시위를 통해 의약분업 철폐 운동을 꾸준히 벌여온 의협의 행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날 강연회에서 이후보는 의약분업에 대해 “옛날로 되돌릴 순 없지만 현행 의약분업이 잘못돼 있고 대폭 손질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고 주장했다. 이후보는 특히 “준비 안 된 의약분업 때문에 건강보험 재정이 파탄에 이르렀다”는 의협의 주장에 대해 “건강보험 재정의 확충은 의사들에게 돌아가는 의료수가를 내리는 대신 국고지원을 늘리는 방향으로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의협의 주수호 대변인은 “의약분업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해 확답은 하지 않았지만 회원들은 이후보의 심정을 충분히 공감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의약분업과 관련, 무조건적 철폐를 주장하는 의사들이 ‘대폭 손질’하겠다는 이후보의 주장에 공감을 표시한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의약분업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대폭 손질을 한다는 것은 선택분업이나 단계적 분업 등 여러 방법이 있을 수 있다.”(주수호 이사) 선택분업은 의사의 처방전을 받은 후 병원과 약국 중 어느 곳에서 약을 받을지를 환자가 직접 결정하게 하는 것으로 번거로운 것을 싫어하는 환자의 속성상 실질적으로 의약분업 체제의 붕괴를 의미한다. 확답은 피했지만 이후보의 이야기에 의사들이 고개를 끄떡인 이유가 짐작되는 대목이다.

반면 민주당 노무현 후보측은 미시적 수정, 보완은 있을 수 있으나 의약분업은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쪽이다. 민주당 제3정조위원장으로 노후보측 보건의료정책의 입안자인 김성순 의원은 “건강보험 재정의 파탄은 의사들의 진료수가를 다섯 차례나 올려주고, 의사들의 허위·부당청구 등 보험재정 누수에서 비롯됐다”며 “현 상태에서 선택분업을 실시하면 엄청난 사회적 비용과 고통이 따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후보측은 의약분업 강화와 보험재정 건실화를 위해서는 의사들의 양보와 재정 누수의 방지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후보측이 의약분업과 관련된 의협의 계속된 질의에 한 번도 답변을 하지 않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의약분업에 대한 입장에서 알 수 있듯 보건 의료 정책에서 이-노 진영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의료의 공공화 문제다. 이후보는 건강보험의 혜택이 미치지 않는 분야에 대해서는 민간보험으로 해결하자는 입장인 반면, 노후보는 의료보장과 공공의료 기관 및 인력의 확충을 통해 국가가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후보가 개인의 경쟁과 능력을 강조한 미국식이라면 노후보는 국가와 사회의 역할을 강조하는 유럽식인 셈이다.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남북문제·재벌대책 ‘극과 극’

지난해 3월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장하성 고려대 교수(왼쪽)를 비롯한 소액주주들이 이사회에 항의성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李 “집단소송제 시기상조” 盧 “증권 관련부터 조속 시행”

한나라당 이후보와 민주당 노후보의 재벌정책은 양극단으로 갈라진다.

5월10일 이후보는 대통령후보 수락연설에서 “규제 혁파 5개년 계획을 수립해 초지일관 불합리한 정부 규제를 없애는 데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시장경제 신봉자’를 자처해온 이후보는 상대적으로 친기업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노후보는 “재벌개혁 없이는 장기적 경제발전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재벌 규제의 불가피성과 경제적 형평성에 초점을 맞춰왔다.

두 후보의 공약집을 열어보면 `‘출자총액제한제도’와 `법인세’, 그리고 시민단체가 주장해온 `‘집단소송제’에서 입장이 크게 엇갈린다. 이후보가 출자총액제한제도의 단계적 폐지와 법인세의 단계적 축소 등을 약속한 반면 노후보는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현 정부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상호출자, 상호지급보증 금지제도는 현재 자산총액 2조원 이상 기업에만 적용하고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대상을 일반화하는 것이 옳다는 입장이다.

한 기업이 회사 자금으로 다른 회사의 주식을 매입해 보유할 수 있는 총액을 제한하는 출자총액제한제도는 IMF 금융위기 때 폐지됐다가 2001년 부활해 김대중 정부의 재벌개혁정책의 근간이 돼왔다. 정부는 재벌그룹들이 회사 자금으로 또 다른 회사를 설립하거나 타사를 인수함으로써 기존 업체의 재무구조를 악화시키고, 문어발식으로 기업을 확장하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로 출자총액을 제한했다. 그러나 재벌들은 출자총액제한제도가 재벌의 투자를 막고 있다며 규제를 완화할 것을 요구해왔고, 재정경제부가 이에 응하면서 올 4월부터는 출자총액제한제도가 다소 완화된 상황이다. 총액한도는 순자산의 25% 수준으로 그대로 유지되고 있지만 대상 범위는 30대 그룹에서 공기업을 포함한 19개 기업으로 줄었다.

이후보는 이를 시장에 맡길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는 입장인 것. 반면 노후보는 출자총액제한제도의 현 수준 유지와 함께 금융정책에서도 재벌을 견제하는 정책을 주장해왔다. 노후보는 단기적으로는 금융회사를 이용한 계열기업간 불공정 지원을 억제하고, 장기적으로는 금융전업그룹을 육성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재벌계열 금융사가 불법 지원을 계속할 경우 감독기관이 법원에 해당 금융기관의 계열 분리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계열분리청구제도’의 도입도 약속했다(10월8일 월간 `‘경실련’ 주최 정책토론회).

법인세는 기업의 세 부담을 줄여 투자를 지원하느냐와 재벌기업으로부터 세수를 확보하느냐로 선택이 갈릴 수 있다. 이에 대해 이후보는 “꾸준히 낮춰가야 한다”는 입장으로 대기업 오너들의 모임인 전경련의 주장에 가깝고, “법인세 인하는 일부 특권층을 위한 정책”이라며 현행 유지를 주장한 노후보는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와 뜻을 같이하고 있다.

다수를 대표해 몇몇 소액주주들이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낼 수 있는 집단소송제에 대해 이후보는 4월 “시기상조로 자칫 기업의 발목만 잡을 수 있다”고 말하는 등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노후보는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증권 관련 집단소송제를 우선적으로 조속히 시행하고 증권 분야 집단소송이 자리잡히면 점진적으로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집단소송에서 이기면 소송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소액주주들도 모두 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장부 조작 등 기업의 회계 부정이 있을 경우 피해를 입은 개개인이 소송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어진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에서는 대주주에게 권한이 집중되고, 경영과 회계 투명성이 떨어지는 우리 현실에서 집단소송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반면 전경련 등 재계에서는 현실성이 떨어지고 소송만능주의를 자극해 득보다 실이 많다고 주장해왔다. 이후보의 입장도 재계의 우려와 맥을 같이한다. 이 때문에 이후보는 재벌정책에서 `‘재벌 편향’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러한 지적을 의식해서인지 이후보는 10월8일 경실련이 주최한 경제토론회에서 출자총액제한제도와 집단소송제에 대해 과거 입장에서 한걸음 물러선 듯한 인상을 남겼다.

두 후보의 경제정책을 놓고 전문가들은 이후보가 신자유주의에 가까운 시장경제론을 주창하고 있는 반면, 노후보는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시장의 기능을 복지문제와 직결시키는 신케인지언에 가깝다고 평한다. 그러나 선거가 임박해질수록 이후보는 재벌 ‘우호적인’ 입장에서 ‘상대적 긍정’으로 약간의 입장 변화를 보이고 있고, 정몽준 의원과 단일화에 성공한 이상 노후보의 재벌 정책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 구미화 기자 mhkoo@donga.com



주간동아 363호 (p3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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