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공기업 한국통신(사장 이상철ㆍ이하 한통)이 지난해 5월부터 대다수 계약직원의 임금을 부당하게 축소 지급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주간동아’ 취재 결과 한통은 계약직원에 대해 정기 업무실적 평가를 해오면서도 이와 전혀 상관없이 임금을 지급했고, 심지어 같은 업무분야의 똑같은 근무경력을 가진 계약직에게까지 차등임금을 지급하면서도 차등의 근거에 대한 관련기록조차 남기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한통의 이런 무원칙한 보수체계는 계약직원 K씨(32)의 사례에서도 잘 드러난다. I전화국 고장접수과에 2년 간 근무하다 지난해 12월 해고된 그는 올 6월 초 해당 전화국에서 자신의 ‘업무실적 평가서’를 열람하다 업무실적 평가점수가 ‘A등급 급여’를 받을 수 있는 ‘92점 이상’임을 발견했다. 재직 기간중 ‘계약직 보수표’상 D등급(최하위 등급) 급여만 받아온 그는 이를 전화국측에 항의했으나 여의치 않자 관할 지방노동사무소에 진정, A등급 급여로 재정산한 6개월분 급여차액 361만여 원을 돌려 받을 수 있었다. K씨의 동료인 여성 계약직 3명도 같은 이유로 각각 181만~250만 원씩의 차액을 돌려 받았다.
이들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한통은 지난해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계약직 5000여 명(노조는 7000여 명이라 주장)을 부당해고(일방적 계약해지)했고, 이에 한통 계약직 노조(위원장 직무대행 이춘하)는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8월3일 현재 233일째 합법적 총파업을 벌이고 있다. 문제는 현재로선 해고된 계약직 중 몇 명이 얼마나 ‘부당한 대우’를 받았는지가 분명치 않은 것이다.
때문에 노조는 K씨 사례를 본 지난 7월 이후 노조원들이 근무한 각 사업장(전화국)별로 업무실적 평가점수 파악에 나서 일부는 평가점수와 실제 지급한 급여등급간 불일치를 확인했다. 그러나 한통측이 최근 평가서가 재취업 이외의 목적에 쓰일 우려가 있다며 발급을 거부해 현재는 열람마저 중단된 상태다. 더욱이 생계 등을 이유로 노조를 탈퇴한 조합원이 많아 노조는 정확한 집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조의 고철윤 상황실장(39)은 “지금까지 평가서를 받아낸 계약직원 80여 명 중 대다수가 90점 이상의 높은 평가점수를 받은 것으로 확인했다”며 “그러나 이들은 재직중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모른 채 C·D등급의 급여를 받았다”고 밝혔다. 실제 구미지역의 몇몇 전화국에서 근무한 계약직 20여 명의 평가서를 직접 살펴본 결과 92점 이상의 평가점수를 받았는데도 D등급 급여를 받은 사람이 거의 절반이나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럼, 보수체계는 어떨까. ‘주간동아’가 입수한 관련자료들 중 한통의 ‘계약직 보수표’를 보면 ‘전신소통’ 업무를 제외한 대다수 계약직원의 업무인 ‘고객 AS’ ‘시설 AS’ ‘선로시험’ 분야의 A등급 급여는 월 148만4250원. 반면 최하위인 D등급은 85만9000원. 격차가 무려 60만 원이 넘는다. B등급은 123만여 원, C등급은 103만여 원이다.
그렇다면 평가점수와 급여등급간 불일치가 생긴 까닭은 대체 뭘까. 2000년 5월16일부터 시행한 한통의 ‘계약직관리지침’ 제36조 4항은 ‘운용부서의 장은 계약직의 계약만료 40일 전까지 계약기간중의 실적, 공사에의 기여도, 근무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기록관리(별지 제9호 서식)하여야 하며, 그 결과를 재계약에 반영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물론 그 이전 시기에 적용된 ‘계약직관리지침’에도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운용부서’는 실제 계약직을 활용하는 부서이며, ‘별지 제9호 서식’은 바로 ‘계약직 종합 업무실적 평가서’다. 평가서는 운용부서장이 계약직 개인을 업무의 양과 질, 업무지식 및 기량 등 5개 평가요소에 따라 A(20점), B(16점), C(12점), D(8점)로 평가한 합(100점 만점)이 80점 이상이면 재계약 판정기준으로 삼았음을 명시하고 있다.
노조 정용택 법규국장(32)은 “계약직관리지침 제36조의 ‘재계약 반영’ 부분을 놓고 볼 때 평가서의 평가점수와 보수표상 급여등급을 연동하여 다음 재계약 때부터 급여등급을 상향조정해야 하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실제론 갓 입사하든 재계약을 거듭해 5~6년 근속한 숙련자든, 평가점수가 좋든 안 좋든 모두 D등급 급여를 받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이런 현상은 지방 전화국일수록 더 심했다”고 말했다. 노조는 급여등급 상향조정의 세부근거로 A등급을 ‘해당분야 근무경력 1년 이상인 자로 평가점수가 92점 이상인 자’로 규정하는 등 A~D등급 자격을 정해 놓은 보수표의 ‘등급적용기준’을 든다. 이 기준에 따르면 ‘근무경력 3개월 미만인 자로 평가점수가 85점 미만인 자’가 D등급에 해당한다. 당연히 한통과 근로계약을 처음 맺은 계약직의 급여등급은 D등급이다.
그러나 한통 본사(경기도 분당) 노사협력팀 최용남 과장은 “계약직관리지침상 ‘반영’의 의미는 평가점수가 재계약 판정기준으로만 유효할 뿐, 급여등급과는 아무 관련도 없음을 뜻한다”고 잘라 말했다. 비록 약간 오해의 소지는 있지만, 보수표에 규정한 급여는 상한선을 정한 ‘가이드라인’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한통의 입장이다.
한통의 말이 맞다면 K씨와 3명의 여직원은 ‘평가점수와 급여등급의 연동’을 근거로 급여차액을 돌려 받은 게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그런데도 K씨의 ‘2000년 급여차액 추가지급분’ 명세엔 분명히 ‘급여차액’ 항목이 기재되어 있다. 이에 대해 해당 전화국 총무팀 관계자는 “K씨의 진정과 관련해 ‘한통에 일부 귀책사유가 있다’는 지방노동사무소의 해석에 따라 지급한 것이다”며 말꼬리를 흐렸다.
그러나 한통 서울본부 관계자는 “I전화국 건에 대해 듣긴 했다. 하지만 이는 미지급한 월차 및 휴일수당의 정산, 성과급 지급 등과 관련한 것으로 안다”고 다른 말을 했다. 또 급여등급의 상향 소급적용과 관계없는 ‘업무 착오’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과연 그럴까. 만일 그렇다면 한통은 지금껏 계약직 개개인에 대한 급여등급을 어떤 기준에 맞춰 정해온 것일까.
“원칙적으로 전국 각 기관장(전화국장)의 재량에 맡겼다. 전화국별로 확보한 예산의 범위 내에서 계약직을 채용하고 보수도 책정했다. 일부 업무능력이 뛰어난 계약직에겐 D보다 높은 등급의 급여를 지급하기도 했다.” 계약직 인사관리를 맡은 한통 본사 인사팀 한 관계자는 “사실 일선 전화국의 계약직 인사담당자들조차 혼선을 빚을 만큼 한통의 계약직 인사 및 보수체계가 뒤죽박죽인 점은 인정한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이같은 답변으로도 ‘뛰어난 업무능력’은 급여등급 상승으로 직결한 반면 평가서상의 ‘높은 평가점수’는 왜 그렇지 못했는지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한통은 그 근거자료를 남겨뒀을까. 이에 대해 한통측은 “전화국장 재량사항이므로 별도 문서기록은 없다”고 답했다. 보수표에 따르면 또 각 전화국별로 급여등급의 인원배정 비율(A등급은 전체 계약직의 20%, B 30%, C 40%, D 10%)을 유지해야 하는데도 한통은 이조차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규정에 따르면, 만일 한 전화국당 계약직원 10명이 있다면 D등급 급여는 10%인 1명만 받아야 하는 것이다. 결국 한통의 계약직 관리는 일관된 원칙 하나 없이 일선 전화국장이 재량껏 좌지우지하는 ‘엿장수 가위질’이라는 비난을 받을 소지가 있는 셈이었다.
현재 한통 계약직 노조는 부산 대구 대전 등지의 사업장을 관할하는 지방노동사무소마다 진정을 넣는 한편, 노무사와 변호사 자문을 거쳐 한통을 고발할 계획도 검토중이다. 노조는 한걸음 더 나아가 한통의 조직적 비리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경위야 어찌 되었든, 지난 8월1일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1만5000여 명의 인력을 감축, 구조조정을 4년 만에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세계 일류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태세를 완료했다’고 밝힌 한통의 ‘자부심’엔 결코 작지 않은 흠집이 남을 전망이다.
한통의 이런 무원칙한 보수체계는 계약직원 K씨(32)의 사례에서도 잘 드러난다. I전화국 고장접수과에 2년 간 근무하다 지난해 12월 해고된 그는 올 6월 초 해당 전화국에서 자신의 ‘업무실적 평가서’를 열람하다 업무실적 평가점수가 ‘A등급 급여’를 받을 수 있는 ‘92점 이상’임을 발견했다. 재직 기간중 ‘계약직 보수표’상 D등급(최하위 등급) 급여만 받아온 그는 이를 전화국측에 항의했으나 여의치 않자 관할 지방노동사무소에 진정, A등급 급여로 재정산한 6개월분 급여차액 361만여 원을 돌려 받을 수 있었다. K씨의 동료인 여성 계약직 3명도 같은 이유로 각각 181만~250만 원씩의 차액을 돌려 받았다.
이들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한통은 지난해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계약직 5000여 명(노조는 7000여 명이라 주장)을 부당해고(일방적 계약해지)했고, 이에 한통 계약직 노조(위원장 직무대행 이춘하)는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8월3일 현재 233일째 합법적 총파업을 벌이고 있다. 문제는 현재로선 해고된 계약직 중 몇 명이 얼마나 ‘부당한 대우’를 받았는지가 분명치 않은 것이다.
때문에 노조는 K씨 사례를 본 지난 7월 이후 노조원들이 근무한 각 사업장(전화국)별로 업무실적 평가점수 파악에 나서 일부는 평가점수와 실제 지급한 급여등급간 불일치를 확인했다. 그러나 한통측이 최근 평가서가 재취업 이외의 목적에 쓰일 우려가 있다며 발급을 거부해 현재는 열람마저 중단된 상태다. 더욱이 생계 등을 이유로 노조를 탈퇴한 조합원이 많아 노조는 정확한 집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조의 고철윤 상황실장(39)은 “지금까지 평가서를 받아낸 계약직원 80여 명 중 대다수가 90점 이상의 높은 평가점수를 받은 것으로 확인했다”며 “그러나 이들은 재직중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모른 채 C·D등급의 급여를 받았다”고 밝혔다. 실제 구미지역의 몇몇 전화국에서 근무한 계약직 20여 명의 평가서를 직접 살펴본 결과 92점 이상의 평가점수를 받았는데도 D등급 급여를 받은 사람이 거의 절반이나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럼, 보수체계는 어떨까. ‘주간동아’가 입수한 관련자료들 중 한통의 ‘계약직 보수표’를 보면 ‘전신소통’ 업무를 제외한 대다수 계약직원의 업무인 ‘고객 AS’ ‘시설 AS’ ‘선로시험’ 분야의 A등급 급여는 월 148만4250원. 반면 최하위인 D등급은 85만9000원. 격차가 무려 60만 원이 넘는다. B등급은 123만여 원, C등급은 103만여 원이다.
그렇다면 평가점수와 급여등급간 불일치가 생긴 까닭은 대체 뭘까. 2000년 5월16일부터 시행한 한통의 ‘계약직관리지침’ 제36조 4항은 ‘운용부서의 장은 계약직의 계약만료 40일 전까지 계약기간중의 실적, 공사에의 기여도, 근무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기록관리(별지 제9호 서식)하여야 하며, 그 결과를 재계약에 반영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물론 그 이전 시기에 적용된 ‘계약직관리지침’에도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운용부서’는 실제 계약직을 활용하는 부서이며, ‘별지 제9호 서식’은 바로 ‘계약직 종합 업무실적 평가서’다. 평가서는 운용부서장이 계약직 개인을 업무의 양과 질, 업무지식 및 기량 등 5개 평가요소에 따라 A(20점), B(16점), C(12점), D(8점)로 평가한 합(100점 만점)이 80점 이상이면 재계약 판정기준으로 삼았음을 명시하고 있다.
노조 정용택 법규국장(32)은 “계약직관리지침 제36조의 ‘재계약 반영’ 부분을 놓고 볼 때 평가서의 평가점수와 보수표상 급여등급을 연동하여 다음 재계약 때부터 급여등급을 상향조정해야 하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실제론 갓 입사하든 재계약을 거듭해 5~6년 근속한 숙련자든, 평가점수가 좋든 안 좋든 모두 D등급 급여를 받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이런 현상은 지방 전화국일수록 더 심했다”고 말했다. 노조는 급여등급 상향조정의 세부근거로 A등급을 ‘해당분야 근무경력 1년 이상인 자로 평가점수가 92점 이상인 자’로 규정하는 등 A~D등급 자격을 정해 놓은 보수표의 ‘등급적용기준’을 든다. 이 기준에 따르면 ‘근무경력 3개월 미만인 자로 평가점수가 85점 미만인 자’가 D등급에 해당한다. 당연히 한통과 근로계약을 처음 맺은 계약직의 급여등급은 D등급이다.
그러나 한통 본사(경기도 분당) 노사협력팀 최용남 과장은 “계약직관리지침상 ‘반영’의 의미는 평가점수가 재계약 판정기준으로만 유효할 뿐, 급여등급과는 아무 관련도 없음을 뜻한다”고 잘라 말했다. 비록 약간 오해의 소지는 있지만, 보수표에 규정한 급여는 상한선을 정한 ‘가이드라인’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한통의 입장이다.
한통의 말이 맞다면 K씨와 3명의 여직원은 ‘평가점수와 급여등급의 연동’을 근거로 급여차액을 돌려 받은 게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그런데도 K씨의 ‘2000년 급여차액 추가지급분’ 명세엔 분명히 ‘급여차액’ 항목이 기재되어 있다. 이에 대해 해당 전화국 총무팀 관계자는 “K씨의 진정과 관련해 ‘한통에 일부 귀책사유가 있다’는 지방노동사무소의 해석에 따라 지급한 것이다”며 말꼬리를 흐렸다.
그러나 한통 서울본부 관계자는 “I전화국 건에 대해 듣긴 했다. 하지만 이는 미지급한 월차 및 휴일수당의 정산, 성과급 지급 등과 관련한 것으로 안다”고 다른 말을 했다. 또 급여등급의 상향 소급적용과 관계없는 ‘업무 착오’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과연 그럴까. 만일 그렇다면 한통은 지금껏 계약직 개개인에 대한 급여등급을 어떤 기준에 맞춰 정해온 것일까.
“원칙적으로 전국 각 기관장(전화국장)의 재량에 맡겼다. 전화국별로 확보한 예산의 범위 내에서 계약직을 채용하고 보수도 책정했다. 일부 업무능력이 뛰어난 계약직에겐 D보다 높은 등급의 급여를 지급하기도 했다.” 계약직 인사관리를 맡은 한통 본사 인사팀 한 관계자는 “사실 일선 전화국의 계약직 인사담당자들조차 혼선을 빚을 만큼 한통의 계약직 인사 및 보수체계가 뒤죽박죽인 점은 인정한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이같은 답변으로도 ‘뛰어난 업무능력’은 급여등급 상승으로 직결한 반면 평가서상의 ‘높은 평가점수’는 왜 그렇지 못했는지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한통은 그 근거자료를 남겨뒀을까. 이에 대해 한통측은 “전화국장 재량사항이므로 별도 문서기록은 없다”고 답했다. 보수표에 따르면 또 각 전화국별로 급여등급의 인원배정 비율(A등급은 전체 계약직의 20%, B 30%, C 40%, D 10%)을 유지해야 하는데도 한통은 이조차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규정에 따르면, 만일 한 전화국당 계약직원 10명이 있다면 D등급 급여는 10%인 1명만 받아야 하는 것이다. 결국 한통의 계약직 관리는 일관된 원칙 하나 없이 일선 전화국장이 재량껏 좌지우지하는 ‘엿장수 가위질’이라는 비난을 받을 소지가 있는 셈이었다.
현재 한통 계약직 노조는 부산 대구 대전 등지의 사업장을 관할하는 지방노동사무소마다 진정을 넣는 한편, 노무사와 변호사 자문을 거쳐 한통을 고발할 계획도 검토중이다. 노조는 한걸음 더 나아가 한통의 조직적 비리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경위야 어찌 되었든, 지난 8월1일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1만5000여 명의 인력을 감축, 구조조정을 4년 만에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세계 일류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태세를 완료했다’고 밝힌 한통의 ‘자부심’엔 결코 작지 않은 흠집이 남을 전망이다.