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97

2001.08.16

김창국 국가인권위원장 내정자

“될 사람이 되었네”… 자타 공인 인권변호사

  • < 신석호/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 kyle@donga.com

    입력2005-01-17 15: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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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국 국가인권위원장 내정자
    지난 1999년 사상 처음 시행한 특별검사제의 산파 역할을 한 김창국 변호사(60)가 이번에 역시 처음 구성되는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직을 맡게 되었다. 그는 지난 7월 초 청와대에게서 내정 사실을 비공식적으로 통보 받은 뒤 시민단체 및 법조계 인사들과 접촉하며 인권위 발족을 위한 준비작업과 향후 운영방안 등에 대해 폭 넓게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위원장의 내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이견을 표하는 이는 거의 없다. 호남 출신이며 국민적 공론화 과정 없이 내정되었는데도, 80년대 이후 인권 변호사와 재야 원로로 활동한 그가 한국 인권 신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음을 부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전남 강진 출신인 김위원장은 목포고를 나와 1961년 서울대 법대 3년을 수료하면서 고등고시 사법과(13회)에 합격했으며, 81년 광주지검 부장검사를 끝으로 개업한 후 줄곧 진보적 인권 변호사로 활동했다. 그는 87년 김근태씨 고문사건의 공소유지 변호사와 91년 강기훈씨 유서대필사건 변호사를 역임했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를 주도해 왔다.

    진보적 법조인으로선 드물게 제도권과 재야를 두루 오가며 활동한 것도 특징. 김위원장은 93년부터 2년 동안 서울변호사회장으로 일하며 지금의 당직변호사제도를 시작했다. 99년부터는 2년 간 대한변협회장으로 있으면서 변호사 공익활동을 의무화했다. 그는 새 정부 출범 후에도 “역대 검찰이 항상 정부 여당 편인 것이 우리의 슬픈 현실이며 검찰은 스스로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짐짓 외면해 왔다”며 특검제 실시를 강력 주장해 결국 관철했다.

    또 대한변협 회장 취임 후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검찰을 가지고 정치할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정권교체와 관계없이 재야 및 시민단체 지도자로서 개혁에 대한 일관된 자세를 견지해 왔다. 지난 7월4일 성명을 통해 인권위원 자격의 하나로 ‘정치적으로 독립적인 인사’를 강력히 주장한 보수적 성향의 한 변협 간부도 김위원장을 두고 “될 사람이 되었다”고 평가했다. 김위원장은 청와대가 내정 사실을 발표한 8월1일 이후 “아직 공식적으로 임명장을 받은 것이 아니다”며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에 대한 언급을 삼가고 있다.



    지인들은 그 원인을 그의 다급한 마음에서 찾는다. 지난 5월23일 공포된 국가인권위법에 따라 인권위는 6개월 뒤인 오는 11월24일 공식 출범해야 하지만 ‘독립된 국가기구’ 하나를 새로 만드는 일이 마음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 남은 핵심 일정은 △인권위원 10명의 임명과 사무총장 등 핵심 행정간부 선임 △인권위 운영에 관한 대통령령과 규칙 제정 △기구 및 조직 완비 등이다.

    인권위원은 대통령이 4명(인권위원장 포함)을 임명하고 여·야당이 각 2명씩, 대법원장이 4명의 위원을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 중 상임위원 4명은 대통령 몫이 2명, 여·야당 몫이 각 1명씩이고 위원 11명 중 4명은 여성이어야 한다. 또 실무 직원을 포함해 조직에 필요한 인원은 최소 150명 이상인 것으로 인권단체들은 추산한다.

    특별검사제 산파역… 한국 인권 신장 견인차 역할

    그러나 청와대와 여야, 대법원은 아직 여성인권위원 배분 등 인권위원 선정에 제 속도를 내지 않고 있다는 게 인권단체들의 주장이다. 첫 일정인 인권위원 선정이 늦어지면 나머지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김위원장의 대선배이자 같은 사무실(덕수합동)의 이돈명 변호사는 “위원회 구성은 물론, 4개월도 안 남은 시일 내에 독립적 국가기구를 만들어야 하는 행정적 문제 때문에 김위원장의 걱정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김위원장의 오랜 후배인 조용환 변호사도 “인권위 설립을 시간에 쫓겨 진행할 경우 행자부나 법무부 등 기존 국가기관이 설립과정에 개입할 가능성이 높고, 이렇게 되면 진통 끝에 독립기구로 출범한 인권위의 위상이 영향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3년 전 ‘한시적’ 특검제를 성공적으로 이끈 김위원장이 ‘상시적’ 국가기구인 국가인권위를 어떤 모습으로 출범시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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