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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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도 산삼 키운다

화분에 심은 관상용 판매 불티 … 농업기술센터 등 수년 연구 끝 생육조건 맞춰

  • ftdog@donga.com

    입력2004-10-25 15: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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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서도 산삼 키운다
    아파트 베란다 화분에서 산삼이 자라고 있다면? 일반인들이 들으면 귀가 번쩍 뜨일 이야기지만 요즘 관상용 화초 재배에 관심이 많은 가정에서는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심산유곡에서만, 그것도 천기를 받은 사람에게만 발견된다는 신초(神草) 산삼이 관상용 화분으로 변해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것.

    몇 년 전부터 아는 사람끼리만 거래되던 산삼 화분이 이제는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매매되고 있다. 따라서 산삼 화분 재배가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닐 수도 있지만 일반인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일임에는 분명하다. 산삼 화분은 도대체 무엇이고, 산삼을 어떻게 재배한다는 것일까.

    사실 산삼은 하늘만이 묻힌 곳을 안다는 천종산삼이 으뜸이지만 천종의 씨를 산중에 심어 수십년 지난 후 캐내는 장뇌산삼도 있다. 장뇌삼은 인간이 씨만 뿌릴 뿐 자연이 키워낸다는 점에서 천연산삼이기는 마찬가지. 학계에서 나온 성분 분석 결과도 둘 사이에 전혀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잘 자란 100년산 장뇌삼이 약종상에서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집에서도 산삼 키운다
    산삼 화분은 이런 천종산삼의 씨를 깊은 산중에 뿌려 4~6년 키운 후 화분에 옮겨 심은 것이다. 산삼 화분 개발업자들은 사람에 따라 수십년을 키워낼 수도 있다고 자신한다. 그러나 산삼은 일조량과 습도, 온도 등 작은 환경 변화에도 죽고 만다는 것이 정설. 혹 산삼 화분 판매가 사기는 아닐까.

    현재 대형 꽃배달 전문점이나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대부분의 산삼 화분은 산림조합이나 농업기술센터가 원천 재배기술을 가진 터라 이런 의심은 접어도 좋을 듯하다. 사실 장뇌삼의 화분 재배는 양양 삼척 남양주 안동 등 국내에서 산삼이 많이 나는 지방의 농업기술센터 기술원들이 8년 전부터 매달려온 야심찬 프로젝트다.



    물론 실패도 많았다. 일반 화분을 사용한 농업기술센터는 상품을 출시하기전에 1~2년도 채 안 된 산삼이 모두 죽는 낭패를 보기도 했다. 국내 최대 장뇌삼 산지인 삼척시 노곡면 여산리 작목반이 그런 경우. 삼척 농업기술센터 이상균 계장은 “결국 화분이 문제였다. 통풍성이 좋다는 도자기 화분을 써봤지만 습도와 온도 조절에 실패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극복한 참나무 화분이 개발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참나무 화분이 습도와 온도 조절을 해주어 일반 가정에서는 1년에 한 번 부엽토를 바꿔주고, 아침에 햇볕 쬐기와 오후에 햇볕 피하기, 적당량의 물주기 등 심산유곡의 자연 조건을 맞춰주면 어렵지 않게 기를 수 있다. 참나무 화분 밑에 이끼가 끼면서 자연 상태에 가까운 산삼 재배가 가능해진 것.

    이 기술을 처음 상품화한 안동산림조합 조합원 이재호씨는 지난해만 4000여본의 산삼 분재(화분)를 판매했고, 이 때문에 정부가 인정한 ‘신지식인’에 오르기도 했다. 산삼 다섯 본을 2년째 키우고 있는 김상재씨(48·서울시 강서구 화곡동)는 “3, 4월에 꽃대가 올라오고 7, 8월에 꽃이 피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남들은 종신보험에 들지만 나는 이 산삼을 죽을 때까지 키워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다. 잘만 키우면 수천만원을 벌 수도 있고 자식에겐 더없는 유산이 될 것”이라고 자랑한다.

    한편 같은 방식으로 산삼 화분 재배에 성공한 경기도 남양주시 노인회 작목반(반장 박동준)은 최근 인터넷 쇼핑몰에서 1000본의 산삼 화분을 4년근 9만원, 5년근 11만원, 6년근 15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벌써 주문이 폭주해 물품 조달이 어려울 정도. 작목반장 박동준씨는 “산삼은 주인이 자연만큼 애정이 없다고 생각하면 죽어버리기 때문에 세심한 관심과 함께 욕심을 버리고 자연의 환경을 만들어주려 노력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비록 아파트 베란다이기는 하지만 매년 한 번씩 피는 산삼 꽃을 보며 ‘신선’의 풍모를 느껴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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