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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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왜곡 007 맛 좀 봐라”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02-12-04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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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실 왜곡 007 맛 좀 봐라”
    미군 궤도차량 여중생 사망 사건과 가해미군 무죄평결 등으로 촉발된 반미감정이 영화가로도 불똥이 튀고 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 12월31일 개봉 예정인 007시리즈 20번째 영화 ‘다이 어나더데이’ 안 보기 운동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 미국에서 이 영화를 본 한국인들이 인터넷 메신저 등을 통해 영화 내용을 전하면서 여중생 사망 사건으로 격앙된 네티즌들의 감정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20세기폭스사가 제작해 11월22일 미국에서 개봉된 ‘다이 어나더데이’는 북한 강경파와 007의 대결을 소재로 하고 있다. 이 영화를 본 미국 캐나다 등지의 유학생들은 인터넷 메신저 등을 통해 “영화 전반에 걸쳐 한국을 낙후된 국가로 그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군과 미군의 관계도 주종관계로 묘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유학생 조철주씨(28)는 “영화를 보고 매우 불쾌했다”면서 “최근의 남북관계를 왜곡하고 있는 데다 한국이 식민지라는 인상까지 주고 있다”고 밝혔다. 냉전시절의 산물인 007시리즈에서 007은 ‘주적’이던 구소련의 해체 이후 마피아조직 미디어재벌 등을 응징하며 주적을 찾아 허둥댔다. 그런 가운데 9·11 테러 이후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자 007이 주적으로 선택한 게 바로 북한이다. 세계인들에게 이 영화가 ‘북한은 공격해도 좋은 대상’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다이 어나더데이’에서 007역은 피어스 브로스넌이 맡았고, 월드컵 조 추첨에서 사회를 맡기도 한 한국계 영화배우 릭 윤(Rick Yune)이 국제테러를 도모하는 북한군 장교 역할을 맡았다. 릭 윤이 맡은 북한군 장교역은 영화배우 차인표가 “영화가 남북한 관계를 왜곡해 표현하고 있다”는 이유로 거절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와 관련 릭 윤에 대한 논란 또한 일고 있다. 할리우드의 한국계 배우들이 모국의 이미지에 흠집을 내는 영화에 대해 출연거부 의사를 밝혀왔고, 김영철 차인표씨 등도 이 같은 이유로 출연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KBS는 이 영화에 북한군 장교로 나온 재미동포 배우 릭 윤의 12월3일 2TV ‘행복채널’ 출연 계획을 취소했다. 이에 앞서 윤씨와 함께 출연하기로 했던 가수 이정현도 윤씨와의 공동출연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다이 어나더데이’는 11월 말 개봉한 미국 영국 프랑스 등에서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이 영화의 국내 홍보를 맡은 올댓시네마 관계자는 “다이 어나더데이는 상업성이 강한 오락영화일 뿐”이라며 “최근의 반미 움직임으로 영화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지만, 흥행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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