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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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5세대를 잡아라

  • < 신을진 기자 > happyend@donga.com

    입력2004-11-16 15: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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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35세대를 잡아라
    2535세대를 잡아라’. 요즘 방송·광고 제작진에 떨어진 특명이다. ‘2535세대’란 20대 중반에서 30대 중반에 이르는 연령대를 지칭하는 것. ‘297세대’(20대 나이, 90년대 학번, 70년대 출생)와 ‘386세대’(30대 나이, 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 양쪽의 정서와 특성을 모두 갖고 있는 중간세대를 뜻한다.

    능동적·진취적 강한 여성상 인기

    방송과 광고에서 특히 주목하는 것은 2535세대의 ‘여성’들. 요즘 TV 드라마를 보면 10~20대를 겨냥한 감각적인 트렌디 드라마가 급격히 퇴조하고 2535세대의 삶을 다룬 내용이 부쩍 많아졌음을 감지할 수 있다.

    지난 21일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그 여자네 집’은 최근 사극천하 속에서도 줄곧 시청률 상위를 유지하며 선방한 인기프로(9,10월 평균시청률 32.6% TNS미디어코리아 조사). 세대별 시청률로 볼 때 20~30대 여성들이 차지한 비율은 40% 이상이다. 드라마를 본 여성 시청자 중에는 ‘영욱’(김남주)을 보면서 “꼭 나 자신을 보는 것 같다”는 소감을 밝히는 사람이 많다.

    “영욱은 이 시대의 전형적인 딸이자 며느리의 모습이다. 일과 가정 어느 것 하나 포기하기에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고, 친정 어머니의 삶을 절대 닮고 싶지 않지만 결국 또 닮아간다. 이런 면에서 드라마가 동세대 여성들의 공감대를 자극했다고 본다.”(박상희·31·교사)



    바람 피운 남편에 반기를 들고 독립을 선언한 ‘아줌마’ 오삼숙이 전통적 사고와 환경 속에서 자란 구세대 여성상을 대표한다면 ‘영욱’은 천성적으로 영악하고, 나름대로 합리적인 지금의 신세대 여성을 대표한다. 영욱은 사회적 성공을 위해 아내와 며느리로서의 전통적인 역할을 포기하고,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회사를 차려 남자 부하직원들에게 무서운 상사로 군림한다.

    영욱이 이전 드라마들의 캐릭터와 다른 점은, 결혼 이후 더욱 일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 그녀는 미혼 시절의 자유분방한 사고를 결혼 후에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렇듯 2535세대 여성들이 이전 세대와 다른 점은 어려서부터 독립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강한 여성상을 선망해 왔고, 자신의 삶에 대해 능동적이고 진취적인 자세를 견지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김희선이나 최지우류의 트렌디 스타일 주인공들은 더 이상 인기를 끌지 못한다. 2535세대 여성들은 일도 사랑도 똑같이 중시한다. 자아실현 욕구가 강한 ‘그녀’들은 더 이상 사랑타령만 하는 주인공을 원치 않는다. 드라마 여주인공들이 점점 이기적으로 변해 가는 것도 이런 이유다.

    2535세대를 잡아라
    ‘제2의 모래시계’로 불리며 인기를 모으는 SBS 드라마스페셜 ‘신화’는 사랑을 잃은 여주인공(김지수)이 온갖 시련을 견뎌내고 냉혹한 로비스트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그려간다. ‘모래시계’를 만든 김종학프로덕션이 제작하는 이 드라마는 ‘사랑과 복수’라는 정통 드라마 코드로 무장하고 70~80년대 한국의 정치·경제·사회·문화적 풍경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 장영자 사기 사건, 한보그룹 비자금 사건 등 2535세대가 충분히 알 수 있는 정치·경제적 사건들을 배경으로 하면서 김지수 김태우 등 스타성보다는 연기력이 탄탄한 배우들을 기용했다는 점에서 2535세대 시청자를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드라마가 보여주는 연애의 양태도 크게 달라졌다. 최근엔 이혼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드라마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재혼커플의 경우 이혼녀-총각 커플의 수가 91년 2.5%에서 지난해 4.9%로 크게 늘었듯 영화, 드라마에서 이혼녀와 총각남의 사랑이 자주 다루어지고 있다.

    2535세대를 잡아라
    MBC 새 수목드라마 ‘가을에 만난 남자’는 이혼 경력이 있는 30대 중반의 남녀가 결혼에 대한 회의를 극복하고 사랑에 눈뜨는 과정을 그리고 있으며, SBS 아침드라마 ‘외출’에서는 30대 이혼녀인 김미숙이 20대 남성과 사랑을 전개해 간다. 30대 중·후반의 여자에게 다시 찾아온 사랑의 감정, 그 상대가 연하남이라는 데서 오는 망설임, 모성에 호소하며 재결합을 요구하는 전남편 등 감각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소재가 주부 시청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것. 여성 영화팬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영화 ‘봄날은 간다’ 역시 이혼녀인 이영애가 얄미우리만치 자신의 삶에 충실한 방향으로 유지태와의 사랑을 주도한다.

    “2535세대 여성들은 드라마 시청 비중이 높고, 구매력도 왕성해 광고와 직결된다. 이런 시청자들의 욕구에 부응해 드라마에서도 ‘강한 여성’ ‘이혼녀’의 이야기가 주류로 등장하게 됐다.” SBS 드라마국 운군일 CP는 그동안 시청률의 지지기반으로 인식된 10대들이 인터넷 등으로 몰리면서 20, 30대 여성들이 시청률을 좌우하게 됐다고 말한다.

    미디어평론가 변정수씨 역시 비슷한 진단을 내놓는다. “여학생들의 대학 진학률이 높아지고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향상되면서 예고된 변화라 할 수 있다. 한편으론 변하고, 또 다른 면에선 변하지 않는 사회 속에서 이 세대 여성들이 겪어야 하는 내면적 갈등과 욕망의 크기도 커졌다. 지금의 드라마와 영화는 이런 욕구에 주목하고 있다.”

    광고의 주 소비대상으로 부상한 2535세대를 향한 마케팅도 활발하다. 카드사마다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는 ‘여성전용 카드’는 안정된 경제 기반을 가진 2535세대 여성들을 겨냥한 것. 99년 국내 최초로 여성 전용카드를 내놓은 LG카드는 2535세대 스타 이영애를 내세워 광고를 시작한 지 19개월 만에 415만 명의 회원을 가입시키는 개가를 올렸다. 016, 018 휴대전화 사업자 KTF 역시 얼마 전부터 2535세대 전용 브랜드 ‘메인’을 출시했다. KTF 홍보실 이병우 과장은 “이 세대는 이동전화 사용량이 가장 많고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는 세대다. 그만큼 문화적 욕구도 높다. 이들 고액이용자를 위한 요금 할인과 각종 생활 문화시설에 대한 회원제 할인서비스를 제공하는 요금제도”라고 설명한다.

    2535세대의 영향력은 앞으로 더 커질 전망이다. “2535세대는 일 때문에, 취미 때문에, 또 자기관리 하느라 바쁜 사람들이다. ‘노처녀’ ‘노총각’이라는 단어가 사라지고 혼자 당당히 서는 ‘싱글족’이 늘고, 무슨 옷을 입고 어떤 식사를 할 것인지가 중요한 관심거리다. 일하는 여성이 적었던 시어머니 세대와 2535세대의 격차는 새로운 충돌을 야기하기도 한다.”(이화여대 사회학과 함인희 교수) 드라마 속 ‘드센’ 여성들이 맘에 안 드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결국 드라마는 현실의 반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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